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핫이슈 박일규 변호사>창립총회와 조합원 직접참석 규정
<진단핫이슈 박일규 변호사>창립총회와 조합원 직접참석 규정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1.09.0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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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8 09:41 입력
  
박일규
변호사/H&P 법률사무소
 
 
정비사업조합의 운영에 있어 최고의 의사결정 기구는 조합원총회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제24조는 정관의 변경, 자금의 차입과 상환, 시공자나 설계자의 선정,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등 정비사업조합이 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로 되는 주요한 사항들은 거의 모두 조합원총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조합원총회 의결사항 중 일부는 대의원회의에 위임할 수조차 없도록 규율되고 있다.
 

조합의 운영에 있어 조합원에게 법률적·경제적 측면에서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하여 조합원 스스로의 참여를 유도하고 적정한 토론과 비판과정을 거쳐 조합원 스스로 해당 사안에 관한 의사를 결정토록 함으로써 정비사업조합의 운영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그 취지이다.
 

그러나 정비사업의 현실로 돌아와 생각해 보면, 조합의 의사를 결정하기 위하여 조합원총회를 수시로 개최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이사회 및 대의원회의를 개최하여 조합원총회에서 결정하여야 할 안건을 심의하여야 하고 해당 안건에 관하여 모든 조합원들에게 적정한 방법으로 통지하여야 함은 물론, 다수의 조합원들이 한꺼번에 모여 안건에 관한 토론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과 공간이 제공되어야 하는 등 조합원총회를 통한 의사결정에 수반되는 시간적·경제적 측면에서의 비용지출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부 조합원들이 개인적 사정으로 직접 조합원총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도 빈번하게 벌어진다.
 

이러한 경우 직접 총회 참석이 어려운 조합원들에게는 부득이 서면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있는 기회를 부여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조합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서면결의서’이다.
 

조합원들로서는 직접 조합원총회에 참석하지 않으면서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주요한 사안에 관하여 반드시 조합의 의사결정을 이루어 내야할 조합으로서도 조합원들의 불참으로 인한 조합원총회 무산을 방지할 수 있어 거의 모든 정비사업조합의 운영현실에 있어 ‘서면결의서’의 존재는 절대적 의미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조합원 총회를 통한 의사결정이 직접 참석한 조합원보다는 오히려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다수의 조합원들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는 현상이 보편화되었고 이에 따라 조합원들의 심의·의결권을 보다 현실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도정법 개정을 통해 조합원 총회의 경우 조합원 10분의 1이상이 직접 참석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설치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과도한 서면결의서 징구 현상을 규제하고 조합원의 직접 참여를 유도하고자 한 위 도정법 개정 규정이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를 야기하게 되었다.
 

정비사업을 반대하는 일부 조합원들이 창립총회에도 조합원 직접참석 강제 규정이 적용된다면서 토지등소유자 10분의 1이상이 직접 참석하지 아니한 채 이루어진 창립총회결의는 무효이고 그에 따라 조합설립인가 역시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조합설립을 위한 창립총회 역시 조합설립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 즉, 조합원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조합원총회와 다를 바 없고, 그렇다면 조합원 총회에서의 의결에 반드시 조합원 10분의 1이상의 현장참석을 규정한 도정법 제24제 제5항이 당연히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은 결론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조합원이라는 개념은 조합설립인가와 등기를 통해 정비사업조합으로서 성립하였을 때 비로소 인정될 수 있는 개념이고, 창립총회와 조합설립 이후의 조합원총회는 그 소집권자, 안건에 대한 사전 심의절차나 소집절차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창립총회는 본질에 있어 조합원총회라기보다는 오히려 추진위위원회 단계에서 최종적으로 개최되는 주민총회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조합원총회에 관한 도정법 제24조 및 도정법 시행령 제34조는 정관의 변경, 설계개요의 변경, 개략적 비용의 변경 등만을 규정하여 최초 정관의 확정, 설계개요의 확정, 개략적 비용의 제시 등 조합설립이전의 조합설립동의나 창립총회를 통하여 결정되는 사안을 제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조합원총회의 조합원 직접 참석 강제규정은 창립총회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조합이 설립인가를 받아 정비사업 시행자로서의 지위를 취득한 이후에 개최되는 조합원총회에 적용되는 것으로 제한하여 해석하는 것이 옳다.
 

최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이 창립총회에도 조합원 직접 참석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일부 조합원들의 주장에 대하여 “창립총회는 조합원이 아니라 토지등소유자의 수를 기준으로 의사·의결정족수를 규정하고 있는 점, 창립총회와 조합원총회를 같은 것으로 본다면 창립총회의 방법과 절차를 별도로 규정할 필요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창립총회는 조합원총회와 성질을 달리한다고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총회에 적용되는 도정법 제24조 제5항을 창립총회에 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1카합127 결정). 창립총회와 조합설립이후의 조합원총회의 본질이 같지 아니함을 지적한 지극히 타당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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