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건축물 소유자는 재개발 토지등소유자 아니다”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는 재개발 토지등소유자 아니다”
  • 최영록 기자
  • 승인 2010.08.19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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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9 11:06 입력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로 구성한 추진위는 당연 무효
추진위·조합설립은 원칙적으로 토지등소유자가 해야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는 재개발의 토지등소유자가 될 수 없다고 대법원이 최종 확정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지난 5월 13일 동작구 상도11구역 내에 위치한 세아주택이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택재개발구역지정 결정취소’ 소송에서 1·2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 30일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한승 판사)는 “기존 무허가건축물 소유자가 토지등소유자에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에 동작구청장의 추진위원회 승인처분은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라는 승인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무효”라며 “이를 오인하고 정비구역 제안, 조합설립인가를 내준 동작구에게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무허가건축물은 원칙적으로 철거대상=법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조제9호가목 및 제19조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규정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내렸다.
 
법원은 “도정법 제2조제9호가목 및 제19조제1항에 의하면 주택재개발구역 내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그 지상권자는 토지등소유자로서 무허가건축물은 원칙적으로 관계법령에 의하여 철거되어야 할 것인데, 그 소유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여 결과적으로 재개발사업의 시행으로 인한 이익을 향유하게 하면 위법행위를 한 자가 이익을 받게 돼 버린다”며 “조합원의 자격이 부여되는 건축물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적법한 건축물을 의미하고 무허가건축물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조합은 각자의 사정 내지는 필요에 따라 일정한 범위 내에서 무허가건축물 소유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도록 정관으로 정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법원은 또 △추진위는 재개발 예정구역 내의 기존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들이 중심이 되어 구성되었고, 기존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들을 제외하면 69명의 토지등소유자 중 3~4명만이 추진위 구성에 동의한 것이 되어 도정법 제13조제2항 소정의 승인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 △기존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는 원칙적으로 조합원 자격이 인정되는 토지등소유자로 볼 수 없고, 다만 정관에 의하여 예외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점 △만약 기존 무허가건축물 소유자가 당연히 도정법 제2조제9호가목의 토지등소유자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타인의 토지 위에 무단으로 무허가건축물을 축조한 소유자들이 추진위 및 조합을 결성해 적법한 권리를 가진 토지등소유자를 그 사업에 강제로 편입시킴으로써 위법을 저지른 자가 적법한 토지등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의 이유를 들었다.
 
다시 말해 향후 조합이 설립된 후 정관에서 따로 정해야만 조합원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들이 주축이 돼 추진위 승인을 받은 행위는 잘못이라는 것이다.
 
▲사실오인에 따른 행정처분은 위법=법원은 구청이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를 토지등소유자인 것으로 오인해 정비구역 지정 및 조합설립인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린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일축했다.
 
법원은 “이 사건 처분 당시 추진위의 정비구역지정 입안 제안은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제6조제1항 소정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며 “사업구역 내의 무허가건축물은 재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던 지덕사를 비롯한 토지 소유자들의 토지 위에 무단으로 건축된 것이어서 토지 소유자들의 정당한 권리행사에 따라 철거될 수도 있는 상황에 있음이 충분히 예상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말하는 조례 제6조제1항은 주민제안형 정비구역지정 규정을 정하고 있는데 이때 당시 추진위 승인을 받았거나 토지등소유자의 2/3 이상 동의를 얻으면 가능했다.
 
또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진정한 토지등소유자는 정비구역지정에 동의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재개발사업 시행을 위한 정비구역지정이 이뤄지더라도 사업에 동의하는 토지등소유자가 소수에 불과해 도정법 제16조제1항 소정의 토지등소유자 4/5 이상의 동의라는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구청은 이 사건 사업구역을 정비구역으로 지정하는 처분을 함에 있어서 무허가건축물 소유자가 토지등소유자에 포함되는 것으로 법률해석을 잘못한 나머지 추진위의 정비구역지정 입안 제안이 조례 제6조제1항 소정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오인하고 무허가건축물이 계속 존치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다시 말해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를 제외한 실제 토지등소유자만을 대상으로만 산정했을 경우 법적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비구역지정, 조합설립인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린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구청이 처분한 이 사건은 조합을 통한 재개발사업 시행의 가능성에 관하여 합리적인 사실인정을 결한 것이고, 이 사건 사업구역 내에서의 계획적인 정비사업을 통한 주거환경의 개선이라고 하는 당초의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며 “사실오인 등에 기초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써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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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설립 후 정관에 정해야
무허가 소유자 조합원 인정
 
