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경미한 조합변경인가 땐 최초 인가의 유·무효 다퉈야”
대법원 “경미한 조합변경인가 땐 최초 인가의 유·무효 다퉈야”
  • 심민규 기자
  • 승인 2011.01.19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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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9 13:36 입력
  
 대법 “경미 변경은 신고·수리… 새 처분에 흡수 안돼”
‘동의서 재징구 후 조합변경인가’ 국토부 방침은 유효
 

경미한 변경으로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받았다면 최초의 조합설립인가 처분에 대한 취소·무효 여부를 다투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경미한 변경은 변경 사항에 대한 신고를 수리한 것에 불과해 새로운 조합설립인가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시 말해 일부 조합원에게 동의서를 추가로 징구해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받은 조합들에 대해서는 최초의 조합설립인가 당시를 기준으로 조합설립의 취소나 무효 여부를 다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경미한 사안으로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은 구역에 대한 판단일 뿐 조합설립동의율에 준하는 동의서를 징구해 변경인가를 받도록 한 국토부의 방침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이번 대법원의 판결 이후에도 하급심에서는 조합설립동의서를 재징구해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은 구역에 조합 승소 판결을 내려 이 같은 법률 전문가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법 “경미한 변경은 신고를 수리하는 의미… 설권적 처분 흡수 안 돼”=조합설립 변경인가를 받은 경우 조합설립인가 취소·무효를 다툴 소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결론적으로 경미한 변경으로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은 경우 종전의 조합설립인가 처분으로 취소 여부를 다퉈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9일 김모씨 등이 대전광역시 중구청장을 상대로 한 ‘대흥1구역 주택재개발사업 조합설립인가 처분 취소 등’ 소송에서 “경미한 사항의 변경에 대한 신고를 수리하는 의미에 불과한 변경인가처분에 설권적 처분인 조합설립인가처분이 흡수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며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변경인가처분에 흡수된 것으로 본 원심의 판단은 법리를 오해해 소의 이익의 존부에 관한 판단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즉 대법원은 토지등소유자 일부에게만 동의서를 제출받아 발생한 경미한 변경에 따른 조합설립 변경인가로는 종전의 조합설립인가가 흡수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대흥1구역은 지난 2006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2007년 건축물 매매 등으로 조합원의 권리가 이전됨에 따라 토지등소유자의 수가 변경돼 추가로 동의서를 제출받아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대전시 중구청은 동의율 변경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조합설립 변경인가처분을 내렸다.
 
이후 김모씨 등 11명은 “동의자 수를 산정함에 있어 오류가 있다”는 이유로 대전광역시 중구청장을 상대로 ‘대흥1구역 주택재개발사업 조합설립인가 처분 취소 등’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전고등법원은 “경미한 사항일지라도 변경인가처분이 있는 이상 종전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은 변경인가에 흡수돼 소를 제기할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6조제1항을 근거로 변경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조합설립에 준하는 절차와 방법을 거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구 도정법 제16조제1항에 의하면 주택재개발사업의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때에는 토지등소유자의 4/5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관 및 건설교통부령이 정하는 서류를 첨부해 시장·군수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며 “그 인가받은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도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설립인가처분과 동일한 요건과 절차가 요구되지 않는 경미한 사항의 변경에 대해 행정청이 조합설립의 변경인가라는 형식으로 처분했다고 하더라도 그 성질은 경미한 사항의 변경에 대한 신고를 수리하는 의미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즉 대법원은 경미한 사안으로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받은 것은 형식적인 ‘인가’일 뿐 실제로는 새로운 ‘인가’를 받은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경미한 변경만으로 변경인가를 받은 경우에는 최초의 조합설립인가로 취소·무효 여부를 다퉈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H&P법률사무소의 박일규 변호사는 “대법원은 단순히 일부 토지등소유자들로부터 추가동의서를 징구해 조합설립동의자수를 변경했다는 이유만으로 조합설립 변경인가가 기존의 조합설립인가를 흡수하는 새로운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실질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조합설립변경인가가 새로운 조합설립인가로서의 실질을 가질 수 있는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동인의 맹신균 변호사는 “일부 하급심에서 조합원의 추가 가입에 따른 조합설립변경인가를 경미한 신고가 아닌 변경인가로 해석함에 따라 법률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조합설립변경인가에 관한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서 하급심에서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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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서 재징구→총회 의결→변경인가’가 최선의 대비책
 

