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핫이슈 박일규 변호사>현금청산대상자와 관리처분계획
<진단핫이슈 박일규 변호사>현금청산대상자와 관리처분계획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1.12.08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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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8 14:32 입력
  
박일규
변호사/H&P 법률사무소
www.parkhong.com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제47조는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를 현금청산대상자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토지등소유자가 조합이 수립하여 행정청으로부터 인가받은 관리처분계획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고, 때로 그러한 소송에서 관리처분계획의 위법을 확인하는 판결이 선고되기도 한다. 그러나 관리처분계획 내용 자체의 적법·위법을 따지기 이전에 ‘과연 현금청산대상자가 조합원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관리처분계획을 다툴 지위에 있느냐’  하는 문제가 먼저 명확히 정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통상 관리처분계획은 “조합원들의 분양신청 현황을 기초로 정비사업에 의해 새로이 조성될 토지 및 건축물을 배분하고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될 사업비용 및 그 분담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포괄적·구속적 행정계획”으로 관념된다. 쉽게 말하자면 정비사업에 어느 정도의 비용이 투입되어야 하고 어떠한 기준에 의해 조합원들에게 그 비용이 분담되는지, 또 조합원들이 소유한 종전자산의 가치에 대비하여 새로이 분양받게 될 자산의 가치는 어느 정도인지, 새로운 자산을 분배받을 때 조합원들이 부담하 하거나 취득할 수 있는 분담금·수익금의 규모는 어떠한지 등 정비사업의 분양설계 및 그 손익분배에 관한 전반적 계획이다.
 
관리처분계획의 내용을 규율하는 도정법 제48조 역시 ‘분양대상자별 분양설계’와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핵심으로 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보다 거칠게 말하면 관리처분계획은 정비사업 참여를 전제로 분양대상자인 조합원들의 분양조건 및 비용분담·수익배분에 관한 권리·의무를 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와 같이 관리처분계획을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관한 규율로 파악한다면 그 관리처분계획을 다툴 수 있는 법률적 이해관계 역시 조합원의 지위와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물론 현금청산대상자들이 과연 조합원의 지위를 보유하느냐 여부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한 시기라면 조합원 지위 상실여부자체가 불투명한 현금청산대상자에게도 관리처분계획을 다툴 법률상 지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이론 구성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도정법 제47조에서 현금청산조항을 규정한 것은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조합원 등에 대하여는 현금청산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재건축사업을 신속하고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는 점, 현금청산대상자는 조합에 대하여 조합원의 가장 주된 권리인 분양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므로 형평의 원칙상 그에 대응하는 조합원으로서의 의무도 면하게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점, 재건축조합 가입의 주된 목적을 상실하여 이미 조합의 업무에 관심이 없는 현금청산대상자에게 조합원으로서의 권리·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 점, 조합의 입장에서도 현금청산을 통해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관리처분계획을 수립·의결함에 있어 현금청산대상자를 의사정족수에서 제외함으로써 재건축사업을 보다 원활히 추진할 수 있는 점, 현금청산대상자는 조합으로부터 청산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조합에 대하여 종전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의 이행을 거절할 권리를 가지고 있고, 조합과 사이에 청산금액, 청산방법 등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법원에서 적절한 방법으로 이를 평가받을 수 있으므로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한다 하더라도 불리한 지위에 처하게 될 우려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철회하는 등 도정법 제47조 및 조합정관이 정한 요건에 해당하여 현금청산대상자가 된 조합원은 조합원으로서 지위를 상실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함으로써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토지등소유자는 더 이상 조합원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대법원 2010. 8. 19.선고 2009다81203판결).
 
물론 현금청산대상자라고 해서 일률적으로 관리처분계획을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보는 것이 부당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분양신청을 위해서는 조합이 개략적인 부담금 내역, 분양신청기간, 분양대상 대지·건축물의 내역등을 토지등소유자에게 통지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러한 통지절차가 전혀 행하여지지 않거나 위법하게 이루어져 토지등소유자가 분양신청에 이르지 못하였을 경우는 분양신청에 관한 토지등소유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따라서 현금청산대상자가 분양신청에 관한 절차적 권리를 침해당하였음을 이유로 관리처분계획을 다투어올 때는 단지 현금청산대상자라는 이유만으로 원고적격을 부인할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 있다. 그러나 토지등소유자의 분양신청에 관한 절차적 권리 침해 이외의 사유, 즉 관리처분계획 수립과정에서의 조합원으로서의 의결권 침해나 인가된 관리처분계획의 내용적 부당성을 다투는 것은 모두 정비사업의 참여를 전제로 조합원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는 현금청산대상자들에게는 그러한 사유로 관리처분계획을 다툴 법률상 이익을 부인하는 것이 타당하다. 현금청산대상자는 청산금액 및 청산방법에 관한 사항 외에 정비사업에 특별한 이해관계를 갖지 못하므로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에 있어 의사정족수에서 제외하여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례 취지에 보다 충실한 해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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