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재개발 조합장의 죽음(39) - 매몰비용 청구 소송
어느 재개발 조합장의 죽음(39) - 매몰비용 청구 소송
  • 강정민 변호사/법무법인 영진
  • 승인 2015.09.02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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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들이 어떤 문제점을 지적했느냐는 것인데요. 쟁점이 무려 12가지나 되는데 다 말씀드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므로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는 안암6구역의 경우 구역지정이 이루어지기 전에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는데 이러한 추진위원회 승인 자체가 위법하고 이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조합설립인가도 위법하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하기 전에 조합원들에게 추가부담금이 얼마나 들어갈 지 개략적으로라도 알려주어야 하는데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조합원 75%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국공유지의 경우 동의서를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였는 바 이를 제외하면 조합설립동의율이 75%에 미달된다 고로 이러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조합설립인가는 위법하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실무상 전혀 문제되지 않았던 점들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어떻게 답변이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강치호 변호사가 질문했던 조합원을 바라본다. 여성 조합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럼 마지막 질문에 답변 드리겠습니다. 행정용역업체인 정비업체가 조합설립변경인가에 들어가는 비용을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인데요. 정비업체가 고의나 과실에 의하여 업무를 잘못 진행했다면 당연히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관건은 과연 정비업체에 고의나 과실이 있었느냐 하는 점입니다. 이것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른 현장의 사례들을 살펴보아야만 합니다. 당시 다른 정비업체들은 이런 문제를 고려하여 조치를 취했는데 우리 정비업체만 이런 문제를 간과하였다면 과실을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다른 현장들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검토해봐야 하는데요. 제가 보기에 다른 현장들, 아니 전국의 재건축재개발 현장들이 모두 똑 같은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했기 때문에 업체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도정법이 2003년 7월 1일자로 시행되었으니 이제 겨우 7년되었습니다. 통상 이 정도 기간은 매뉴얼 정립기간으로 보아야 합니다. 매뉴얼이 새로 만들어지고 시행착오를 거쳐 문제점들이 보완되는 시점인 것이지요. 재건축재개발 매뉴얼은 주로 국토부와 서울시에서 만들어집니다. 공무원들이 작성한 매뉴얼에 따라 그대로 했고 그에 따라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면 정비업체에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강치호 변호사가 말을 끊고 질문자를 바라본다. 질문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다는 표정이다.

“답변이 되셨습니까?”

“예.”

“또 다른 의견 있으신 조합원님께서는 발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없습니다.”

“제4호 안건 심의를 마쳐도 되겠습니까?”

“네.”

“그럼, 제4호 안건 심의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본 안건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하셔서 찬반의 의사를 결정하여 주시고 투표로써 본인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 총회에 상정된 안건들에 대한 심의가 모두 끝났습니다. 급한 볼일이 있으셔서 퇴장하셔야 하는 조합원님들을 위하여 이미 투표개시선언이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서면결의서를 제출하지 않으시고 총회장에 직접 출석하셔서 입장하실 때 투표용지를 교부받으신 조합원님들께서는 지금 바로 투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준비서면

사건 2013구합11111호 매몰비용
원고 안암6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피고 대한민국 외 2

위 사건에 대하여 원고는 다음과 같이 변론을 준비합니다.

다 음

1. 피고들은 원고가 매몰비용으로 45억여원 중 ① 추진위원회 승인 전 가칭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사용된 금원, ② 추진위원회 승인 이후 구역지정 전에 사용된 금원, ③ 추진위원회 단계에서의 시공사선정총회 비용, ④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득하기 위해 소요된 제반 비용, ⑤ 과다하게 책정된 총회비용, ⑥ 과다하게 책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업진행율에 비추어 과도하게 지급된 각종 용역대금, ⑦ 원고 조합이 시공자로부터 대여받은 금원 중 무이자 대여금에 대한 이자 등이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2. 그러나, 피고들의 위와 같은 주장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당합니다.

가. 가칭 추진위원회는 공법상 지위가 인정될 수 없기 때문에 추진위원회 승인 전인 가칭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사용된 금원은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피고들의 주장은 사회 통념에 반하는 편협한 주장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어떤 단체를 만들고자 하는 경우 반드시 준비 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단계에서 소요된 비용은 설립된 단체의 비용으로 처리되는 것이 상식입니다. 주식회사를 설립하기 위하여 구성된 발기인단체가 지출한 비용이 설립된 회사의 비용으로 처리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나. 피고들은 구역지정 전 추진위원회 승인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2008. 8. 16. 재정비촉진계획 결정고시 이전에 지출된 비용이 모두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피고들의 이러한 주장은 일종의 책임전가에 불과합니다. 안암6구역을 재개발예정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피고 서울시장이었고, 추진위원회 승인을 내준 것은 피고 성북구청장이었습니다. 구역지정전에 추진위원회 승인을 내 주는 것이 위법하였다면 당초 추진위원회 승인을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추진위원회 승인을 내준 피고들이 지금에 와서 그 위법성을 주장하면서 위와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자기 모순행위로서 부당합니다. 또한 대법원은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구역지정전 추진위원회 승인은 그 하자가 중대하거나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는 바, 2005. 4. 2.에 이루어진 추진위원회 설립승인상의 하자를 지금에 와서 주장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대법원 2012.9.27, 선고, 2011두17400
2009. 2. 6. 법률 제9444호로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3조 제2항이 “제1항에 따라 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제4조에 따른 정비구역지정 고시 후 위원장을 포함한 5인 이상의 위원 및 제15조 제2항에 따른 운영규정에 대한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조합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방법과 절차에 따라 시장·군수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9. 2. 6. 법률 제94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개정 전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13조 제2항은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관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시기를 정비구역지정 고시 이후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비록 개정 전 도시정비법하에서 정비구역의 지정·고시 이전에 정비예정구역에 의하여 확정된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 구성된 추진위원회에 대하여 구성승인처분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 처분의 흠이 중대하거나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두9358 판결 참조).

다. 피고들은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시공사를 선정한 것이 무효인 바, 이와 관련된 비용이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당연합니다. 원고가 청구한 매몰비용에는 이러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통상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경우 시공사 선정총회 비용은 선정된 시공사가 부담하는 것이 관행입니다. 원고 조합의 경우 시공사 선정총회가 두 번 있었는데, 그 비용은 모두 시공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원고가 청구하는 매몰비용에는 시공사 선정 관련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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