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시공자 선정에서 유찰 되는 까닭은
재건축·재개발 시공자 선정에서 유찰 되는 까닭은
①사업성 부족 ②높은 입찰보증금 ③시공자들 담합
  • 신대성 전문기자
  • 승인 2016.09.28 1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치솟는 정비사업 높은 입찰보증금에 건설사들 눈치 
까다로운 입찰 참여기준·‘작전상 담합’ 행위도 문제

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는 반드시 치러야할 과정이 바로 시공자 선정이다. 시공자는 막대한 자금력을 뒷받침하고 있어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융자하는 등의 중요 업무를 수행한다. 정비사업에서 시공자는 없어서는 안될 파트너이자 절대 권력(?)이기도 하다.

세간에 유행하는 단어 중 ‘갑의 횡포’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정비사업에서의 ‘갑’ 인 조합은 안타깝게도 횡포할 수 있는 권력을 지니지 못한다. 오히려 재건축 재개발사업은 ‘을’ 인 시공자가 횡포를 부리는 곳이기도 하다.

정비사업에서는 서울을 제외한 모든 곳이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자를 선정한다. 서울은 사업시행인가 이후 또는 공동시행사업 방식일 경우 건축심의 이후 시공자를 선정하게 된다.

해당 조합은 시공자 선정시기가 도래하면 주요 일간지에 시공자선정에 관한 입찰공고를 내고 파트너를 찾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중요 시공자선정 과정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어느 곳은 단 한차례의 입찰공고에 시공자를 선정하는 반면 어느 곳은 세 차례의 공고를 내고도 시공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실제 과거 과천주공6단지 재건축사업은 대우건설과 GS건설이 시공권을 획득하기 위한 치열한 접전을 벌인바 있지만 첫 번째 시공자선정 입찰이 유찰되면서 사업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최근에는 부산의 대형 재개발구역인 우동3구역은 해운대구라는 입지를 기반으로 높은 사업성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은 대우건설, 롯데건설, 현대산업개발, GS건설 등 국내 굴지의 대형 시공사가 눈독을 들인 곳이지만 결국 유찰의 고배를 마시게 됐고 아직까지 시공자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 성남의 지하철 8호선 산성역 인근에 위치한 산성구역의 경우 두 번째 입찰공고를 낸 바 있지만 역시 단 한곳의 시공자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의 사태를 맛본 바 있다. 이곳은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등이 크게 관심을 가진 바 있지만 유찰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앞서 사례로 든 정비사업 현장들은 사업성이 좋기로 잘 알려진 곳이면서도 유찰은 비껴가지 않았다.

그러면 유찰이 되는 이유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고, 재건축 재개발현장에서 유찰을 피해가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들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시공자선정 입찰에서 유찰이 되는 이유로는 크게 사업성문제나 입찰보증금 문제 또 시공자간의 담합에 의한 유찰도 빼놓을 수 없다.

▲사업성 부족으로 유찰되는 사례 가장 많아=자주 유찰이 일어나는 현상 중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사업성 결여’가 그 중심에 있다. 쉽게 말해 사업성은 향후 일반분양에 돌입할 때, 얼마나 많은 수요자가 청약에 참여하느냐로 가름할 수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 시공자들의 해당 사업지에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사업성은 해당 사업지가 위치한 입지에 따라 좌우된다. 80년대 이후부터는 지하철의 발달로 해당 사업지 주변에 지하철역이 있느냐에 따라 사업성의 기준은 달라진다. 수요자 입장에서 지하철은 출퇴근 길의 편리한 교통수단이 되기 때문에 지하철역 인근에 위치했다면 관심을 갖고 청약에 참여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지하철2호선 이대역 인근의 대흥2구역 재개발은 GS건설이 시공을 맡아‘신촌그랑자이’로 분양될 예정이다. 이곳은 오는 10월 분양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고, 조합원 프리미엄이라 하는 웃돈 또한 수 억원대를 형성할 정도로 인기가 큰 곳이다.

이와는 달리 지하철역과 거리가 멀거나 언덕이 있는 구릉지에 위치해 있거나 사업면적이 적어 건립세대수가 많지 않을 경우 유찰의 부담을 덜기 힘들다.

이 뿐만 아니라 부동산시장의 시기와도 맞물려 있다. 한 예로 지난해까지 대구의 분양시장은 전국의 집값상승률 평균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높았고 청약경쟁률 또한 수백대 일, 특정 면적형의 경우 수천대 일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구의 부동산시장이 고꾸라져 있는 경우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서울의 강남이라 불리는 대구 수성구를 제외하고는 아무리 입찰공고를 진행해봐도 참여하려는 시공자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 나마 대형시공자는 온데간데없고 지방의 건설사나 2군 건설업체가 경쟁이 아닌 수의계약 형식으로 선정되기도 한다.

