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임대주택 시가로 인수해야
재개발 임대주택 시가로 인수해야
  • 유기열 / 엘림토피아 대표이사
  • 승인 2016.12.08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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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비사업을 오랫동안 하면서 드는 의문이 있다.

왜 재건축은 임대주택을 안 지어도 되는데 재개발은 임대주택을 지어야 할까? 왜 재개발 임대주택은 실제 투입되는 원가보다 훨씬 싸게 공공에 매각해야 할까? 단순히 재개발은 과거 도시재개발법에 따라 사업을 할 때부터 임대주택을 짓도록 했고, 재건축은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사업을 해서 임대주택을 짓지 않아도 됐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건 단순히 현상적인 것이고 실제 그렇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재개발 지역에는 세입자들이 많이 사니까 임대아파트를 많이 지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공익을 위해서 하는 재개발사업의 임대아파트니까 조합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사실과 다르고 공정하지 않다! 서울의 경우 노후화된 재건축아파트에 실제 거주하는 소유자는 많지 않다. 대부분 세입자들이 거주한다. 재개발지역도 세입자가 많이 거주하지만 재건축지역의 세입자 비율보다 크게 높다고 할 수 없다.

재개발은 도시기반시설이 열악한 지역에서 하는 사업이다. 도시미관을 위해서, 주거환경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꼭 해야 하는 사업이다. 도로나 공원 등 기반시설을 공공이 부담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는 사업이다. 그래서 공익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공익사업을 공공에서 진행하지 않으니까, 낡은 집에 사는 것이 워낙 불편하니까, 목마른 사람이 우물판다고 민간이 먼저 나서서 진행하는 것이 재개발사업이다.

재개발사업은 수용권이 주어지고 일부 세제혜택이 있지만 통상 재건축에 비해 용적률이 낮고 아파트 분양가가 낮아 재건축에 비해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거기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고 그 임대주택을 투입한 원가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에 매각해야 한다면 그게 공정한 것인가?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사업을 하면 뭔가 이득이 있으니까 하는 것이 아니냐, 그러니 공공에 뭔가 기여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조합 입장에서 볼 때 재건축․재개발은 사업초기 토지 기부채납을 통해서 이미 충분히 기여를 했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의 경우, 자기가 소유한 땅의 10~15% 수준의 토지 면적을 도로나 공원, 아니면 현금으로라도 납부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아닌 일반 주택사업자가 땅을 사서 아파트를 건설하는 주택사업도 국토교통부에서 지침으로 정한 기부채납율이 8%에 불과하다. 그런데 서민들이 자기 집 내 놓고 집 한 채 새로 받기 위한 재건축 재개발사업만 통상 12% 넘게 토지를 기부채납해야 한다. 공공에 대한 기여가 이미 충분할 뿐 아니라 불공정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재개발사업처럼 임대주택을 지어서 시세보다, 심지어 원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공공에 매각해야 하는 것은 더욱 공정하지 않다.

결론은 명확하다. 공공에서 임대주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공공 택지를 개발해서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재개발사업에만 임대주택을 짓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 도심지내에서 택지를 확보할 수 없는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해 재개발사업에서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면 인수가격은 시가에 따라야 한다.

임대주택을 시가대로 인수하기에는 재정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다. 거기에 묻고 싶다. 지난 부동산 활황기 동안 재개발․재건축사업장에서 징수해 간 기반시설부담금은 어디에 썼는가?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좁은 골목길도 무상양여 무상귀속 대상이 아니라며 대지에 준하는 높은 가격으로 조합에 매각한 국공유지 매각대금은 어디에 있는가?

재개발조합은 영세세입자를 돌봐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다. 재개발조합원들은 보호받아야 할 세입자와 같이 보호받아야 할 서민들이 대부분이다. 공공은 왜 짐을 지지 않고 그들에게만 부당한 짐을 계속 지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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