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중단과 그 이후
정비사업 중단과 그 이후
  • 박순신 / (주)이너시티 대표이사
  • 승인 2016.07.2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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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도입한 일몰제는 사업추진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정비사업을 시작해서 사업진척이 잘 되지 않는 경우에는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 시장 참여자들에게 여러 가지 반응을 하도록 한 것이다.

시공자의 입장에서는 사업추진을 담보로 하여 사업비를 대여해 왔다. 그런데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은 사업비 대여를 주저하게 만든다. 정비업체와 설계자의 입장에서는 미리 일을 하고 나중에 사업이 추진되면서 용역대금을 받아 갈 수 있다는 믿음이 무너지게 됐다. 이런 다양한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일몰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기관은 다름 아닌 인허가권자인 시와 구청인 것 같다. 그동안의 정비사업으로 골머리를 앓던 구역들을 해제하면서 일거에 골칫거리를 없앨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리고 정비사업을 중단하면 정비사업보다 더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도시관리 수단이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정비사업 중단을 마치 인허가권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믿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 이유와 방법은 가양각색이지만 정비사업의 중단이 이제는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정비구역의 해제를 통한 중단이 흔한 일이 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정비구역이 해제된 이후에 쇠퇴한 주거지는 어떻게 될 것이냐로 모아지고 있다.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이후에 쇠퇴하고 주거환경이 불량한 지역을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 수 있다면 정비사업의 중단을 마다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많은 사람들의 기대는 현실에서 썩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다.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 주거환경관리사업 구역으로 재 지정되거나 도시재활성화 구역으로 지정되는 것은 그마나 다행이다. 새로운 주거지의 쇠퇴 문제를 해결하거나 완화하기 위한 수법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재생사업의 결과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만족하느냐의 문제는 고려하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그러나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상당 수 구역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쇠퇴한 도시내의 주거지역이 특별한 관리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방치되면 도시내의 쇠퇴는 가속화 되고, 슬럼화로 인한 다양한 도시 문제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가장 일반적인 문제는 주거환경이 급속하게 악화되면서 도시내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다. 장마철과 같은 우기가 겹치게 되면 안전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더불어 사회적인 문제도 대두 된다. 그 동안 도시내 빈집이나 치안이 허술한 쇠퇴지역에서의 강력범죄가 심심치 않게 있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할 수 있다.

이런 주거환경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구도심의 쇠퇴한 지역을 어떤 방식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시의 활력을 증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게 된다. 이런 고민의 결과로 그 해법을 마련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정비구역의 해제부터 서두르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비사업을 중단한 구역이 향후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 예측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기존의 전면철거방식의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을 중단한 결정이 최선이었는지에 대한 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후의 대안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왜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처음에 구역으로 지정했는가 생각해야 한다. 만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정비구역으로 지정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정비구역을 지정했다는 것 자체가 도시내의 지역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반증한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기에 하는 말이다.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이후의 대안은 도시재생사업을 하거나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시행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지속적으로 지방재정과 국가재정의 투자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많은 지역을 진행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커다란 문제이다. 그리고 이런 사업으로는 정비사업과 같은 수준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다음으로는 방치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십중팔구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원룸 같은 준주택이 대거 들어서게 될 것이다. 이는 주거지내의 주차장 문제 등 다양한 부작용을 가지고 온다. 이외에 새로운 대안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주거지의 쇠퇴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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