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동의없이 비용부담조건 변경해 시공자와 체결한 계약의 효력
조합원 동의없이 비용부담조건 변경해 시공자와 체결한 계약의 효력
홍봉주 대표변호사/H&P법률사무소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6.08.2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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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재건축결의시 채택한 조합원의 비용분담 조건을 변경하는 내용에 관하여 조합원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시공자와 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계약의 효력은 어떨까. 최근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의 명확한 입장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도시정비법에 의한 정비사업조합의 정관은 조합의 조직, 활동, 조합원의 권리의무관계 등 단체법적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것으로서 공법인인 정비사업조합과 조합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지는 자치법규이므로 이에 위반하는 활동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도시정비법은 ‘시공자 계약서에 포함될 내용’이 조합원의 비용분담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하여 이를 정관에 포함시켜야 할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고, 정관 기재사항의 변경을 위해서는 조합원의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시공자와의 계약서에 포함될 내용’에 관한 안건을 총회에 상정하여 의결하는 경우 내용이 당초 채택한 조합원의 비용분담조건을 변경하는 것인 때에는 비록 직접적으로 정관 변경을 하는 결의가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정관을 변경하는 결의이므로 의결정족수는 정관변경에 관한 도시정비법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조합원의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요한다.

문제는 조합의 대표자가 도시정비법에 정한 위와 같은 강행규정에 위반하여 적법한 총회의 결의 없이 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계약을 무조건 무효로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경우 상대방이 법적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거나 총회결의가 유효하기 위한 정족수 또는 유효한 총회결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잘못 알았더라도 계약이 무효로 되는지, 당초의 조합원 비용부담조건을 변경하는 경우와 같이 도시정비법상의 강행규정이 유추적용되어 과반수보다 가중된 정족수에 의한 결의가 필요한 경우에도 이에 반하여 체결된 계약을 무효로 볼 수 있는지 쟁점이 된다.

조합원의 비용부담조건을 변경하는 조합원총회결의가 무효로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정관에서 총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규정한 대외적 거래행위를 조합의 대표자가 결의 없이 한 경우에 거래 상대방이 그러한 대표권 제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가 아니라면 그 거래행위는 유효하고, 이 경우 거래의 상대방이 대표권 제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없음은 이를 주장하는 조합측이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법령에서 법인 대표자의 대표권을 제한하고 있는 경우에도 그 대표권 제한에 위반된 대표자의 행위를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법인의 이익 또는 법인 구성원의 이익과 대표자의 행위를 유효한 것으로 신뢰한 거래상대방의 이익 또는 거래의 안전을 비교형량하여 후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더 큰 경우에는 그 거래행위를 일단 유효로 하되, 거래상대방이 대표권 제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법리는 ‘정관에 의한 대표권제한’사안에 적용되는 것이고 강행법규 위반 사안에는 적용될 수 없다. 조합원의 비용분담 조건을 변경하는 안건에 대하여 위와 같이 특별다수의 동의요건을 요구함으로써 조합원의 이익을 보호하고 권리관계의 안정과 정비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도모하고자 하는 도시정비법 관련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조합이 도시정비법의 규정적용에 따라 요구되는 조합원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당초의 재건축결의시 채택한 조합원의 비용부담 조건을 변경하는 취지로 시공자와 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계약체결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강행법규에 위반한 계약은 무효이므로 그 경우에 계약상대방이 선의·무과실이라 하더라도 민법 제107조의 비진의표시의 법리 또는 표현대리 법리가 적용될 여지는 없다. 따라서 도시정비법에 의한 정비사업조합의 대표자가 그 법에 정한 강행규정에 위반하여 적법한 총회의 결의 없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러한 법적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거나 총회결의가 유효하기 위한 정족수 또는 유효한 총회결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잘못 알았다 하더라도 그 계약이 무효임에는 변함이 없다.

또한 총회결의의 정족수에 관하여 강행규정에서 직접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강행규정이 유추적용되어 과반수보다 가중된 정족수에 의한 결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결의없이 체결된 계약에 대하여 비진의표시 또는 표현대리의 법리가 유추적용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강행규정이 유추적용되는 경우라 하여 강행법규의 명문규정이 직접 적용되는 경우와 그 효력을 달리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강행법규에 의하여 요구되는 조합원 3분의 2이상의 동의에 의한 총회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이상 조합장은 조합을 대표하여 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고 이와 같은 계약체결행위에는 표현대리의 법리가 준용되거나 유추적용될 여지가 없으므로 그 계약은 당연무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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