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사업계획 크게 변경됐다면 분양절차 다시 밟아야”
부산지법 “사업계획 크게 변경됐다면 분양절차 다시 밟아야”
  • 최영록 기자
  • 승인 2011.03.09 0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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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9 13:02 입력
  
“현금청산 대상자에게도 분양신청 권한 줘야” 판결
새로운 사업계획에 해당… 현금청산 대상자 구제
 
 

당초 사업시행계획에 큰 변동이 생겨 변경인가를 받았다면 기존 현금청산 대상자에게도 새로운 분양신청 권한을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1월 27일 부산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홍광식)는 배모씨 등 4명이 부산시 사하구 당리1구역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관리처분계획 일부취소’ 소송에서 “주택규모, 분양세대수, 총사업비 등이 변경돼 기존의 현금청산 대상자가 새롭게 분양신청을 할 경우 관리처분계획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건축규모가 대폭 변경됐다면 전체 조합원은 물론 현금청산 대상자에게도 분양신청을 하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이번 판결의 핵심이다.
 

▲실질적인 새로운 사업시행계획에 해당=현행법에 따르면 관리처분계획은 사업시행계획을 기준으로 분양공고 및 분양신청을 거쳐 수립하게 된다. 이때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현금청산 대상자는 관리처분계획에 포함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해 주택규모, 분양세대수, 총사업비 등에 변화가 생긴 경우 분양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게 이번 판결의 쟁점이다. 나아가 기존 사업시행계획에 따라 현금청산 대상자에게도 새로운 사업시행계획에 따른 분양신청에 참가시킨 후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야 유효하다는 것이다.
 

먼저 재판부는 기존 사업시행계획의 변경 정도에 대해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존 사업시행계획에서 정한 주택규모, 분양세대수, 총사업비 등의 내용이 변경될 경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제38조에서 정한 경미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한 조합원의 분담금 규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사업시행계획 변경으로 조합원의 분담금이 증액되는지 아니면 감액되는지 여부는 조합원들이 앞으로 당해 재개발사업에 참여할지 여부를 정하는 핵심사항이 된다”고 판시했다.
 

실제로 당리1구역 재개발조합의 경우 사업시행계획 변경으로 인해 기존보다 대형평형이 줄고 중·소형평형이 늘어난데 이어 전체 건립가구수, 사업비 등도 증가했다.
 

또 재판부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및 관할 행정청의 인가로 기존 사업시행계획의 내용이 변경되는 경우, 기존 사업시행계획의 내용과 변경된 사업시행계획의 내용은 조합원의 권리의무에 관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해 상호간 동일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따라서 변경된 사업시행계획이 실질적인 새로운 사업시행계획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사업시행계획 변경에 따른 새로운 분양신청 가능=재판부는 사업절차상 경미한 변경이 아닌 내용이어서 새로운 사업시행계획에 해당한다면 처음부터 분양신청 절차를 새롭게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존 현금청산 대상자가 마음을 바꿔 새로운 사업시행계획에 따라 분양신청을 할 경우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법리를 종합해 보면 비록 당초 인가된 사업시행계획에 따라 분양공고 및 분양신청이 이뤄졌다고 하여 이후 변경된 사업시행계획의 내용에 따른 분양공고 및 분양신청이 면제되거나 대체된다고 할 수 없다”며 “변경된 사업시행계획이 새롭게 정해진 사업시행계획에 해당하므로 사업시행자는 토지등소유자인 조합원들에게 변경된 사업시행계획에 따라 다시 분양공고 및 분양신청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사업시행계획에 따라 현금청산을 택한 조합원이라고 하여 변경된 사업시행계획에 따른 분양공고 및 분양신청 절차에서 배제될 수 없다”며 “이 때 조합원은 기존 입장을 번복해 변경된 사업시행계획에 따른 분양공고 및 분양신청 절차에서 새로 분양신청을 할 수 있고, 그러한 분양신청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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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설계 변경으로 조합원 권리에 영향 끼쳤다” 주장
 

■ 소송 왜 제기됐나

당리1구역은 지난 2006년 11월 사하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분양신청을 받았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배모씨 등은 당시 분양신청을 하지 않고 현금청산을 원했다.
 

