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매매가격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말 가계부채 대책 때 보다 하락폭이 더 큰 가운데 최고 1억5천만원 이상 가격이 빠진 단지도 나와 주목된다.
1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11.3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해 11월 첫째 주부터 올 1월 둘째 주까지 11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1.67% 하락했다. 송파구가 3.36%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고 이어 강동구(-2.94%), 강남구(-1.40%), 서초구(-0.77%) 순이다.
지난 2015년 말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여파로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섰던 시기와 비교하면 1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의 낙폭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됐던 2015년 12월 둘째 주부터 2월 셋째 주까지 10주간 0.6% 하락해 11.3 대책 이후 11주간의 하락폭(1.68%)이 1%포인트 가량 더 크다.
11.3 부동산 대책 이후 낙폭이 더 큰 이유는 하락세로 전환되기 전 상승기 때의 매매가격이 더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남4구 재건축 매매가격은 2015년 12월 당시 마이너스 변동률로 전환되기 전 49주간 9.28% 상승한 데 비해 11.3 대책 발표 직전에는 35주간 16.79% 상승했다.
여기에 1년 전에 비해 부동산 시장 규제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된 점도 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까지 부동산 시장 활황을 떠받쳤던 분양시장 훈풍이 전매제한 등의 청약규제로 한 풀 꺾인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공급압박 등 주택시장 상승 동력이 약화된 것이다.
개별 단지 시세를 살펴보면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한신3차) 164㎡는 2016년 10월에 22억원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20억5천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1억5천만원이 떨어졌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112㎡가 15억2천만원에서 13억7천500만원으로 11.3 대책 전후로 1억5천만원 가까이 하락했다. 매도호가가 떨어지면서 최근에 급매물이 일부 거래되기도 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인 재건축 아파트 하락세가 본격화할 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단기 조정에 그칠지는 설 이후 분양하는 재건축 단지 흥행 여부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올해는 강동구 고덕지구, 강남구 개포시영 등 굵직한 재건축 사업지의 분양물량이 대기 중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통상 설 명절 이전은 거래 비수기로 꼽히는 만큼 당분간 관망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11.3 대책 직후에 비해 하락 속도와 폭은 완만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지난해 같은 경우도 3월에 강남구 개포주공2단지 분양 성공 이후 주택시장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재건축 단지들이 반등세로 돌아섰다”며 “설 이후 일반분양에 나서는 재건축 단지의 분양 성패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