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과 세입자 이주 대책
정비사업과 세입자 이주 대책
  • 박순신/(주)이너시티 대표이사
  • 승인 2016.07.0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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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시내 무악2재개발구역의 옥바라지 골목에서 서울시장이 철거 현장을 찾아 철거를 중단시키는 미증유의 일이 발생했다. 그 원인과 과정을 여기서 논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재개발사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많은 문제점들 중에 하나는 그곳에 세 들어 사는 세입자들의 주거안정 대책이다. 조합원의 주거안정 대책은 사업을 시행하는 조합이 스스로 마련하여 시행하게 된다. 그러나 그 구역안에 세 들어 사는 세입자의 주거안정에 대한 대책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시 옥바라지 골목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철거를 반대하고 옥바라지 골목을 보존하자는 분들이 상당수 있다고 언론은 전한다. 그리고 옥바라지 골목은 우리 아픈 현대사를 고스란히 같이 겪어온 흔적이 남아 있는 지역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옥바라지 고목을 지키자는 사람들 중에서 상당수는 집주인이나 조합원이 아닌 분들이다. 이 중에서 옥바라지 골목의 역사성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이를 보존하기 위한 활동가를 제외하면 법률적으로는 구역내 세입자만 남게 된다.

재개발구역에서 세입자에 대한 이주대책을 누가 마련해야 하는가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우리 법률에서는 강제수용을 하는 사업에서의 세입자에 대한 이주대책과 보상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손실보상에 관한 법률’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세입자에 대한 이주 대책과 보상을 규정하고 있는 근거법은 그 명칭만 보아도 누가 보상을 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바로 공공이다. 공익사업을 시행하는 사업주체가 일반적으로 공공이기 때문이다. 이런 공익사업을 위한 보상과 대책 수립에 관한 규정을 재개발사업에 그대로 적용하고 나니 세입자의 이주대책과 손실보상 책임은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부담하게 된 것이다.

세입자에 대한 이주대책과 손실보상을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는 것이 무조건 불합리하다는 것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가 국민의 주거안정에 필요한 정책을 마련하고 재정을 집행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옥바라지 골목에서 보았듯이 재개발사업을 시행하는 사업자인 재개발조합은 법률이 정하는 이주 대책과 보상을 실시하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법률이 정하고 있는 이주대책과 보상을 실시하지 않았다면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재개발사업을 시행하면서 사업시행자인 조합은 세입자들의 이주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그리나 이렇게 수립한 주거안정대책과 손실보상은 구역내에 거주하는 모든 세입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주대책과 손실보상은 적격세입자에게 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격 세입자에 대한 주거안정대책과 보상제도는 첫째, 재개발 세입자를 위한 정비사업 임대주택을 계획하여 건설하고, 세입자가 입주할 수 있는 입주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둘째,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를 지급해야 한다. 주거이전비는 도시근로자가계 평균 지출비용의 4개월치를 지급하는데 4인가족의 경우 대략 2천만원 정도이다. 다음으로는 이사를 위한 이사비용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 또한 법률로서 이사비 지급기준을 마련하고 있어서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세입자를 위한 이주대책과 손실보상은 부적격세입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부적격세입자는 일반적으로 세입자에 대한 보상기준이 되는 일자 이후에 구역내에 전입하여 거주하는 사람들이 해당된다.

이들에 대하여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는 것은 법률에 명문 규정이 없기 때문이지만 현실적으로도 이들에 대한 보상이 필요한지 논란이 된다. 왜냐하면 이들은 개발사업이 곧 진행될 것이라는 것이 이미 공람공고 된 이후에 이사하였기 때문이다. 만일 이들에 대한 이주대책과 보상을 실시해야 한다면 사업시행자인 조합은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논란이 된 무악2구역의 경우 서울시가 정말로 보존의 가치가 높다고 생각했다면 재개발사업을 허가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리고 서울시의 재정을 투입하여 옥바라지 골목을 보존하는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했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재개발사업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를 모두 하고서 보존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재개발사업에서 법률이 정하고 있는 이주대책과 손실보상을 하였음에도 그 보상금이 작아서 이주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이를 사업시행자에 추가로 많은 보상을 하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서울시와 같은 지자체 그리고 국가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재정투자를 통해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건축물과 지역을 보존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가가 돌보아야 할 국민에 대해서 일정정도 책임을 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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