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재개발 조합장의 죽음(28) - 매몰비용 청구 소송
어느 재개발 조합장의 죽음(28) - 매몰비용 청구 소송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5.03.0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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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19일 제17대 대선에서 경제대통령을 표방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명박 후보의 대승에는 재건축·재개발 광풍이 한몫 단단히 하고 있었다.


대선을 앞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내 곳곳에 재정비촉진지구를 지정하여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토지등소유자들은 한나라당의 재건축·재개발 추진에 열광하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러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촉진계획이 결정되는 데까지는 법에 정해진 많은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우선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재정비촉진계획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어야 한다.


주민설명회 이후에는 촉진계획안에 대한 공람을 거쳐 성북구 구의회 의견청취와 공청회를 가진 뒤 성북구청장이 서울시장에게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신청을 하게 된다. 그러면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에서 심의를 하게 되는데 이 심의에서 통과되어야 비로소 서울시장이 촉진계획을 고시하게 되는 것이다.


안암재정비촉진계획 수립을 위한 법정 절차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2008년 4월 9일 제18대 총선이 실시되었다.


제18대 총선 또한 재건축재개발 광풍을 등에 업은 한나라당의 압승이었다. 299개 의석 중 한나라당이 153석, 통합민주당이 81석이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열기가 더 높은 서울, 인천, 경기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두었는데, 서울 48개 의석 중 한나라당이 40개의 의석을 차지하였다.


이때부터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세력들이 재건축·재개발에 거부감을 갖게 된다. 한나라당이 재건축·재개발을 앞세우고 승승장구하는 것이 영 못마땅했던 것이다.


드디어 2008년 8월 16일 안암재정비촉진계획이 결정·고시되었다. 촉진계획이 고시되는 날, 안암동은 해방을 맞은 듯했다.


안암6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사무실은 그야말로 축제분위기였다.


작년 말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공약사항으로 재건축·재개발 각종 규제완화와 지원을 약속했고, 안암재정비촉진지구의 토지등소유자들은 촉진계획 결정고시와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대폭 지지했었다.


2007년 12월 19일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 안암재정비촉진지구내 토지등소유자들은 쾌재를 불렀었다. 재건축·재개발관련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뉴타운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공약이 실현되어 비례율이 최대한 상향되리라는 기대감이 극도로 고조되었던 것이다.


그날 밤 민익선과 김현수는 룸비지니스까지 달렸다. 민익선의 배려가 고마웠지만 김현수의 머릿속에는 윤서희의 모습만 아른거리고 있었다.


준비서면

 
사건   2013구합11110호 매몰비용청구
원고   안암6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피고   대한민국외2
위 사건에 대하여 원고는 다음과 같이 변론을 준비합니다.


다  음


1. 피고들은 그동안 추진된 주택정책이 아파트 가격안정, 부동산투기 근절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고 결코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2. 피고들은 아파트 가격의 고정 내지 하락을 성공이라고 자화자찬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첫째, 아파트는 국민들의 중요 자산입니다. 이러한 부동산도 매입 이후 최소한 물가상승률에 상응하는 가치상승이 있어야만 수요가 창출될 수 있습니다. 물가상승률을 상회하여 아파트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막아야 하겠지만 고정 내지 하락하게 만드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둘째, 실수요자들은 시장불안으로 인하여 아파트구입을 보류하고 있을 뿐 결코 주택공급목표량이 달성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주택보급률 등의 수치를 보면 명백해집니다. 2012년도 전국 주택보급률이 102.7%에 불과하며, 서울과 경기지역은 아직도 100%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셋째, 피고들은 신도시정책이나 보금자리정책 등 택지개발사업에 의한 아파트공급물량확대라는 중대한 실책을 저질렀습니다. 피고들은 재건축재개발에 의한 아파트공급물량과 택지개발사업에 의한 아파트공급물량 비율을 철저히 고려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피고들은 이러한 조율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주택보급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신도시에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는 것은 이러한 정책 실패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3. 구도심을 재생하는 사업은 결코 포기되어서는 안되는 사업입니다. 구도심을 재생하는 사업이 바로 재건축재개발입니다.


하지만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이러한 재건축재개발사업은 이해당사자가 많고 사업이 복잡하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반면 신도시정책 등 택지개발사업은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택지를 조성하고 아파트를 신축하여 공급하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우 수월합니다. 재건축재개발사업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인 것입니다.


피고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재건축·재개발정비사업을 피해 이러한 택지개발정책을 과다 채택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주택정책은 구도심을 재생하기보다는 구도심 인근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더 낙후된 구도심은 도대체 어떻게 할 것입니까?


신도시의 남발로 구도심을 개발할 경제적 동기마저 사라진 상황에서 슬럼화된 구도심은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고, 우리 후손들은 구도심을 철거하고 다시 논밭이나 공원으로 만들면서 많은 비용을 낭비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당장 편하자고 후손들에게 이러한 질곡을 남겨 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요컨대 신도시개발 등 택지개발정책으로 아파트 공급과잉 상황이 초래되었고,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는 결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4. 정부의 재건축재개발정책 또한 잘못된 정책으로 많은 문제점을 양산해 내고 말았습니다. 뉴타운정책이 가장 대표적인 문제였습니다. 지난 2012년도에는 경기도 지역에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되었던 70개가 넘는 현장들이 대거 뉴타운에서 해제되는 일이 있었고, 서울에서는 노량진뉴타운, 장위뉴타운, 신길뉴타운 등이 현재 사업이 정지된 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피고들은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조합들에게 도로와 공원 등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여 광역적인 도시개발을 꾀하였습니다. 원래 정부가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민간에 전가시킬 수 있다는 얄팍한 생각을 한 것입니다.


도시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재건축재개발은 도로나 공원 등 정비기반시설을 통합적으로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도시의 통합적인 개발을 위해 별도로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게 됩니다.


피고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요량으로 뉴타운정책을 만들어 냈습니다. 비교적 넓은 지역에서 재건축재개발사업을 한꺼번에 추진하게 함으로써 정부가 건설해야 할 정비기반시설을 전부 민간에게 떠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도시재정비촉진법이 만들어지고 서울과 경기도에 수많은 재정비촉진지구가 지정되었습니다. 정부는 도시를 구획하고 그림만 그리면 됩니다. 손 안대고 코풀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아이템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뉴타운정책은 결국 아파트 공급과잉 우려를 낳았고, 세입자들의 주거불안, 이주로 인한 전세값 폭등이라는 부작용을 양산하고 말았습니다.


5.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들의 무분별하고 무계획적인 주택정책이 총체적으로 어루려져 현재의 부동산시장 침체라는 상황을 야기하였고, 조합원들은 조합해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피고들이 이 사건 조합의 매몰비용을 책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원고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창천
 담당변호사 김 명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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