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박일규 변호사>대의원회에 관한 법제처 해석
<열린광장 박일규 변호사>대의원회에 관한 법제처 해석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1.04.07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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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7 15:25 입력
  
박일규
변호사/H&P 법률사무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제25조제2항은 대의원 수에 관하여 “대의원회는 조합원 10분의 1 이상으로 하되 조합원의  10분의 1이 100인을 넘는 경우에는 조합원의 10분의 1 범위 안에서 100인 이상으로 구성할 수 있으며, 총회의 의결사항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을 제외하고는 총회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에 의하여 정하여진 대의원 수이기 때문에 통상 이를 ‘법정 대의원 수’라고 칭한다. 최근 법제처는 법정 대의원 수에 미달하는 대의원회 구성은 무효이고 나아가 그러한 대의원회에 의해 이루어진 의결 역시 무효라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렸다.
 
만약 일부 대의원이 무자격자였음이 밝혀지거나 사임 등의 사유로 법정 대의원 수에 미달하는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반드시 결원 대의원을 충원하여 법정 대의원 수를 충족하였을 때 적법한 대의원회 구성을 인정할 수 있고, 적법한 대의원회 구성을 전제로 하여서만 비로소 적법·유효한 의결이 가능하다는 것이 법제처의 논리인 셈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법정 대의원수가 100명인데 그에 1인 미달하는 99명으로 구성된 대의원회가 법정 대의원 수를 충족시키기 위해 1인 대의원의 보궐선임을 목적으로 재적 대의원 99명 모두의 참석과 참석 대의원의 만장일치로 해당안건을 의결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의결은 무효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제처의 위와 같은 해석에는 전혀 찬성할 수 없다. 대의원회의 존재이유가 전체 조합원들의 민주적 의사를 충실히 대변하고 조합업무 처리의 효율성 제고에 있다는 법제처의 의견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결국 대의제를 기반으로 한 대의원회의 민주적 의사결정은 도정법령 및 조합의 정관에 따른 절차와 방법을 준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며, 도정법령 및 정관상 대의원회의 의사결정 방법을 관통하는 핵심은 다름 아닌 “다수결의 원칙”이다.
 
따라서 설령 대의원회의 재적 대의원 수가 도정법이 정하는 법정 최소 대의원 수에 다소 미달되는 상황이 발생 하였다 하더라도 법정 대의원수를 기준으로 한 의사정족수와 의결정족수를 모두 충족하는 정도의 다수 대의원의 참여 하에 적정한 토론과 비판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의결이라면 그것으로써 조합원 다수의 의사를 반영하여 민주적으로 의사를 결정한다는 대의원회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법정 대의원수가 충족되는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는 한 해당 대의원회의 의결내용은 동일하게 유지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법정 대의원수를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대의원회 의결을 무효로 보고 법정 대의원수의 충원 후 동일한 결론에 이를 것이 분명한 대의원회의 개최를 반복케 하는 법제처의 해석은 민주적 의사결정의 핵심인 다수결 원칙이라는 대의원회의 운영원리를 도외시 한 것이고, 정비사업조합의 실무처리 관행과도 동떨어져 현실성이 없다.
 
나아가 조합으로 하여금 시간·경제적 측면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토록 강요하고 조합원들 간에 아무 실익 없는 분쟁만을 양산하여 정비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비사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형식논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미 우리 대법원은 정비사업조합과 그 실질 및 법적규율 상황이 매우 유사한 토지구획정리사업조합의 대의원회 의결의 적법·유효 여부가 다투어진 사안에서 “정관상의 대의원 정족수 및 사임 혹은 무자격 대의원을 감안한 재적 대의원수, 결의 당시 참석한 대의원 중 유자격 대의원 수에서 결의에 찬성하지 아니한 대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대의원의 찬성만으로도 정관상의 의사정족수 및 의결정족수를 충족하는지 여부” 등을 기준으로 대의원회 결의의 효력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6다22494 판결)한 바 있다.
 
이는 무자격 대의원 및 사임 대의원이 존재하여 법령이나 정관이 정하고 있는 대의원 정족수에 다소 미달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당연히 대의원회 구성 및 대의원회 의결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전제하에, 법정 대의원수를 기준으로 하여서도 의사 및 의결정족수를 충족할 정도의 다수 대의원이 참여하여 이루어진 의결이라면 그 대의원회 의결은 적법·유효한 것으로 승인되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추후 동일한 쟁점으로 소송상 다투어질 경우 법제처의 해석론이 법원으로부터 수용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법에 관한 최종·최고의 해석기관은 물론 사법부다. 그러나 행정청의 관여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정비사업의 현실을 고려하면 국토해양부나 법제처의 유권해석 역시 정비사업의 실무에 직접적이고 막대한 파급효과를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법원의 판결에 뒤지지 않는다.
 
법령해석에 관하여 가능한 한 보수적이고 엄격한 입장을 견지하여 최대한 행정실무의 법률적합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공무원 조직의 일반적 경향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정비사업의 현실과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부합하기 어려운 이번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씁쓸한 여운을 남기는 것만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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