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특별인터뷰 - 김우진 SH공사 기획경영본부장
2016 특별인터뷰 - 김우진 SH공사 기획경영본부장
“리츠 활성화로 공사비 절감… 도시재생 사업 선도하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6.01.1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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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에 목매는 재건축·재개발 사업구조 바꿔야
서울 빈집 1만호… 앞으로 10년이 부동산 과도기

 

SH공사가 주택공급 및 관리 전문공기업에서 도시재생 전문공기업으로 탈바꿈하며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주택들의 노후도 증가·도시기반시설의 쇠퇴 등 총체적 문제 발생에 대비해 도시재생을 통한 해법 모색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서울시내 빈집 1만호’라는 현실에 직면한 SH공사는 공기업 최초로 재건축·재개발 리츠 도입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리츠를 통해 공사비 및 사업비를 낮춰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SH공사의 리츠 도입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김우진 기획경영본부장을 통해 SH공사의 도시재생 및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을 소개한다.  〈인터뷰=이종규 편집국장〉

▲201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도시주택부문 전문공기업으로서 올 한해 SH공사의 전체적인 사업 방향과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SH공사가 단순 주택공급에서 도시재생을 선도하는 주택전문 공기업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기존의 SH공사는 서울시 내에서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한 주택공급 및 주택을 관리하는 곳이었습니다. SH공사라는 의미도 ‘서울시 하우징’으로 단순히 주택공급에 방점이 찍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기존 주택공급에서 도시재생으로의 체질개선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가 주택보급률 100%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이 같은 체질개선 변화가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서울이라고 해서 빈집이 없는 게 아닙니다. 서울에도 빈집이 1만호에 달할 정도로 도시쇠퇴 상황이 심각합니다. 이런 집들은 사람들이 들어가 살기 어려울 정도로 노후된 집입니다. 서울도 주택가의 슬럼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더 이상의 대규모 택지개발은 의미가 없습니다. 시내에 방치돼 있는 빈집 1만호를 되살리는 정책을 도입해야 합니다.

바람직한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주거복지도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예전의 주거복지가 자격기준에 부합되는 일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국민임대 또는 영구임대아파트 등을 제공하는 것에 한정됐다면, 도시재생에서의 주거복지는 거주민 유형별로 노년층·신혼부부·대학생·소년소녀가장·편부모가정에서부터 중산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거복지 수요에 부응하는 맞춤형 주거복지 제도로 변모해야 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SH공사는 새로 짓는 공공임대정책은 물론 기존 재고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매입임대’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도심 내 정비사업의 필요성은 누구보다 많이 인지하고 계실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현행 정비사업이 갖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현행 주택정비사업은 일반분양이라는 개발이익을 통해 사업비를 충당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반분양 당시의 경기변동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경기가 좋을 때는 분양이 잘되어 다행이지만, 불황일 때는 추가부담금에 따른 사업지체와 조합원 간 갈등이 발생하면서 사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따라서 이제는 정비사업의 전략을 바꿔야 합니다. 무엇보다 현행 정비사업 모델에서 비용 항목들을 꼼꼼히 따져보고 줄일 수 있는 비용은 과감히 줄여야 합니다. 미국은 우리와 같은 선분양 제도를 운영하지만, 일괄 분양을 하지 않고, 모델하우스도 없습니다. 일반분양 대상 전체 500채가 있더라도 첫 분양에서 10채를 팔 수도 있고, 50채를 팔수도 있습니다. 즉 경기 상황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분양 물량을 결정하고, 또한 가격도 결정한다는 얘기입니다.

이와 달리 우리는 단 한 번의 분양에서 한꺼번에 모든 물량을 팔려고 하다 보니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분양전문가인 분양대행업자를 선정하고, 모델하우스를 열어 광고홍보비로 거액을 지출해야만 하는 구조인 것입니다.

국내 정비사업에서 시공사가 내놓는 공사비가 비싸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일반분양의 책임을 시공사가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공사에서는 미분양 발생 등 위험요인에 대한 완충비용을 모두 공사비 안에 집어 넣는 것입니다.

