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삼술 국토해양부 도시재생과 사무관
유삼술 국토해양부 도시재생과 사무관
“재건축·재개발 도입부터 뒷얘기까지 쉽게 풀어 쓰다보니 책 두꺼워졌네요”
  • 박노창 기자
  • 승인 2011.05.03 0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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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3 15:56 입력
  
 제도운영하며 겪은 경험·하고싶은 말 편하게 전달
‘정비사업 바이블’… 정치 비하인드 스토리도 담아
 
 
유삼술
국토해양부 도시재생과 사무관
 
■ 유삼술 사무관 프로필
△대구고/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제45회 사법고시 합격/사법연수원 제35기
△건설교통부 주거환경과/국토해양부 주택정비과
△국토해양부 도시재생과 도시재생 정책 담당(現)
 

국토해양부 주택정비과는 국내 재개발·재건축 정책과 제도를 총괄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실무 브레인으로 4년여간 근무한 현직 사무관이 재개발·재건축 관련 서적을 출간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삼술 사무관이 주인공으로 최근 ‘재개발·재건축의 입문’이라는 책을 펴냈다. 약 1천여 페이지로 구성된 이 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중심으로 제도 도입취지는 물론 당시 정치적 비하인드까지 담아 해설서로는 드물게 읽는 재미까지 있다. 집필기간 동안 유 사무관은 딸아이와의 금연 약속을 어기고, 다시 고시원 생활까지 했다. 부끄럽지 않은 책을 내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유 사무관의 열정과 노력을 담았다는 게 국토부 내 동료들의 평가다. 재개발·재건축을 담당하던 유 사무관은 현재 국토부내 도시재생과로 자리를 옮겨 말 그대로 ‘도시재생’이라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국토부의 재개발·재건축 담당 사무관이 직접 집필한 책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높다.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4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도정법의 운영 및 제·개정 업무를 담당했다. 그동안 법률이 많이 개정됐는데, 관련 업무 종사자로부터 잦은 제도변화로 인해 도정법의 해석이 어렵다는 고충을 많이 들었다. 법령 개정의 취지와 배경을 어떤 형태로든 설명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도정법을 운영하면서 하고 싶은 말도 많았지만, 관련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마땅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제도를 운영하면서 겪은 경험과 하고 싶은 말들을 전달하는 형식으로 ‘책의 출판’을 선택한 것이다.
 

또 국토부 여러 선배님들로부터 책을 출판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제도를 운영했던 실무자로서 책을 출판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는 말씀이었다. 제도를 운영했던 실무자로서 얻은 많은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과거의 경험과 제도개선 과정을 정확히 전달함으로써 향후 정책수립자와 관련 업무수행자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제도의 제정배경이나 입법 당시의 기조 등 외부에서 알기 어렵지만, 법의 해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가능한 충실히 서술하고자 노력했다.
 
▲책 제목은 ‘재개발·재건축의 입문’이라고 되어 있지만 단순한 입문서가 아닌 것 같다. 법에 대한 해설부터 실무에서 묻어난 경험과, 관련 판례까지 병원으로 치면 거의 종합병원 수준이다. 그래서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눈길이 가게 만든다. 왜 책 제목은 ‘재개발·재건축의 입문’인가?
=우선 책은 쉽게 쓰고 싶었다. 재개발·재건축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읽어 나갈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 그런 취지에서 책 제목을 결정했다. 그러나 책을 쓰는 과정에서 욕심이 많이 생겼던 것 같다. 다소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빼고 가면 전체적인 맥락이 연결되지 않을 것 같고, 쓰고 싶은 내용을 모두 쓰면 책이 너무나 방대해지고 입문서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할 것 같아 고민이었다. 책을 통해 다뤄야 할 범위와 깊이를 어디에 맞추어야 할지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것 같다. 이런 욕심으로 가볍게 쓰고자 했던 책이 집필 과정에서 양적으로 많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아쉬움이 많다. 하지만 입문서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 설명을 최대한 충실히 하고자 노력했다.
 

