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기석 한국도시개발보상 대표<上>… 사람을 위한 감정평가 한평생
곽기석 한국도시개발보상 대표<上>… 사람을 위한 감정평가 한평생
나의 길, 나의 꿈 … 땀과 희망, 열정의 드라마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5.12.2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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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평가방법 찾는 창의성이 중요
토지가격 색별도 만들어 색으로 설명

사람에게든 물건에게든 잣대를 대는 역할에는 묵직한 책임과 사명이 따른다. 하물며 삶의 터전이다.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한 자락이었을 테고, 또 누군가에는 일생의 추억이었을 테다. 명실상부 국내 도시정비, 감정평가, 보상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통하는 곽기석 한국도시개발보상(주) 대표가 허투루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이유다.

1980년 한국감정원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 2011년 정년퇴임하기까지 곽기석 대표는 공직자로서 누구보다도 날카롭게 자신을 벼르며 올곧은 신념을 지켜왔다. 감정평가와 정비사업 모두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서게 되기 마련이다. 중심이 곧지 않으면 균형을 잃는 건 한순간이다. 이에 곽기석 대표는 자신 있게 말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함부로 휘둘리지 않고 원칙을 지켜왔다고 말이다. 36년 동안 도시정비, 감정평가, 보상을 두루 거치며 도시개발 전문가로 첫 손에 꼽히게 된 곽기석 대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무엇보다 한국도시개발보상(주)의 수장으로서 대한민국 도시개발에 현역으로서 여전히 한 획을 긋고 있다.

 

한국감정원, 재개발 평가와 만나다

1980년, 스물일곱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더 없는 청춘의 나이에 곽기석 대표는 한국감정원 공채 9기로 입사해 사회에 첫 걸음을 내딛었다. 여러 가지 선택지 중 감정평가에 마음이 간 것은 좀 더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돌아보면 그는 어떤 일이든 역동적으로, 그러면서도 원칙을 고수하며 해내는 능력이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잣대를 누구보다도 날카롭게 세웠던 곽기석 대표는 초창기, 기업감정을 비롯해 담보, 경매 물건 등 일반적인 감정평가 업무를 맡아왔다. 그러다 1987년, 어느덧 서울에서 자리를 잡은 그는 그의 인생을 바꿔줄 재개발 감정평가와 만나게 된다. 민원 발생이 많아 모두가 꺼리는 재개발의 세계에 그가 손을 들고 자원해 들어간 것이다.

“저라고 힘든 게 안 보였을까요. 그렇다고 하나같이 뒤로 빠지면 누가 그 일을 하나요. 당시엔 정말 희생정신이 발휘되었던 것 같아요. 아무도 안한다고 하는 상황이면 차라리 내가 나서서 하는 게 맘이 더 편했으니까요.”

조금은 호기롭게 시작한 재개발 감정평가, 하지만 각오했던 것 이상으로 만만치 않은 난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덤벼들었다. 역시나 민원이 문제였다. 덩치가 좋은 장정들이 스무 명씩 사무실로 찾아오기도 했고, 감정 평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사무실에 인분을 쏟는 과격한 항의를 하기도 했다.

주민들이 모두 이주하고 텅 비어버린 재개발 구역이 청소년들의 탈선장소가 되어 신고를 했던 일은 물론이요, 감정이 격해진 주민들의 푸념과 협박에 시달리는 일은 부지기수였다. 그렇게 꼬박 6년 동안 홀로 재개발감정평가 업무를 진행한 곽기석 대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분야 최고 전문가로 성장해있었다. 행당 1,2,3구역, 옥수 9구역, 전농 4구역 등이 거칠게 그를 단련시켜준 스승이나 마찬가지다.
 

토지가격, 색으로 말하다

옛말 그대로 궁하면 통한다고 했다. 홀로 재개발 감정을 도맡으며 하루가 멀다 하고 민원에 시달리는 동안 곽기석 대표는 불평을 늘어놓는 대신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기로 했다. 가장 많은 민원이 들어오는 가격 부분에 대한 형평성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자신만의 평가 기법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민원의 대부분은 무조건 자신의 땅이 낮게 평가되었다는 것입니다. 잘 따져보지도 않고 일단 낮다고 항의부터 하는 것이지요. 저로서는 최대한 공정하게 형평성을 맞추어 감정을 한 것인데도 대부분의 민원인들에게 이를 조목조목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개발하게 된 것이 ‘토지가격 색별도예요.”