■ 체크 포인트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두고 법률 전문가들은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는 토지등소유자가 될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재개발사업에서 토지등소유자는 ‘정비구역 안에 소재한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그 지상권자’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무허가건축물 소유자의 경우 추진위 또는 조합을 설립할 때 필요한 동의율 산정에는 제외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선 재건축·재개발 추진위 및 조합들의 경우에도 상도11구역과 같이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를 토지등소유자에 산정했을 경우에는 그 처분에 하자가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무법인 조율의 지철호 변호사는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는 토지등소유자에서 제외되므로 동의자 수 산정에 있어 제외돼야 한다”며 “만약 타 조합의 경우도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를 제외한 동의자 수가 법적 요건에 미달하는 경우 조합설립인가에 하자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동인의 맹신균 변호사는 “이러한 경우 원칙적으로 동의율 하자로 인해 조합설립인가 취소의 사유가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타 구역의 사례를 살펴봤을 때 1심 변론 종결전까지 추가 조합원의 동의로 변경인가를 받게 되면 하자가 치유됐다고 판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무허가건축물 소유자에게는 조합정관에서 별도로 조합원 자격을 인정해 줄 수 있다. 이는 법, 시행령으로부터 각 시·도 조례로 위임된 사항이다.
 
서울시를 예로 들면 〈도·정 조례〉 제13조제3호에 따르면 “제2조제1호마목에 따른 기존 무허가건축물 소유자의 조합원 자격에 관한 사항”이라고 명시돼 있다. 조례 제2조제1호에서 정하고 있는 기존 무허가건축물 소유자 외에는 조합원 자격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여기서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다고 해서 분양권까지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법률 전문가들은 조합원 지위가 있으면 분양권 자격도 주어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법무법인 우면의 김태경 변호사는 “법, 시행령, 조례, 정관 등에 의하면 기존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도 조합원이 될 수 있고, 조합원인 기존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도 분양대상자가 될 수 있다”며 “반면 조례가 정하는 무허가건축물이 아닌 경우에는 조합원도 분양대상자도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영진의 장재원 변호사는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를 추진위 및 조합설립 시에만 동의자 수 산정에서 제외하면 된다”며 “조합설립 후에는 정관을 통해 조합원 자격은 물론 분양권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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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11구역 내 지덕사-무허가건축물 소유자간 소송 ‘종지부’
 
■ 분쟁서 판결까지

이번 소송은 상도11구역 내 사유지에 위치한 무허가건축물을 소유한 자들이 재개발사업을 주도하면서 발생했다.
 
동작구 상도동 산 65 일대에 위치한 상도11구역 내에는 지덕사와 변모씨 등이 소유한 사유지 지상에 무허가건축물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상도11구역은 지난 2005년 4월 예정구역 내 토지 및 건축물 소유자 52명 중 1명, 토지소유자 16명 중 2명, 건물소유자 273명(무허가건축물 소유자 272명) 중 182명의 동의를 얻어 추진위 승인을 받았다. 이처럼 대부분이 토지등소유자 자격이 없는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들이 동의한 것이다.
 
이후 상도11구역 추진위는 주민제안형 정비구역 지정을 동작구청에 제안해 지난 2007년 6월 21일 정비구역 지정을 받았다. 또 2007년 12월 20일에는 토지 및 건축물 소유자 53명 중 26명, 토지소유자 23명 중 7명, 건축물 소유자 292명(무허가건축물 소유자 290명) 중 265명(무허가건축물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이처럼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들이 주축이 되면서 재개발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면서 지덕사와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들의 다툼이 시작됐다. 지덕사는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들이 추진위 승인을 받은 이후 지난 2006년부터 추진위 승인처분의 무효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들은 토지등소유자가 될 수 없는데도 이들이 주축이 돼 추진위 승인을 받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지난 2008년 4월 서울행정법원은 “무허가건축물의 소유자가 도정법 제2조제9호가목의 토지등소유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추진위 승인처분은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라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며 “그 하자의 정도가 중대하고 명백하다는 이유로 동작구청장의 추진위 승인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후 동작구청이 항소했지만 이미 상도11구역이 조합설립인가가 났고, 기존 추진위는 해산된 상황이어서 각하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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