비단 대구 뿐 아니라 중부지역이라 할 수 있는 대전이나 청주 등지의 재건축·재개발사업지도 유찰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세 차례의 입찰공고와 수의계약 형식의 시공자 선정에도 참여하려는 시공자는 눈 씻고 찾아봐도 쉽지 않을 정도다.

▲높은 입찰보증금은 시공자에게도 부담=사업성이 좋고 부동산시기와도 맞물려 있는 경우 시공자들은 해당 사업지의 수주에 열을 올리게 된다. 한데 이런 현장도 유찰의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까다로운 참여기준 특히 ‘입찰보증금’의 부담 때문이다.

10년 전 전국의 재건축 재개발구역의 시공자 입찰보증금은 10억원 내외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50억원에서 100억원 이상의 입찰보증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 시공자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보증금의 규모보다는 보증금을 납부하는 방식에 부담을 느끼는데 이를테면 ‘100억원 현금납부’를 요구하는 현장의 경우 유찰되는 사례가 많다. 아무리 대형 건설회사라 할지라도 100억원을 현금으로 준비하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 선정된 것도 아닌 치열한 경쟁을 해봐야 아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렇게 엄청난 보증금을 현금납부토록 요구하는 것은 그동안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대여했던 대여금과 용역비의 정산 때문이기도 한데, 이는 정비업체라 불리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요구 때문인 사례도 적지 않다.

반면, 의외로 참여가 가벼운 경우도 있다. 예를들어 ‘입찰보증금 50억원 현금 또는 보증보험증권 납부 가능’등의 경우다. 시공자 입장에서는 현금마련이 쉽지 않지만 보증보험사 등을 통해 발급 받은 보증서납부가 가능한 경우에는 대형시공자 뿐 아니라 중견건설사도 참여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

▲시공자간의 담합에 의한 ‘작전상 유찰’도 성행=사업성이 좋고 또 입찰보증금 또한 보증보험증권 납부를 가능하게 입찰의 문을 열어 놨다해도 유찰되는 사례를 피해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시공자간의 작전상 유찰’ 때문이다. 시공자는 의도적으로 유찰을 시키는 경우가 있다.

서두에 언급했듯 사업의 질서상 ‘갑’의 위치는 조합이지만 ‘을’이면서도 ‘갑’과 동일시되는 힘을 가진 업체가 시공자다. 바로 돈의 권력을 휘두르기 때문인데, 시공자는 사업권을 획득하면서 가능하면 피해가고 싶어 하는 게 바로 ‘경쟁’이다.

지금의 도시정비법상 시공자 선정은 경쟁입찰에 의해 선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공자는 경쟁을 싫어한다. 가능하면 홍보전을 하지 않는 일종의 ‘무혈입성’하기를 원한다.

이 때문에 참여 의지를 가진 시공자간의 담합도 성행하는데, 예를 들면 A건설과 B건설이 서로 시공능력이나 브랜드 입지가 대동소이 하다면 서로 경쟁할 때 큰 위험이 따르지만, A·B건설사가 지분율 50:50으로 컨소시엄(공동입찰) 참여를 하게 된다면 양사의 홍보전은 불필요하게 되고 수주할 확률 또한 100%에 인접해지기 때문에 양사 합의에 의한 컨소시엄 참여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는 사업지의 규모가 2천세대 이상의 큰 현장일수록 더욱 빈번히 발생한다. 2천세대 이상일 경우 대형건설사의 단독시공도 가능하지만 일반분양을 하는 시기에 부동산시장이 악화될 수 있어 그에 따른 리스크(위험부담)을 줄여가는 차원에서도 시공자간의 컨소시엄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데, 이러한 컨소시엄 참여가 시공자간 합의로 이뤄졌지만 정작 당사자인 조합에서는 ‘컨소시엄 참여의 불가방침’을 입찰공고문에 적시했다면 시공자는 의도적으로 해당 사업지에 참여하지 않아 유찰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유찰될 경우 조합원은 큰 충격에 빠지기도 한다. 분명 입지 면에서 탁월하고 또 여느 타 현장보다 높은 사업성이 있다고 홍보요원(OS)들이 말하고 또 그렇게 믿었는데, 참여한 시공자가 한 곳도 없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조합원은 조합의 무능함 때문이라고 오인하고 조합의 시공자 입찰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가 있다.

시공자가 노리는 노림수는 바로 이것이라는 점을 조합과 조합원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항이기도 하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