▲현행 제도 중 어떤 점이 바뀌어야 정비사업이 활성화 될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정비사업은 시공사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금융 중심의 사업구조로 개편돼야 합니다. 시공사가 사업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원활한 자금 지원을 가능케하는 금융이 사업의 중심에 서야 합니다. 이 같은 새로운 구조의 대표적인 방식이 바로 ‘리츠’입니다. 일반분양 물량을 모두 리츠 법인에서 매입하기 때문에 분양 리스크가 사라지는 방식입니다.

이 방법은 공사비와 사업비를 모두 낮출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입니다. 우선 공사비 측면에서 시공사들은 일반분양을 책임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미분양에 따른 리스크 비용을 공사비에서 걷어내 보다 저렴한 공사비를 내놓을 수 있게 됩니다. 비용 측면에서는 설계·감리업체들도 안정적으로 용역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저렴한 설계·감리비를 제안할 수 있게 됩니다. 

아울러 일반분양을 하지 않기 때문에 광고홍보비·분양대행업자 용역비 등도 절감하게 됩니다. 공사비와 사업비가 낮아지면 그에 따라 분양가도 떨어지면서 부가적인 비용 절감 효과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예컨대 공사비가 낮아져 분양가가 떨어지면, 분양가 수준에 따라 책정되는 보존등기비 및 각종 금융비용도 낮아질 수 있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러한 장점을 가능하게 하는 원인은 높은 사업안정성입니다. 사업 시작시점에 일반분양 물량을 리츠가 전량 선매하면서 사업이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즉 사업초기 단계에 전체 건립 세대수 중 조합 물량, 서울시 임대주택 물량, 리츠투자자 물량이 확정되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리츠는 모든 사업참여자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우선 조합원들은 사업초기 단계에 부담금이 확정되기 때문에 이후 안심하고 사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시공사는 기성 비율에 따라 안정적으로 공사비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분양 책임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홀가분하게 공사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됩니다. 리츠 투자자들 역시 거품이 빠진 가격에 주택을 매입하므로 8년간의 임대수익과 함께 이후 매각을 통한 투자수익도 창출할 수 있어 모두에게 이익인 사업방식입니다.

▲현재 리츠가 근거 법을 가지고 정식 제도로 운영 중인데, 아직 활성화가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나라에만 있는 주택 전세 제도가 그 원인입니다. 매달 일정한 월세 수입이 있어야 리츠 투자자들에게 배당이 이뤄지는데, 현행 전세 제도 하에서는 매월 수입이 없고 매입한 주택을 매각할 때가 되어서야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익 실현을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 단점인 것입니다.

그러나 주택리츠도 점차 활성화 되리라 생각됩니다. 리츠는 기본적으로 투자 기간 중에 주기적인 배당을 받는 투자 방식입니다. 국내 주택 부문도 점차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면 주기적 배당이 가능하므로 주택리츠가 활성화될 것입니다. 

▲지난 4년간 대한민국에서는 초유의 뉴타운·정비사업 출구정책이 진행되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도시주택정책에 정치가 개입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안겨줬습니다. 뉴타운 정책은 도시계획적 필요성에 의해 진행됐다기 보다 정치권에서 남발하면서 문제가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자신들의 지역을 뉴타운으로 개발해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어주겠다고 공약한 것이 그 증거입니다. 이 과정에서 주택을 신축·개량할 수 있는 재산권이 묶이는 등 주민들의 피해가 발생하는 한편 사업도 지지부진해지면서 온갖 부작용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이런 부작용을 억지로 해결하려다보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기존 도시계획 질서의 틀을 깨는 주장들이 이어지면서 도시를 땜방손질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용적률 상향 또는 특별건축계획구역 지정과 같은 혜택 제공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이러한 사례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자신들이 공약한 뉴타운사업이 허우적대다보니 일종의 원죄의식 같은 것을 느껴서인지 오히려 이 같은 제도 도입에 앞장서고 있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란 백년대계로 가꿔가야할 삶의 터전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도시계획 체계 내에서 쾌적하고 편리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될 때 재건축·재개발과 같은 도시정비사업의 필요성도 배가되는 것입니다.

