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제 기준은 정비계획 수립일”… 추진위 가까스로 한숨 돌려
“일몰제 기준은 정비계획 수립일”… 추진위 가까스로 한숨 돌려
정비사업 법원 판결 핫이슈
  • 최영록 기자
  • 승인 2015.06.0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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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금 중단 등 조합 길들이기에 나선 시공자 철퇴
직대 조합장 업무범위·상가 토지분할 기준도 확립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의 밑바탕이 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만 12년이 지났다.

그동안 ‘도정법’은 시대적·제도적 변화에 따라 수차례에 걸쳐 개정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완전 요소들이 다분하다.

이로 인해 추진위나 조합은 물론 업계에서조차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심지어 모호한 법적 기준을 악용하는 사례도 급증하면서 더욱 곤궁에 빠트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보니 법원이나 관계부처의 판단이 중요한 해결방안이 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법한 판결이나 유권해석을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심도있게 보도하면서 기준점을 제시해 왔다. 지난 1년간 업계에 파장이 일었던 판례와 유권해석을 되짚어봤다.



▲일몰제 적용 기준은 정비계획 고시일 아닌 수립일

최근 법제처가 모호한 법 규정을 바로잡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논란을 종식시켰다. 출구정책의 일환인 일몰제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2012년 2월 도입된 일몰제는 추진위 설립 후 2년 이내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않거나, 조합설립 후 3년 이내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않는 등의 정비구역에 한해 적용된다. 다시 말해 단계별로 일정시한을 둬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자동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 제도다.

하지만 일몰제의 적용시점을 두고 주무부처 간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업계에 큰 혼란을 일으켰다. 법 개정 당시 부칙에서 경과규정을 뒀는데 그 문구가 모호했던 것이다.

실제로 2012년 2월 1일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부칙 제3조에 따르면 “(일몰제 규정은) 이법 시행 후 최초로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분부터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분’이라는 문구가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이 착수된 날인지, 아니면 정비계획 고시가 떨어진 날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이에 대해 국토부에서는 ‘정비계획 고시가 있은 날’을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한 바 있다.

반면 법제처의 판단은 전혀 달랐다. 최근 법제처는 유권해석을 통해 “도정법 제4조의 제목과 제3항에서는 ‘정비계획의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을 명백히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며 “정비계획의 수립부터 정비구역의 지정까지는 시간적으로 상당한 차이를 두고 이뤄지는 별도의 절차라는 점에서 ‘정비계획의 수립’과 ‘정비구역의 지정’은 명백히 구별되는 개념이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경기 안양시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재건축추진위가 일몰제 대상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시공자 계약해지총회 직접참석자 과반수 넘지 않아도 무관

직접참석자가 과반수를 넘지 않아도 기존 시공자와의 계약 해지는 유효하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시공자와 계약을 해지할 때에도 선정했을 때처럼 과반수의 직접참석자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지난해 8월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6단지는 조합원총회를 열고 기존 시공자인 D건설과의 가계약해지의 건을 상정해 의결한 바 있다. 당시 조합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선정했던 D건설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이후 1년 이상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은데다 일방적으로 사업비 지원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D건설이 계약사항을 위반했기 때문에 시공자 교체카드를 꺼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D건설은 총회 당시 조합원 과반수가 직접 참석해야 한다는 이유로 조합을 상대로 정기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이에 대해 지난 1월 서울동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시공자 계약 해지 총회는 조합 내부적 결의이기 때문에 D건설이 총회결의 효력정지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며 “시공자 선정 기준과 조합 정관에 따르면 이미 체결한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의 의사정족수에 대해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가 직접 참석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번 법원의 결정이 나오면서 사업비 중단 등으로 인해 시공자와의 계약 해지를 준비하고 있는 조합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견해다.



▲직무대행 조합장은 전권 행사 가능

조합정관에 따라 선임된 조합장 직무대행자는 조합장으로서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일선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은 조합장의 갑작스런 유고 등으로 직무대행 체제가 불가피할 경우 조합장 직무대행자의 업무범위를 두고 혼란을 겪어왔다. 이때 통상 업무로 제한해야 하는지, 아니면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아도 되는지 헷갈렸던 것이다.

실제로 광주 광산구 신가동구역에서 이같은 상황이 벌어져 소송으로 이어졌다. 신가동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해 5월 김모 조합장이 돌연 사망하면서 상임이사인 김모 이사가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이후 김모 이사는 조합장 직무대행자로서 대의원회를 소집해 정비업체인 E업체와의 용역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이후 김모씨 등 감사 3명은 당시 대의원회 결의가 효력이 없다며 ‘대의원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법원의 결정이 아닌 조합정관에 따라 선임된 직무대행자는 조합장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1월 광주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일반적으로 정관 규정에 의해 직무대행자가 되는 자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의해 직무대행자로 선임된 자와 달리 직무대행 대상자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며 “상법 또는 민법상 가처분 결정에 의한 직무대행자의 업무 범위에 관한 규정이 유추 적용된다거나 조합장 직무대행자의 업무가 통상 업무나 급박한 사정 해소를 위한 업무에 제한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결정했다.

다시 말해 조합정관에 따라 선임된 조합장 직무대행자는 조합장의 권한과 동일하기 때문에 모든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것을 물론 계약해지도 가능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단지내 조합설립 미동의한 일부 상가만 토지분할 가능

재건축단지내에 주 상가와 분산 상가가 위치한 경우 조합설립에 미동의한 주 상가만을 대상으로 토지분할 소송이 가능하다는 판결도 있었다. 서울 강남구 개포시영 재건축조합이 단지내 주 상가 소유자 104명을 상대로 제기한 ‘공유물분할’ 소송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소송의 쟁점은 단지내 전체가 아닌 일부 상가만을 제척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현행 ‘도정법’상 조합설립 기준으로 상가 등 복리시설의 경우 전체를 하나의 동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난해 말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2민사부는 “일부 상가만 토지분할이 가능하다”고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도정법’ 제16조제2항 규정은 조합설립 동의율을 정한 규정일 뿐 토지분할을 위한 특례규정을 담고 있는 동법 제41조제1항에 따라 ‘일부 토지’만도 제척이 가능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법원은 “도정법 제41조제1항에서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요건의 충족을 위해 주택단지를 분할할 수 있음을 정하고 있는데 그 분할의 대상을 ‘일부 토지’로 지칭하면서 ‘일부 토지’의 요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며 “복리시설 전체를 하나의 ‘동’으로 보는 것은 조합설립 동의율 산정을 위해 마련된 기준에 불과한 것이어서 토지분할의 대상인 ‘토지의 일부’에 도정법 제16조제2항이 준용돼 반드시 한 동으로서의 복리시설 전체가 분할돼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시공자는 밀린 대여금 지급할 의무 있다

시공자는 조합과 체결된 공사도급계약서에 따라 대여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최초의 판결도 나왔다. 경기침체를 이유로 사업비, 운영비 등의 대여금을 중단하고 있는 시공자들의 행태에 대해 법원이 철퇴를 가한 것이다. 이로써 그동안 시공자의 대여금 중단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일선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희망을 얻게 됐다.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6민사부는 경기 고양시 능곡연합 재건축조합이 제기한 ‘대여금 등’ 소송에서 “시공사는 그동안 밀린 조합운영비 및 사업비 등으로 2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후 시공사는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하지만 상급심에서도 시공사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 3월 서울고등법원 제32민사부는 원심을 그대로 확정지었다. 최근 이 조합은 시공자로부터 밀린 대여금 모두를 지급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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