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법 “재정비촉진사업으로 정비구역 면적 넓어져도 기존 추진위는 유효”
서울 고법 “재정비촉진사업으로 정비구역 면적 넓어져도 기존 추진위는 유효”
  • 심민규 기자
  • 승인 2011.03.09 0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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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9 10:22 입력
  
“확대구역 동의서 징구만으로 변경승인 가능” 판결
 1심 판결 뒤집고 추진위 변경 승인 기준 제시한 셈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돼 정비구역이 확대됨에 따라 기존 추진위가 동의서를 징구해 변경 승인을 받은 경우의 효력 여부에 대해 서울고등법원과 서울행정심판위원회가 잇달아 유효하다고 인정했다.
그동안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돼 정비구역이 확대된 경우 기존 추진위가 변경승인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업계의 논란거리였다.
여기에 일부 하급심에서는 정비구역이 확대된 경우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에 승인받은 추진위원회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고 이에 따라 기존 추진위원회의 지위가 흔들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이 하급심의 판결을 뒤집고 기존 추진위의 변경 승인에 대해 유효하다고 판결함에 따라 향후 판결의 추세가 추진위·조합 측의 승소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고법, “확대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에게만 동의서 징구해도 변경 승인 유효”=서울고등법원이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구역이 확대됐더라도 기존 추진위원회가 변경 승인을 받았다면 추진위는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구역이 확대된 경우 구역 전체의 토지등소유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동의서를 징구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는 추세였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이러한 하급심의 판결을 뒤집고 확대된 구역의 토지등소유자만을 대상으로 동의서를 징구했다하더라도 변경 승인이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따라 향후 대법원에서도 이 같은 법리가 그대로 이어질 경우 구역 확대에 따른 유·무효 논란은 종식될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김병운)은 지난해 12월 10일 김모씨를 비롯한 60명이 서울 서대문구청장을 상대로 한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인가 처분취소’ 소송에서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되기 전 설립 승인과 구역 확대 후 변경승인에 중대·명백한 하자가 없으므로 무효가 아니다”며 “유효한 추진위원회의 신청에 의한 조합설립인가는 신청자격이나 권한이 있는 자의 신청에 의한 것으로써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즉 서울고법은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구역이 확대됐다하더라도 기존 추진위는 유효하고 기존추진위가 확대된 구역의 토지등소유자만을 대상으로 변경승인을 받았다면 이러한 변경승인 역시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유효한 추진위가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한 것이므로 조합설립인가 역시 무효나 취소 사유가 될 수 없다는 판결이다.
 

이러한 판결의 근거로 재판부는 우선 기존 추진위의 지위 인정 여부에 대해 “2008년 2월 29일 개정 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관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시기를 정비구역 지정 고시 이후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토지등소유자로 하여금 승인신청 전에 언제라도 동의를 철회하도록 보장하고 있는 점 등을 비춰보면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고법은 확대된 구역의 토지등소유자만을 대상으로 동의서를 징구해 변경·승인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도정법 규정에 따르면 기존구역을 사업시행예정구역으로 해서 설립된 최초 추진위원회는 사업시행예정구역을 확대하는 업무를 수행할 권한이 있다”며 “기존구역의 토지등소유자들의 동의서는 사업시행예정구역의 범위에 대한 동의에 중점을 둔 것이라기보다는 주택재개발사업에 참가한다는 의사와 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들을 신임한다는 의사에 중점을 둔 것이라 할 것이다”고 판단했다.
 
즉 기존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는 사업시행예정구역의 범위에 대한 동의라기보다는 재개발사업의 참여와 추진위원회의 신임에 동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법원은 “기존구역의 토지등소유자들로부터 새로운 사업시행예정구역을 대상으로 하는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대한 동의를 받지 않도록 하더라도 토지등소유자의 이익이 침해될 여지가 많지 않다”며 “반대하는 토지등소유자들에게는 여전히 동의를 철회할 기회가 보장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시행예정구역이 확대된 경우 관할 관청의 변경승인을 얻기 위해서 기존구역의 동의자들로부터 다시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에 관해 명문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고, 해석 또한 명확하지 않으므로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고법은 촉진지구 지정으로 구역 면적이 확대됐다하더라도 추진위 변경동의를 철회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함에 따라 토지등소유자의 권리가 인정된 점과 변경승인의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으므로 무효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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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 확대 땐 동의서 새로 징구해야 유효’ 논란
 

■ 소송 어떻게 진행됐나

서울시는 지난 2004년 6월 정비기본계획에 따라 서대문구 북아현동 일대 7만5천㎡를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2005년 12월 이 구역을 포함한 서대문구 일대 82만1천㎡를 뉴타운지구로 지정·고시했다.
 