▲책이 거의 1천여 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양이다. 책의 두께 만큼이나 그동안 공을 들인 노력이 상당할 것으로 짐작이 된다. 책은 언제부터 준비했나?
=책을 쓰기 위해 준비한 기간은 이미 오래 전이다. 국토부에 오랜기간 파견을 나와 있던 한국감정원의 이종만 과장님(공동 저자)과 출판에 대해 합의하고 준비를 시작한 지 벌써 4년이 다 된 듯 하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이라는 영역은 언제나 현안이 많이 발생한다. 많은 현안으로 인해 나에게 집필할 여유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사실 지난 2007년 말 국토해양인재개발원의 재개발·재건축 사이버교육 과정의 원고를 집필하면서 본격적인 출판 준비가 시작됐다. 사이버과정의 원고를 발전시켜 2009년 출판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2009년 2월 6일 도정법 전면개정, 용산세입자 사망사고와 그 대책 마련 등으로 더 이상 집필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집필은 계속해서 미뤄졌다. 더 이상 미루면 그 동안 작성했던 자료가 빛을 보지도 못하고 사장될 것 같아 시간을 쪼개어 원고를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종만 과장님의 역할이 컸다.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며 집필 방향을 조율해 갔다. 현장 경험이 없는 나에게 이종만 과장님의 풍부한 현장경험은 많은 시사점을 주었으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었다. 원고마감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에는 서로간의 관계가 소원해질 정도로 원고정리가 벅찼다. 촉박한 시간에 쫓기면서도 정리해야 할 원고는 많았기 때문이다. 원고가 마무리되고 나니 서로가 시간에 쫓기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을 뿐이다. 인터뷰 자리를 빌어 이종만 과장님께 그간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번 책이 다른 책들과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
=재개발·재건축의 입문이 완성되어 갈 무렵에는 이미 재개발·재건축과 관련한 많은 전문서적이 출판돼 있었다. 모든 책이 많은 고민 속에서 태어난 책으로 보였고, 저마다의 장점이 있어 보였다. 이러한 발간의 홍수 속에서 ‘또 하나의 졸저를 세상에 내어 놓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도정법의 제·개정과 운영을 담당했던 사람만이 전달할 내용도 많았다. 그와 같은 내용이 흔적없이 사라지는 것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필함에 있어서도 제도변화의 과정을 최대한 상세히 다루고자 노력했다. 제도의 도입배경, 입법취지, 당시 정치적 기조 등을 다뤘다. 이러한 내용은 제도를 이해함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다만 공직자로서 모든 내용을 쓸 수 없는 한계도 있었다. 분명 제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지만, 너무 정치적이거나 외부에 알리는 것이 적절치 않은 내용은 담지 않았다. 그러한 내용은 제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또 다른 분쟁의 원인이 될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책에 담을 내용과 담지 말아야 할 내용을 구별하는 것도 집필 과정의 애로사항 중 하나였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해야만 했다.
 

▲책을 집필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책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였다. 그간의 자료를 온전한 책의 형태로 틀을 잡은 시기였기 때문이다. 올해를 맞이하면서 아내와 딸아이에게 약속한 것이 있었다. 출판과 금연이다. 1월 1일에는 딸아이와 함께 전자담배를 샀다. 그러나 출판과 금연은 애초에 서로 상충되는 약속이었던가 보다. 지금도 여전히 담배를 피고 있다. 1월 1일 전자담배를 사고 난 후 과천에 소재하는 고시원에 등록을 했다. 집에 마땅한 집필 장소가 없었던 탓에, 퇴근하면 고시원으로 가 책을 썼다. 오랜만에 고시생이 된 느낌이었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고시원의 좁은 공간은 집중도를 높여주었으나, 담배에 대한 생각은 더욱 커졌다. 결국 전자담배는 책상 서랍속에 제 자리를 잡았고, 딸아이와의 약속은 깨졌다. 책을 쓰는 동안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남편과 아빠를 이해해 준 아내와 딸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집필한 책이 업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특히 조합과 시공사, 정비업체를 비롯한 각종 협력업체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한 팁이 있다면?
=책을 읽는데 특별한 팁이 있을지 모르겠다. 굳이 팁이라면 제도를 이해함에 있어 현재의 제도만을 살펴서는 정확한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을 다루는 도정법에 있어서는 변화가 많다.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견고한 이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흐름을 이해할 경우 사소한 법률개정에 흔들림 없이 법률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흐름은 제도의 변화과정에 있지, 하나의 시점에 있지 않다. 왜 이러한 제도가 등장하게 된 것인지, 지금 현안이 되는 논의는 어떤 역사의 과정에서 발단이 된 것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책을 읽을 때 너무 지엽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고 역사서를 읽듯이 전후 맥락을 살피기를 바란다. 또한 각주에도 많은 내용을 다루었으므로, 각주라 해서 소홀히 읽지 않기를 바란다.
 

