<진단핫이슈 홍봉주 변호사>행정처분에 따른 계약의 효력
<진단핫이슈 홍봉주 변호사>행정처분에 따른 계약의 효력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2.02.0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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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2 14:52 입력
  
홍봉주
변호사/H&P 법률사무소
 
행정처분에 붙인 부담인 부관이 무효가 되면 그 부담의 이행으로 한 사법상 법률행위도 당연히 무효가 될까. 또 행정처분에 붙인 부담인 부관이 제소기간 도과로 불가쟁력이 생긴 경우 그 부담의 이행으로 한 사법상 법률행위의 효력을 다툴 수 있을까. 나아가 사법상 법률행위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 경우 그 사법상 계약의 유효여부 판단기준은 무엇일까.
 

최근 국공유지 무상양도처분이 잘못된 경우 이 무상양도결정처분의 이행을 위한 국공유지 매매계약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지, 또 사업시행인가처분을 하면서 부담으로 전혀 관련 없는 사업지 밖의 토지를 매수하여 정비기반시설을 설치한 후 다시 기부채납하도록 한 경우 이와 같은 매매계약과 기부채납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지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우선 행정처분에 부담인 부관을 붙인 경우 부관의 무효화에 의하여 본체인 행정처분 자체의 효력에도 영향이 있게 될 수는 있지만, 그 처분을 받은 사람이 부담의 이행으로 사법상 매매 등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그 부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행위를 하게 된 동기 내지 연유로 작용하였을 뿐이므로 이는 법률행위의 취소사유가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그 법률행위 자체를 당연히 무효화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법률행위의 당사자는 부관이 행정소송을 통해 취소되었거나 당연무효임을 이유로 매매계약 등의 법률행위를 취소함으로써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부관이 당연무효이거나 취소되지 아니한 이상 법률행위 당사자는 그 부관으로 인하여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음을 이유로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는 없다. 가령 토지소유자가 토지형질변경행위허가에 붙은 기부채납의 부관에 따라 토지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채납(증여)한 경우 기부채납의 부관이 당연무효이거나 취소되지 아니한 이상 토지소유자는 위 부관으로 인하여 증여계약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음을 이유로 증여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다.
다음으로 행정처분에 붙은 부담인 부관이 제소기관의 도과로 확정되어 이미 불가쟁력이 생겼다면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 무효로 보아야 하는 경우 이외에는 누구나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지만 그 부담의 이행으로써 하게 된 사법상 매매 등의 법률행위는 그 부담을 붙인 행정처분과는 어디까지나 별개의 법률행위이므로 그 부담의 불가쟁력의 문제와는 별도로 그 법률행위가 사회질서 위반이나 강행규정에 위반되는지 여부 등을 따져보아 그 법률행위의 유효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당연무효가 아닌 부관에 불가쟁력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 부관은 법률행위를 하게 된 동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동기의 불법 등 사회질서 위반이나 강행법규에 반하지 않는 한 그 사법상계약 등 법률행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예컨대 행정청이 건축허가를 하면서 사업구역 내 토지를 기부채납토록 부담을 붙이자 허가신청자가 이들 토지를 기부채납한 경우 이는 일종의 동기의 착오로써 그 허가조건상의 하자가 허가신청자의 증여의사표시 자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이유로 하여 기부채납 받은 지방자치단체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러나 사법계약 등 법률행위가 반사회질서행위에 해당하거나 강행규정에 위반된 경우에는 그 법률행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강행법규에 반하는 대표적인 예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65조제2항에 반하는 국공유지 매매계약이다. 대법원도 같은 입장이다.
 

그러면 〈민법〉 제103조의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민법〉 제103조에서 정하는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 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사회질서의 근간에 반하는 조건 또는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그 법률행위가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및 표시 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한다. 따라서 골프장사업계획승인의 대가로 지방자치단체가 기부금을 받은 경우 그와 같은 증여계약은 공무수행과 결부된 금전적 대가로서 그 조건이나 동기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어서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라고 할 것이고, 위 사업계획승인 자체는 위법·부당한 것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달리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사업시행인가처분을 하면서 전혀 관련 없는 사업지 밖의 토지를 매수하여 정비기반시설을 설치한 후 다시 기부채납하도록 한 경우에도 이와 같이 공무대가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법상계약 및 증여계약은 모두 무효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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