▲도시 발전 과정에 있어 우리나라 도시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해 주십시오.

앞으로 10년은 국내 도시주택 문제의 과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조만간 도시 슬럼 문제가 크게 부각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미 대한민국 수도 서울만하더라도 1만호의 빈집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 이 같은 상황을 방증합니다.

영국에서의 유학 생활을 떠올려보면, 영국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우리와 같은 과정을 겪었습니다. 영국도 2차 세계대전 후 주택 부족 문제가 크게 부각된 이후 우리처럼 신도시 개발과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대량의 주택공급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주택부족 문제가 완화되는 듯하더니 1990년대에 들어서는 슬럼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주택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대규모 공급 이후에 슬럼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도시가 양극화 되기 시작합니다. 부자들이 사는 동네와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로 도시가 둘로 나뉘면서 또 다른 사회문제를 발생시키기 시작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은 곧 슬럼으로 진행되며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들이 늘어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우리나라가 바로 이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지금부터 향후 10년 간 이와 같은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발생하면서 도시 전체가 개량을 필요로 하는 시기가 도래하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의 주택에 대한 요구수준도 더욱 높아지면서 현재 주택의 노후화는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실례로 198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 국민들은 벽에 이슬이 맺히는 결로 문제는 주택 하자가 아닌 감수해야하는 당연한 물리적 현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 같은 결로 문제도 하자로 여기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임시방편적으로 여기저기 도시 전체를 뜯고 고치고 땜방하는 구시대적 도시관리 기법은 조만간 한계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현실이 지금 SH공사가 도시재생에 전력 투구하고자 새 좌표를 설정한 이유입니다. 반대로 보자면 지금으로부터 앞으로 10년이 도시재생을 통해 국내 도시를 재도약시킬 수 있는 기회의 시기입니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의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가능하게 하는 노하우를 조언해주신다면 어떤 점을 말씀해 주고 싶으신지요.

투명하고 사심이 없으면서도 능력을 겸비한 집행부 구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조합 임원은 크게 3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첫째,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임원, 둘째 처음에는 사심이 없던 임원이지만 사업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에 의해 변하는 임원, 셋째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는 투명하고 사심 없는 임원입니다.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께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임원을 선정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유형의 임원은 아무리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감독을 강화해도 무슨 수를 쓰든지간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부류의 사람입니다.

반면 두 번째 부류의 임원은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정책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충분히 좋은 임원으로 뿌리내리게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윤리와 도덕만 가지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중소기업 CEO 수준의 처우개선을 해주고, 이에 대한 명예도 드높여줘야 합니다. 실제로 시의원보다도 지역 주민들에 대해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중요한 직책에 있는 사람이 바로 정비사업 조합의 임원입니다. 주민들이 선출하고 지역사회를 발전시킨다는 측면에서도 조합 임원의 중요성은 시의원에 뒤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던지 아니면 다양한 지원 방식을 도입해 지속적으로 관련 지원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면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이 줄고, 세 번째 부류의 바람직한 유형의 조합 임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6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예측하신다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작년과 같은 호황이 이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 경제 악화, 국내 경기 침체,  미국 금리 상승, 가계부채 문제 등 부동산 시장에 악재들이 줄줄이 늘어선 상황입니다. 현재 부동산시장에 들어와 있는 돈의 상당 부분이 실수요자들의 돈이 아닌 투자자들의 돈이라는 점에서 부동산시장의 하락이 예상됩니다. 작년 한 해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 증거입니다.

이 같은 투자자들은 외부 변수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수요자들이라면 계속 자신의 주택을 보유하면서 식비·문화생활비 등을 줄여 어떻게 해서든 버텨내지만 투자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부동산시장의 긍정적인 요인은 단 하나, 시중의 900조원의 부동자금이 갈 곳이 없다는 이유 한 가지 뿐입니다

■ 김우진 본부장 프로필
△ 경남 합천 출생
△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도시계획학 석사
△ 영국, Glasgow University, Town and Regional Planning, Ph.D
△ 주택산업연구원 기획조정실장
△ (주)코리츠 대표이사
△ (주)우림건설 부사장
△ (사)주거환경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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