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재개발 조합장의 죽음(34) - 매몰비용 청구 소송
어느 재개발 조합장의 죽음(34) - 매몰비용 청구 소송
  • 강정민 변호사/법무법인 영진
  • 승인 2015.06.02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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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서면

사건   2013구합11111호 매몰비용
원고   안암6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피고   대한민국 외 2

위 사건에 대하여 피고들은 다음과 같이 변론을 준비합니다.

다  음

1. 원고는 2004. 6. 25.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으로 이 사건 현장이 주택재개발예정구역으로 지정된 직후부터 가칭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하여 2012. 11. 30. 조합해산인가 시점까지 모두 45억여원이 지출되었다며, 위 금액 전부를 이 사건 매몰비용으로 청구하였습니다.

2. 법률상 피고들이 이 사건 매몰비용을 보전할 의무는 없지만, 만에 하나 피고들이 이를 보전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은 합리적인 범위내로 감축되어야 합니다. 피고들이 원고 조합의 매몰비용을 보전하여야 한다고 할 경우 결국 국민들이 납입한 세금으로 지급하여야 하는데, 원고 조합의 부적절한 업무 수행으로 과다 지출된 비용까지 국고로 보전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고로 원고 조합이 이 사건 매몰비용으로 청구한 금원 중 부당하게 지출된 비용들은 모두 제외되어야 합니다.

가. 먼저 원고의 이 사건 청구금액 중 추진위원회 승인 전에 지출된 금원은 제외되어야 합니다. 정비사업은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으면서부터 시작되고 도시정비법에 의하여 적법하게 승인받은 추진위원회만 공법상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고 조합은 무려 2억원이 넘는 금액을 추진위원회 승인 전에 사용하였습니다.

나. 또 구역지정 전에 이루어진 추진위원회 승인은 위법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인 바, 원고 조합이 청구한 비용 중 정비구역지정 전에 발생한 금원은 모두 제외되어야 합니다. 안암6구역이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2008. 8. 16. 안암재정비촉진계획이 고시되면서부터입니다. 따라서 이 시점 이전에 발생한 비용은 원고의 이 사건 청구금액에서 모두 제외되어야 합니다.

다. 원고 조합의 경우 그릇된 업무 추진으로 동일한 절차를 반복하느라 많은 비용을 허비하였는 바, 이러한 비용들은 공제되어야 합니다.
(1) 원고 조합의 경우 시공자 선정 총회를 두 번 개최했습니다. 추진위원회 단계에서의 시공자 선정 총회는 추진위원회의 권한범위 밖의 행위로서 당연 무효인 바, 당해 총회 비용은 이 사건 매몰비용에서 제외되어야 합니다.

(2) 또한 원고 조합이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기 위하여 조합설립변경동의서를 징구하는데 소요된 비용 또한 공제되어야 합니다. 원고 조합의 경우 조합설립인가취소소송이 제기되자 그 하자를 치유하기 위해 조합설립변경인가서를 징구하면서 막대한 비용을 허비하였습니다.

라. 원고 조합이 선정한 협력업체들의 용역비용 또한 과다하게 높게 책정되어 있는 바, 적정 용역대금을 초과한 금액은 이 사건 매몰비용에서 제외되어야 합니다.

(1) 먼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의 용역대금이 과다 책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공정에 따라 지급하는 단계별 용역비 지급율 또한 초기 단계에 과다 책정되어 있습니다. 원고 조합의 경우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의 행정용역대금을 건축연면적을 기준하여 평당 3만5천원으로 책정하였고, 그 지급율 또한 사업시행인가 시점까지 무려 70%나 지급하는 것으로 계약하였습니다. 통상 사업시행인가 이후 분양신청, 관리처분총회, 이주, 철거, 착공, 사용승인, 준공, 해산, 청산의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남은 공정에 비추어 볼 때 사업시행인가 시점까지 70%의 용역비를 지급하는 것은 심히 부당합니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에 대한 행정용역대금은 적절하게 감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지급율 또한 합리적인 범위내로 하향조정되어야 합니다.

(2) 총회비용 또한 과다 지출되었습니다. 전체 토지등소유자가 950명에 불과한 원고 조합의 경우 평균 한 번 총회를 할 때마다 1억5천만원이 지출되었고, 홍보용역비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3) 기타 설계업체, 시공자의 건축공사대금도 전반적으로 높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원고 조합의 경우 업체 선정시 적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 용역금액이 전반적으로 높게 책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부정한 담합이 있었음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부분 진위를 가려 과다 책정 용역비 또한 공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 원고 조합이 시공사로부터 차용한 대여금에 대한 이자도 6.8%로 부당하게 높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시공사 대여금에 대한 이자율 또한 시중 금리 수준으로 하향 조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시공사 대여금 중 조합운영비 등 상당 부분은 무이자 대여금으로 되어 있는 바, 무이자 대여금에 해당하는 금원에 대해서는 이자가 지급되어서는 안됩니다.

3. 요컨대, 피고들이 매몰비용을 부담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 조합의 부당한 업무집행으로 인해 통상적이고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여 지출된 금원들은 모두 공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위 피고들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승리로
담당변호사 박 찬 성

 

2013년 7월 법무법인 창천 회의실.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도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심난한 표정의 김현수 조합장이 김명찬 변호사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하는 이야기이다.

“물론이지요. 소송이란 승패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만일 패소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글쎄요? 매몰비용청구소송에서 패소하게 되면 아마도 시공사가 조합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까요? 들어간 돈이 워낙 많아서 그냥 묻을 수는 없을 겁니다.”

“허 참, 만일 그렇게 되면 조합원들이 가만 안 있을텐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글쎄요. 저도 생각을 많이 해 봤습니다. 우선 조합 입장에서는 법원에 파산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파산신청이요?”

“네. 법인파산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요즘 개인회생, 개인파산은 잘 아시죠. 길거리에 현수막도 많이 걸려 있잖아요? 재개발조합은 법인이고, 법인이 채무초과상태가 되는 경우 법인파산신청이 가능합니다. 조합의 채권자는 주로 시공사이기 때문에 시공사가 주 대상이 되겠지만, 용역비를 지급하지 못한 다른 업체들도 채권자로 삼아야 할 겁니다.”

“조합이 법인파산으로 가면 연대보증한 임원들은 어떻게 되나요? 조합 임원들도 책임을 면하게 되는 건가요?”

“그게 무슨 말이죠?”

“시공사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할때나 사업비를 대여받을 때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되는데, 시공사에서 조합 임원들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했습니다. 조합장뿐만 아니라 조합 이사, 감사들도 모두 연대보증을 했는데, 그 사람들도 면제되느냐 그말입니다.”

“법인이 채무초과상태에서 파산신청을 통해 면책받을 수 있지만, 법인의 채무를 연대보증한 임원들은 법인 파산 선고와 상관없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김 변호사의 말에 김현수의 표정이 난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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