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자 소득제한·주변 전세가 연동…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정책 ‘엇박자’
신청자 소득제한·주변 전세가 연동…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정책 ‘엇박자’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6.12.07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레미안서초에스티지 59㎡ 전세가 5억 넘어
서민주택 무색 … 경쟁률도 2대1 수준그쳐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지난달 15일 서울시내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수요자들의 신청 접수를 받아본 결과 소형주택으로 공급돼 장기전세주택을 활용하고 있는 강남 재건축아파트들은 3대 1 안팎의 매우 낮은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보다 80% 이하의 저렴한 가격에 2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장기전세주택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높은 전세가에 부담을 느낀 청약자들이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장기전세주택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물납 형태의 현행 소형주택 제도를 대신해 현금 납부하도록 해 서민들이 선호하는 곳에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강북 신청자 35대 1, 강남은 2대 1…경쟁률 확연한 차이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지난달 15일 장기전세주택 입주자 입주 신청접수를 마감한 결과 평균 청약경쟁율은 7대 1을 나타냈다. 하지만 청약신청자들이 몰린 곳은 강남4구를 제외한 소위 비강남권 아파트였고, 강남4구에는 극소수의 인원만 신청함으로서 공급 가구수 대비 겨우 미달을 면하는 등 대조를 이뤘다.

실제로 서울 중랑구 신내동 신내데시앙 59㎡형의 경우 21가구 공급에 737명이 신청함으로써 35.1대 1을 기록한 반면 강남권 아파트인 서울 서초구 래미안서초에스티지 59㎡형에는 22가구 모집에 59명이 신청해 2.7대 1에 그쳤다.

또한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10단지 59㎡형은 6가구 공급에 379명이 신청해 63.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반포 59㎡형은 29가구 공급에 34명만이 신청해 1.2대 1의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강남권과 비강남권 둘 사이를 가르는 원인은 전세보증금의 차이였다. 신내데시앙 59㎡형의 전세보증금은 1억3천900만원이었던 반면, 서초우성3차를 재건축한 래미안서초에스티지 동일 면적형의 경우 5억4천400만원이었다.

또한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10단지 59㎡형의 전세가는 1억6천226만원인 반면 아크로리버파크 반포 59㎡의 전세가는 무려 6억7천600만원이었다. 실제로 전세가가 높은 강남권 아파트들은 모두 낮은 청약경쟁율을 보였다.

역삼 자이는 11가구 공급에 38명이 신청해 3.5대 1의 경쟁률을, 경복 논현아크로힐스가 3가구 공급에 7명이 신청해 2.3대 1의 경쟁률을, 래미안퍼스티지 59㎡형는 4가구 공급에 14명이 신청해 3.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상대적으로 전세보증금이 고가인 경우 신청자가 공급 가구수 보다 적은 청약 미달 아파트도 나왔다.

잠원 대림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신반포팰리스 59㎡형은 64가구 공급에 50명이 신청해 0.8대 1의 경쟁률로 미달됐다. 래미안신반포팰리스 장기전세주택 59㎡형의 전세가는 6억880만원이다.

▲ 정책 엇박자 이유, 수요자 소득제한에 시세 연동시키기 때문

이처럼 강남권 장기전세주택에 대규모의 수요 기피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신청자에 대한 엄격한 소득제한 정책과 주변 지역 시세에 연동해 움직이는 현행 장기전세주택의 전세보증금 정책의 엇박자 때문이다.

수요자의 재산 상태는 일정 수준 이하로 묶어놓은 상태에서 전세보증금 시세는 급등하는 주변 시세에 따라 움직이도록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빠듯한 월 소득과 재산을 갖고 있는 서민에게 5억원이 넘는 목돈을 한꺼번에 요구하는 현행 장기전세주택 제도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서울시로부터 장기전세주택을 넘겨받아 운영 중인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소득, 부동산, 자동차 등 세 가지 부문에서 재산 보유 상황을 확인하고 일정 수준 이하의 신청자에 대해서만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에 따르면 현재 59㎡형 장기전세주택의 신청자의 경우 △소득 3인 가족 이하의 경우 월 481만6천원 이하 △부동산 주택을 제외한 토지 및 건축물 가액 합산 기준 2억1천550만원 이하 △자동차 현재가치 기준 2천767만원 이하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만 장기전세주택 입주를 허용하고 있다.

장기전세주택에 당첨이 되면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이 같은 재산요건을 증명하는 서류를 당첨자로부터 제출받은 후 심사를 거쳐 최종 입주 여부를 결정한다.

그 결과 강남권 장기전세주택에 당첨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소득은 적고, 거액의 전세보증금 마련이 가능한 극소수의 계층에게 장기전세주택 공급의 혜택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강남권에 거주하는 부모를 둔 부유한 사회초년생 부부들이 최종적으로 이 같은 강남권 장기전세주택에 안착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박종필 주거환경연구원 부장은 “현행 소행주택제도는 정비사업조합으로부터 소형주택을 인도받아 서민 대상의 장기전세주택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강남권 아파트의 높은 전세가 수준 때문에 서민 대상의 주택공급 제도로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조만간 대안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