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재개발 조합장의 죽음(40) - 매몰비용 청구 소송
어느 재개발 조합장의 죽음(40) - 매몰비용 청구 소송
  • 강정민 변호사/법무법인 영진
  • 승인 2015.09.04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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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서면

라. 피고들은 조합설립변경인가 관련 비용이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원고 조합이 업무를 잘못 처리하는 바람에 불필요한 비용이 지출되었다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부당합니다. 조합설립인가를 내 준 당사자가 바로 피고 성북구청장입니다. 당시 피고 성북구청장이 문제점을 파악하여 조합설립인가신청을 반려하였다면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을 필요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원고 조합이 조합설립변경인가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궁극적으로 피고 성북구청장의 책임인 바, 이와 관련된 비용이 공제되어야 한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부당합니다.

마. 피고들은 총회비용이 과다 책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등 협력업체 용역대금이 과다 책정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안암6구역 일부 조합원들이 원고 조합의 조합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하여 수사가 진행중입니다. 원고 조합의 조합장이 리베이트를 받고 협력업체 용역대금을 과다하게 책정했다는 혐의입니다. 물론 원고 조합의 조합장은 범죄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수사가 종결될 것으로 보이는 바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바. 피고들은 원고 조합이 협력업체들에게 기 지급한 용역대금이 전체 사업공정율에 비추어 초과 지출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원고 조합은 도시정비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업체들을 선정하였고, 총회의 결의를 거쳐 각종 용역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체결된 계약 내용에 따라 용역대금을 지급한 것을 부당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인 바, 피고의 주장은 부당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각 협력업체와 체결된 용역계약서를 증거로 체출합니다.

사. 피고들은 원고 조합이 시공사로부터 빌린 금원 중 무이자 대여금에 대한 이자는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더라면 원고 조합이 시공사로부터 무이자로 대여받은 금원에 대하여 이자를 지급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사업이 좌초된 상황에서 이자 지급을 거절할 명분이 없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시공사의 대여금 회수 요청 공문을 증거로 제출합니다.

3.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들의 공제 주장은 이유없는 바, 매몰비용 45억원을 모두 인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입증방법

1. 갑제3호증의1   추진위원회설립동의서 징구용역계약서
1. 갑제3호증의2   조합설립동의서 징구용역계약서
1. 갑제3호증의3   조합설립변경동의서 징구용역계약서
1. 갑제4호증의1   정비사업전문관리용역계약서
1. 갑제4호증의2   설계용역계약서
1. 갑제5호증      백두건설 대여금 회수 요청 공문

위 원고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창천
담당변호사 김 명 찬

2013년 7월 법무법인 창천 상담실.

상담실 테이블 위에 소송기록과 관련 자료들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다. 김현수 조합장이 자료를 들춰가며 김명찬 변호사에게 이것저것 설명하고 김명찬 변호사도 체크해 두었던 사항들을 짚어가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가칭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조합해산 시점까지 사용된 45억원의 상세내역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아야 소송에 이길 수 있다고 해서 죽기 살기로 조합설립변경동의서를 걷었습니다. 우리야 뭘 아나요? 변호사가 그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해서 그렇게 한 것이지요. 1심에서 이겼을 때는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 비슷한 소송에 걸린 다른 조합들은 다 지고 있었거든요.”

“시공사선정 결의무효 확인소송은 어떻게 돼가고 있었죠?”

“백두건설에서 대형 로펌 변호사를 선임해서 대응했는데 1,2심 모두 패소하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시공사 선정총회를 다시 한 것이군요?”

“네. 마침 2011년 6월 15일 안암재정비촉진계획 변경 고시로 용적률이 256%로 상향 조정되면서 축제 분위기 속에 시공사를 새로 선정하게 된 것입니다.”

* * *
2010년 9월 30일.
드디어 조합설립변경인가 고시가 났다. 조합설립변경총회를 개최한 지 45일만의 일이었다.
이동호는 총회가 끝난 다음 날 바로 성북구청에 조합설립변경인가 신청서를 접수시켰다. 혹시라도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다른 구역의 경우 창립총회 이후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준비하는 사이에 반대파에서 조합설립 동의철회서를 걷어 구청에 접수시키는 바람에 동의율 부족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었다. 안암6구역에서도 그런 일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더군다나 박두수와 박현길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었다.

김현수는 성북구청에서 조합설립변경인가 통지서가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강치호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변호사님, 드디어 조합설립변경인가가 났습니다.”

“아, 그래요? 잘 되었네요. 얼른 팩스로 보내 주십시요. 바로 법원에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박두수가 일부 조합원들을 내세워 행정법원에 제기한 조합설립인가취소소송의 증거자료로 제출하겠다는 말이다.

강치호 변호사는 조합설립변경동의서를 징구하여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으면 소송에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었고 김현수는 강 변호사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지만 강 변호사의 주장은 논리정연했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박두수측에서 민사법원에 제기한 시공사선정 결의무효 확인소송은 6월 22일 1심 패소판결이 선고되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었다.

백두건설이 거액의 착수금을 주고 대형 로펌에 변론을 의뢰했지만 추진위원회 단계에서의 시공사 선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를 어찌할 수는 없었고 항소심 결과도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태였다.

“변호사님, 잘 부탁드립니다. 이 소송만은 꼭 이겨야 됩니다. 만에 하나라도 지는 날에는 정말 큰일납니다.”

김현수는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린 절박한 심정이었다. 시공사선정 결의무효 확인소송에서 패소하고 조합설립인가 취소소송까지 패소하게 되면 정말 조합원들을 볼 면목이 없는 것이다. 조합설립변경동의서를 걷기로 결정하는 과정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변경인가를 받으면 정말 하자가 치유되는 겁니까?’

‘변경동의서 걷는 데도 돈이 많이 들어 갈텐데 그 비용은 어떻게 할 겁니까?’

‘변경인가까지 받았는데도 소송에 지면 어떻게 할 겁니까?’

이사회와 대의원회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고 김현수는 모든 것을 걸어야만 했다.

‘만에 하나 잘못되면 제가 물러나겠습니다.’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데 어쩌겠습니까? 제가 모두 책임지겠으니 이번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김현수의 입장을 잘 알고 있는 강치호 변호사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재개발재건축 전문변호사는 소송만 잘 해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추진위원회, 조합, 정비업체, 시공사, 설계업체 등 재개발재건축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자문에 답을 주어야 하고 때로는 시청과 구청 공무원들의 자문에도 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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