이에 선모씨 등은 2006년 5월 뉴타운지구 지정 전 정비예정구역의 토지등소유자들로부터 동의서를 징구해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을 신청했고 서대문구는 같은 해 7월 추진위를 승인했다.
 
이후 이 구역 일대는 2008년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사업시행예정구역이 종전 7만5천㎡에서 11만9천881㎡로 확대됐다. 이에 추진위는 확대된 구역의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를 받아 추진위 변경·승인을 신청했고 서대문구는 변경·승인을 내줬다.
 
하지만 김 모씨등 피고는 “정비구역이 확대돼 변경됨에 따라 기존 추진위는 추진위원회의 기능을 할 수 없으므로 새로운 추진위원회가 구성돼야 하는데 법적 근거규정이 없는 변경승인을 받은 추진위원회는 무효”라며 “전체 정비구역을 대상으로 새롭게 동의서를 징구해 설립된 추진위가 아닌 변경 승인을 받은 추진위가 설립한 조합 역시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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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 변경 유효 첫 상급심 판결
 

■ 전문가 시각

이번 판결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비구역 확대에 따른 추진위원회 변경승인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재정비촉진사업으로 정비구역이 확대되는 경우 구역 전체의 토지등소유자를 대상으로 동의서를 새롭게 징구해야 한다는 판결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확대된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만을 대상으로 변경승인을 받았더라도 유효하다는 판결이 최초로 내려졌다.
 
법무법인 영진의 강정민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사업시행예정구역이 확대됐더라도 최초 추진위원회에 대한 설립승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다”며 “기존 구역의 토지등소유자들로부터 새로 동의를 받지 않고, 확대된 구역의 토지등소유자들만의 동의를 얻어 추진위 변경승인을 받았더라도 유효하다는 점을 명확히 판 판례”라고 평가했다.
 
법무법인 동인의 맹신균 변호사는 “조합설립무효확인 소송과 관련된 많은 쟁점에 대해 조합측에 유리하게 판시했다”며 “확대된 구역만의 동의를 받아도 유효하다는 취지로 판시함으로써 구역확대에 따른 변경인가 절차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서울고법의 판결이 대법원까지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법률 전문가들 역시 다소 신중한 모습이다.
 
법률사무소 국토의 김조영 변호사는 “이번 판결의 취지는 확대된 구역의 동의만 받은 것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기존구역과 확대구역을 합해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지 않을 경우 법리 해석에 따라서는 대법에서 무효로 판결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H&P법률사무소의 박일규 변호사는 “고등법원은 재정비촉진계획이 결정·고시되기 이전에 추진위원회 승인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그 하자가 중대·명백한 것은 아니어서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만약 기존 추진위원회 승인처분만을 대상으로 쟁송기간 내에 취소소송이 제기됐다면 기존 승인처분은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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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구역 변경땐 토지등소유자 동의 불필요
 

서울고등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재정비촉진사업 등 시·도지사에 의해 정비구역이 변경된 경우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다시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원고 측은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돼 면적이 확대됐다면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또는 최초로 추진위원회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의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도정법〉 시행령 제23조제1항에는 “추진위원회는 정비사업의 시행범위를 확대 또는 축소하려는 때에는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또는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의 3분의 2 이상의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시·도지사에 의한 정비구역의 변경은 비록 그 과정에서 주민공람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토지등소유자들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지는 않는다”며 “시행령 제23조제1항은 추진위원회의 업무내용이 ‘비용부담을 수반하거나 토지등소유자의 권리·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내용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으로 시·도지사에 의해 정비구역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즉 추진위원회가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임의로 면적을 변경하는 것이 아닌 시·도지사가 정비구역을 확대·축소하는 경우에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도정법〉 시행령 제23조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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