▲재개발·재건축의 입문 이후 또 다른 출간 계획은 없나?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제 태어나 처음으로 책이란 걸 썼다. 앞으로 또 기회가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집필에서 해방되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재개발·재건축하면 으레 떠오르는 것이 갈등과 분쟁이다. 거기에 비리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다. 구도심의 재생과 주택공급을 위한 유일한 통로이자 창구라는 순기능이 있는데도 말이다. 재개발·재건축이 어떻게 하면 이런 오명을 벗을 수 있는지, 또 앞으로 재개발·재건축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말해 달라.
=제도는 시대적인 요구에 뒤따르게 되는 것이 일반이다. 제도가 시대적인 요구를 이끌어 가기 보다는 요구에 후행하여 그에 뒤따르게 된다는 말이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이 과거 활발히 일어났다는 의미는 많은 국민이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요구에 따라 제도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된 것이다. 이를 통해 구도심내 직주근접형 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변화가 있는 듯하다. 제도의 변화가 아니라 시대적 요구의 변화 말이다. 요구의 변화가 있게 되면, 제도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다. 중요한 점은 요구의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는지를 정확히 인지하는 것일 것이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은 많은 순기능이 있다. 전면철거를 통하지 않고는 도저히 개선할 수 없는 낙후 지역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주민 대다수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경우에는 해당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데 정비사업 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재건축은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정비사업이 불필요한 지역에 대해서도 구역이 지정되고, 대다수의 동의가 없었음에도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의 과잉이다. 불필요한 정비사업이 꼭 필요한 정비사업을 수적으로 초과하고 있다. 이로 인해 꼭 필요하고 바람직한 정비사업도 그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적 요구가 변하고 있다. 과거의 주택가격 급등기에 무분별하게 추진되던 정비사업에 대한 회의가 시작된 것이다.
 

시대적인 요구에 맞추어 재개발·재건축사업도 변화해야 할 것이다. 전면철거형 정비사업의 추진은 꼭 필요한 지역에서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전면철거 이외 다양한 정비기법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기존의 정비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사업자, 주민, 정책입안자의 인식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정비기법을 개발하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국민적 요구가 이미 변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시기로 보인다. 이러한 준비를 통해서만 구도심 재생사업에 대한 새로운 정책 시행의 실기(失期)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장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뉴타운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잿빛으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최근 뉴타운과 관련해 서울시와 경기도가 각각 대책을 발표했다. 국토부에서도 도정법과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통합하는 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통합법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무슨 내용들이 주로 담기게 되나?
=최근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뉴타운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요지는 주민 대다수가 원하지 않을 경우 지구지정을 해제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지정된 지구·구역을 해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사업이 추진되었고, 이로 인해 많은 비용이 지출되었기 때문에 이를 무(無)의 상태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뉴타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그 ‘시작’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 일단 시작하게 되면 되돌리기도, 계속 추진하기도 어려운 것이 정비사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 인식하에 정부에서도 도정법과 도촉법을 통합하고 있다. 아직 그 내용을 말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정비구역 등의 해제절차를 마련하고 새로운 정비기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개선도 중요하지만, 과거에 진행되던 정비기법을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향후에도 현행과 같은 제도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할 때에만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발전 방향이 모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 종사자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책을 막상 세상에 내 놓자니 졸렬한 문장과 정제되지 않은 문투가 부끄럽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책을 읽으면서 오타나 필자의 성급한 생각을 접하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 주시기 바란다. 내용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려다 보니 어떤 내용은 독자들의 생각과 다를 수 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필자의 생각이 잘못된 경우에는 지적도 아끼지 말아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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