토지가격 별색도는 감정평가 가격대를 10여 단계로 나누어 해당 구역을 색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곽기석 대표가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적용한 방법이다. 도로가 인접한 구역, 주택가 지역, 방치되어 가치가 거의 없는 땅 등을 구별해 각 감정평가 가격대별로 각기 다른 색으로 칠을 하는 것이다. 가격에 따라 알록달록 칠해진 지도는 감정을 하는 입장에서는 한눈에 가격 밸런스를 확인할 수 있고, 민원인들은 주변 환경과의 객관적인 비교를 바탕으로 가격 평가의 형평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늘 민원에 시달리며 재개발 감정평가를 하는 저를 안쓰럽게 보는 시선이 많았지요. 하지만 이왕 할 거 발전적으로, 창의적으로 하면 재미도 붙고 보람도 커지거든요. 즐거움은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 같아요.”

 

감정 평가의 기본은 창의다

감정평가에 있어 곽기석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자질은 역시 창의력이다. 엄격한 잣대가 필요한 감정평가와 창의력이라? 조금은 의아한 조합처럼 보인다. 하지만 남들과 똑같은 방식으로만 접근하다보면 절대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 곽기석 대표의 지론이다.

불편한 것이 있다면 의문을 가지고 개선해나가고, 어디선가 불만이 나온다면 이유를 찾아 직접 개선해나가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틀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 고정관념을 깬 새로운 접근법, 즉 창의력이 발현될 때 더 발전적인 방법이 탄생하게 된다.

“감정평가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밸런스입니다. 이를 잘 맞추기 위해서는 입체적인 파악이 중요해요. 보통은 일렬로 나열된 목록만 보고 평가를 하게 되는데 이는 너무 평면적이지요. 그래서 저는 사전에 조사한 서류의 항목들을 항공도면에 일일이 다시 옮겨 적었습니다. 30년 된 목조 기와집의 경우, 그저 한 줄 목록만 보고 평가하는 것과 지도 속에서 해당 위치를 찾아 관련 사항을 표기한 후 주변 환경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입지를 입체적으로 파악한 다음 평가한 것과는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겠죠.”

효율적이면서도 정확한 평가방법을 계속해서 고민해온 곽기석 대표가 염두에 두는 건 딱 두 가지다. 첫째는 쉬울 것, 둘째는 밸런스를 잘 맞출 것이다. 건물을 평가할 때도 기준점이 되는 건물의 가격을 정해둔 뒤 그것을 중심으로 더 높은 수준과 낮은 수준을 상하, 상중, 하상, 하하 등과 같이 쉽게 구분해 가격의 균형을 맞춘다. 규모가 큰 재개발 구역의 경우 평가에만 6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이때 지금처럼 가격의 범위를 설정하여 구분 지으면 훨씬 쉽고 빠르면서도 정확하고 균형 있게 감정평가를 할 수 있다.

“감정평가라고 하면 지루하고 딱딱할 것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접근하는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흥미로울 수 있습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종후자산평가가 중요한데 그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조망과 일조량이거든요. 평면도, 조감도만으로는 다 알 수 없는 부분인데 이를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분석하면 훨씬 정확합니다. 시뮬레이션으로 실제와 똑같은 환경으로 건물을 세워놓고 해를 뜨게 한 다음 일조량을 파악해보면 1층 140분, 16층 400분과 같은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지요. 창의력은 물론 과학적 접근까지 접목되는 감정평가, 재미있지 않나요?”

곽기석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재개발을 가장 잘 알고, 가장 많이 경험한 전문가로 첫 손에 꼽힌다. 매번 다른 환경에 전혀 다른 이슈가 발생하기에 경험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장이 바로 재개발 현장이다. 그곳에서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며 커리어를 쌓아온 곽기석 대표는 단순히 시간으로 다져진 내공 뿐 아니라 언제나 새로운 접근법을 연구한 개척자로서의 열정까지 더하며 최고라는 수식을 얻게 되었다.
 

 

결국 사람을 위한 평가

사실 재개발 현장에 가면 사연이 없는 집이 하나도 없다. 안타까운 심경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감정평가의 잣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대신 그가 주민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최선이 있다. 정확한 감정으로 빠른 시간 내에 문제없이 인가를 받게 하는 것이다.

“제가 자부할 수 있는 건 6년 동안 제가 평가한 가격을 단 한 번도 고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정확했다는 의미이자 불필요한 지연 없이 조속히 절차가 이어졌다는 의미입니다.”