이에 조합은 배모씨 등을 현금청산 대상자로 분류하고 지난 2008년 2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그러던 중 조합이 시공자와 협의를 거쳐 당초 분양하기로 한 대형평형의 물량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고, 총회를 거쳐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은 후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받았다. 이때 사업비는 기존 1천316억8천77만1천원에서 1천349억9천248천원으로 변경됐다.
 
건축개요 역시 기존 135㎡ 규모를 절반 이상 줄이고 85㎡ 규모를 대폭 늘렸다. 건립 가구수도 50가구 이상 증가했다.
 
이후 조합에서는 현재 조합원들은 물론 기존 현금청산 대상자를 포함, 새로운 분양신청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자 배모씨 등은 입장을 바꿔 분양신청에 동참했다. 조합은 이를 받아줬고, 분양신청을 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관리처분계획 변경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사하구청은 ‘배모씨 등의 경우 최초 관리처분계획 인가시 현금청산자로 분류된 자들에 해당하기 때문에 분양대상자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분양대상자에서 제외하라는 행정지도를 했다. 이후 조합은 배모씨 등을 현금청산 대상자로 정하는 내용을 수정한 관리처분계획을 세워 지난해 9월 변경인가를 받았다.
 
배모씨 등은 “현재 사업시행계획은 종전과 비교해 건축면적, 연면적, 용적률, 분양세대수 등 대부분의 건축설계 변경이 존재해 조합원의 권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됐으므로 종전 사업시행계획을 기준으로 한 분양신청은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며 “조합도 처음에는 모든 조합원에게 분양신청의 기회를 제공했다가 사하구청의 행정지도로 우리들을 현금청산 대상자로 정한 이 관리처분계획은 위법하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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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범위 자세하게 따져봐야
소유권이전 땐 분양신청 불가
 

■ 체크 포인트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두고 생소한 판결이기는 하지만 당연한 결과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사업계획의 변경으로 건축규모에 변동이 생겨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어 변경인가를 받았다면 분양절차도 새롭게 거쳐야 하고, 분양 대상자도 당연히 조합원 전체가 돼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법률사무소 국토의 김조영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대형평형을 줄여 소형평형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하려는 조합이 많은데 이런 경우 사업계획 변경인가 후 분양신청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킨 것”이라며 “재판부가 사업시행계획 변경과 관련해 업무지침을 내려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사업시행계획의 변경 범위를 어느 정도로 정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짚어봐야 한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재판부가 법 시행령에서 정한 경미한 사항이 아닌 경우에 모두 새로운 분양신청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완화·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이 영진의 장재원 변호사는 “재건축조합의 경우 재건축소형주택을 추가로 건축하기로 하면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분양물량이 증가한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도 사업시행계획이 실질적으로 변경된 경우에 해당한다”며 “이번 판결에서는 무조건 분양신청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하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어 이러한 경우에도 반드시 분양신청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경미한 사항이 아닌 조합설립변경 요건에 해당하는 정도의 사업계획이 변경돼야 한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H&P법률사무소의 박일규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서 언급한대로 사업계획변경에 따라 토지등소유자가 사업에 참여할지 여부를 새롭게 결정해야 할 정도에 이르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미한 변경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질적으로 토지등소유자 75%의 동의가 요구되는 새로운 조합설립동의가 필요한 정도의 변경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비용분담기준, 설계의 개요, 소유권의 귀속 등 기존의 조합설립 동의의 내용적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조합설립동의가 필요한 정도의 변경을 가져오는 사업계획변경이 있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동인의 맹신균 변호사도 “이번 판결의 경우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사업시행변경인가를 득한다면 조합은 언제든지 새로이 분양절차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며 “따라서 재건축동의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해 조합원 3/4의 동의를 요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새로운 분양절차를 하는 것으로 축소 해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현금청산을 완료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종합법률사무소 정원의 채규달 변호사는 “건축설계의 대부분이 변경된다면 새로운 사업시행계획에 대해 분양신청을 새로 진행해야 한다”며 “다만 현금청산이 완료돼 조합에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됐거나 사업시행계획이 경미하게 변경됐다면 기존 현금청산자는 다시 분양신청을 할 수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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