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국토부 “조건변경 3회 유찰은 수의계약 안돼”
법제처·국토부 “조건변경 3회 유찰은 수의계약 안돼”
법제처 유권해석의 의미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6.11.0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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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찰 이유로 수의계약 땐 경쟁입찰 실효성 확보 못해 도정법 취지에 안 맞아

법제처와 국토교통부는 최근 시공자 선정시 시공자 입찰조건의 변경없이 동일한 입찰조건으로 3회 유찰이 지속돼야 시공자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이 내놔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법제처는 지난 7월 감사원이 유권해석을 의뢰해 ‘시공자 선정에서 1차 입찰이 유찰된 후 변경된 조건으로 2차·3차 입찰 공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찰이 됐을 경우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 사례는 실제로 한 주택재개발사업의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발생한 내용으로 입찰이 3회 유찰되었으나, 각 입찰공고에서의 입찰참가 자격이 모두 달라 이 경우에 3차 유찰 후 시공자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됐다.

예컨대 최초 입찰 당시에는 시공사의 입찰참가 자격조건으로 시공능력평가순위 1~5위까지로 했다가, 유찰 후 그 범위를 1~10위까지 넓히는 등 자격조건을 계속 변경한 경우에 속한다.

법제처는 수의계약의 불가 이유로 입찰조건의 동일성 원칙을 위배했다고 강조했다. 입찰공고 내용을 변경함으로써 입찰참가 자격이 달라진 입찰은 이전의 입찰과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별개의 입찰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법제처는 동일성이 충족돼야 하는 근거로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을 들었다. 법제처는 “시공자 선정기준 제9조 제4호에서는 ‘입찰참가 자격에 관한 사항’을 입찰공고 내용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며 “따라서 입찰참가 자격이 다른 입찰공고는 이전의 입찰공고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입찰공고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최초 입찰 이후 조건이 변경돼 진행된 2차·3차 입찰은 최초로 공고된 ‘입찰참가 자격에 관한 사항’과는 무관한 것이기 때문에, 최초 입찰공고를 포함해 3회 이상의 유찰이 있었다고 볼 수 없어 수의계약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제처는 또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이 입찰의 동일성을 명문으로 요구하지 않더라도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준용해 동일성 여부를 수의계약 허용의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은 정부기관 등 국가가 국민과 체결하는 계약에 관한 기본 원칙을 정해 민관 계약업무의 기준을 규정한 법률이다. 경쟁입찰의 방법, 입찰보증금, 입찰공고의 절차 및 내용, 계약 등에 대한 내용들이 명시돼 있다.

법제처는 “조합이 시공자를 선정하는 경우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은 아니지만, 조합이 시공자를 선정하고자 하는 경우에 원칙적으로 경쟁입찰 제도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경쟁입찰에 관해 도정법이나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 등 관련 법령에 별도의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경쟁입찰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경쟁입찰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법제처는 이에 2000년에 있었던 대전고법 판결문을 인용해 “국가계약법 제7조 제1항 본문에서는 계약담당자들의 부정·비리의 소지를 차단하고, 더 많은 경제 주체들에게 공평한 경제활동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취지에서 원칙적으로 일반경쟁에 부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또한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0조 제3항 및 제27조 제2항에서는 최초 입찰부터 재공고입찰과 수의계약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동일하게 취급하려는 취지에서 최초 입찰 시 정한 조건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동일성의 유지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제처는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경쟁입찰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입찰이 3회 이상 유찰되고 그 유찰된 입찰 간에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한다면, 횟수만 채우려는 형식적 입찰이 횡행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입찰 시 과도한 조건을 제시해 경쟁입찰 성립이 불가능한 형식적인 입찰 절차를 진행하고, 이후에 유찰을 이유로 수의계약을 추진함으로써 경쟁입찰을 최소 3회 이상 하도록 해 경쟁입찰 원칙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도정법상의 입법취지가 몰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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