■ 무효소송 대응 요령

대법원은 조합설립 변경인가가 새로운 인가처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초의 조합설립에 준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조합설립 취소나 무효 사유가 있어 소송이 진행된다면 동의서 재징구, 창립총회 등의 절차를 거쳐 변경인가를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김조영 변호사는 “조합설립인가 무효·취소 소송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설권적 처분을 받는 것”이라며 “새로운 조합설립동의서를 받아 해당 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맹신균 변호사는 “조합설립인가처분 당시 동의율이 미달되거나 백지동의서를 징구한 경우 새로운 동의서를 징구해야 한다”며 “동의서 징구 후 총회 의결을 거쳐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것이 조합설립 무효 소송에 대한 조합의 유일한 대비책이다”고 설명했다.
 
강정민 변호사는 “조합설립 무효·취소 소송이 진행되면 75% 이상의 동의서를 징구하고 총회를 거쳐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아야 한다”며 “만약 1심에서 패소해 효력정지가처분이 이뤄진 경우에는 이의신청 등을 통해 변경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추진위 단계에서는 조합설립 인가 후 예상되는 취소나 무효 사유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일규 변호사는 “조합설립 동의서를 징구하거나 창립총회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전문변호사의 자문을 충분히 제공받아 조합설립에 관한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미 발생한 하자에 대해서는 동의서 재징구 등을 토대로 변경인가를 득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응 방안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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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인가 유효 국토부 방침
하급심 소송서 잇달아 승소
 

■ 대법원 판결 이후…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받은 모든 조합들이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무효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의 방침에 따라 동의서를 재징구한 후 변경인가를 받아도 여전히 조합설립 취소·무효 소송을 다퉈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국토부의 방침과는 별개의 사안으로 봐야한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즉 이번 판결은 경미한 변경에 따른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새로운 인가처분으로 볼 것인가를 판단한 것일 뿐 동의서를 재징구해 변경인가를 받은 조합과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의 판결이 있은 후에도 하급심 법원에서는 동의서를 재징구해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받았다면 설권적 처분이 흡수돼 소송을 제기할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조합승소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성지용)는 김모씨 등 5명이 서울시 성동구청장을 상대로 한 ‘조합설립행위 무효확인’ 소송에서 “정비구역 내 토지등소유자 전체를 상대로 동의서를 새롭게 징구하고 정기총회를 다시 개최해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받았다면 종전의 조합설립인가처분과는 별개로 새로운 조합설립을 인가하는 의미를 가진다”며 “과거의 법률관계 그 자체의 확인을 구하는 것이 관련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조합측의 손을 들어줬다.
 
즉 재판부는 동의서를 재징구한 후 총회 의결을 거쳐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받았다면 새로운 인가처분이 있는 것이므로 종전의 인가처분에 대한 무효를 구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 소송이 제기된 금호19구역은 지난 2006년 10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후 지난 2009년 7월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에 소용되는 비용의 개략적인 금액’ 등이 변경된 새로운 동의서를 작성해 정비구역 내 토지등소유자 731명 중 588명에게 동의서를 징구했다. 또 지난해 4월에는 정기총회를 개최해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개략적인 금액 등 변경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해 통과시킨 바 있다.
 
법무법인 영진의 강정민 변호사는 “대법원의 판결은 경미한 사항의 변경인가로는 최초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하자가 보완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전체 토지등소유자를 대상으로 동의서를 재징구한 후 총회 의결을 거쳐 변경인가를 받은 구역과는 별개의 사안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국토의 김조영 변호사는 “동의율 변경에 의해 새롭게 조합설립 변경인가처분을 했다 하더라도 기존의 조합설립인가에 대한 무효확인을 판단하라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요지”라며 “전 조합원을 상대로 새롭게 조합설립동의서를 받아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은 것은 대법원 판결의 사안과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토해양부의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통한 구제 방안은 그대로 유효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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