결과로 자신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이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일을 책임져온 이가 누릴 수 있는 자부심일 것이다. 누구도 나서지 않은 일, 고생길이 뻔한 일이기에 먼저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재개발 감정평가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는 곽기석 대표는 더불어 가장 인상적인 순간에 대해 ‘커피 한잔을 떠올린다.

“제 의도와는 다르게 재개발 현장에 가면 모두 저를 적대시하거든요. 그런데 그 와중에도 커피 한잔을 내미는 분이 계세요. 한겨울, 종이컵에 담긴 믹스 커피 한잔이 얼마나 따뜻하고 맛있던지요.”

그렇다. 결국은 사람이다. 주도적으로 나서 가장 격렬하게 항의를 하던 주민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후 밥이나 한 그릇하자고 손을 내미는 순간, 그간의 고생도 사라진다. 감정평가라는 딱딱한 잣대를 내밀지만 그가 보고 재는 곳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라는 걸, 그 속에는 누군가는 꿈을 키우고, 희망을 심는다는 것을 곽기석 대표는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아니 잊을 수가 없다.
 

재개발·재건축 컨설팅, 또 하나의 기회

재개발 현장을 숨 가쁘게 누비던 그에게 2000년, 또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찾아온다. 대규모 재건축 . 재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재건축 비리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던 상황, 이에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이 재개발 . 재건축 사업 컨설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된 것이다.

한국감정원의 새로운 행보에 가장 잘 발맞춰 나아갈 인물은 두말 할 것도 없이 6년 동안 재개발 감정평가 현장에서 고군분투한 곽기석 대표였다. 그는 한국감정원이 종합부동산 서비스를 위해 새롭게 출범시킨 도시정비사업단의 초대 단장으로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정부가 재건축비리근절을 선포할 만큼 시장이 많이 탁해있던 상황이었지요. 조합조차 스스로 견제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으니까요. 이에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이 나서 조합을 대신해 사업추진 단계에서 도급계약은 물론 이주와 청산까지 각종 업무를 대행, 감독하는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그 전문 조직을 제가 이끌게 되었고요.”

조직을 정비하고 곽기석 대표는 기본에 대한 질문부터 던졌다. 무리하게 사업비를 인상하고 불공정 계약을 맺는 시공사의 부당한 횡포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조합과 얽힌 각종 비리를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추진과정부터 꼼꼼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관련된 법과 제도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고 연구해나갔다. 그 과정에서 가장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관리처분이었다.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핵심 열쇠였기 때문이다. 그리곤 곧장 행동을 이어갔다.

“관리처분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이렇다 할 기준 없이 중구난방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몇몇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감정평가 업무처리기준을 만들어 실사를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층별, 향별, 입지별 여건을 망라한 가격 평가체계를 만들어 낼 수 있었지요.”

불편한 것은 편하게, 불투명한 것은 투명하게, 기준이 없는 것은 기준이 있게 스스로 나서 개선하고 새롭게 만들어 내는 곽기석 대표 특유의 일처리 방식이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이전까지 그랬으니까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는 주먹구구식 방식은 그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제도나 체계를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개발 . 재건축 현장에 만연되어 있는 잘못된 관행과 마인드를 바꾸는 것부터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길잡이라도 제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장의 애환, 제도의 변화를 바라보는 곽기석 대표의 눈은 언제나 날카롭다. 그래서 그는 정비사업의 큰 방향이 바뀌고, 정책이 다른 방향으로 갈 때마다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는 30여년 공직자 생활을 하며 정비사업의 중심에 몸담아온 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필요할 때 목소리를 내 주는 것이 업계나 후배들에게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곽기석 대표는?

▲ 1980. 2. 12 한국감정원 입사(공채9기)
▲ 1980~1999 감정평가 업무수행
▲ 2000~2007 도시정비처장
▲ 2008~2010 강서지점장
▲ 2010~2011 안양지점장
▲ 2011. 12. 30 한국감정원 정년 퇴임
▲ 2012~ 2013 (주)감정평가법인 대일감정원
▲ 2013~ 현재 (주)통일감정평가법인 대표
▲ 2014~ 현재 한국도시개발보상(주) 대표
▲ 주거환경연구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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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준 2019-02-01 07:13:33
용두6동의사는김환준이라고합니다재계발이미적거린지15년이지났읍니다집은포화상태재산은점점마이너스로돌아가고재계발한다는소식에투자로손해보고조합에가입했지만그것또한손해로기근이흔들립니다4가족의눈피눈물을흘리게한국가원망스럽습니다우리에게희망이라고는1%안남았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