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재개발 방식 진화의 필요성
주택재개발 방식 진화의 필요성
  • 배순석 / 전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17.01.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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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부터 우리나라는 노후불량주거지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정비방식을 시도했었다. 시대적 상황과 정부재정 능력에 따라 철거 및 도시외곽 이주, 시민아파트 건설, 자력재개발, AID차관 현지개량, 위탁재개발사업 등을 거쳐 1983년에는 합동재개발방식이 도입됐다.

1989년 주거환경개선사업이 도입되긴 하였지만, 지난 30여년간 우리나라 주택재개발을 주도해 온 것은 합동재개발방식이었다. 특히 아시아게임과 올림픽을 앞둔 1980년대 중후반에 서울시에서 재개발사업이 많이 시행됐다.

당시에는 적절한 세입자대책이 없어서 문제가 많긴 했지만, 서울시를 중심으로 합동재개발방식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여건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에는 개발 가능한 미개발지가 고갈되고 있었고, 1980년대 국민소득이 많이 상승해 주택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까지는 재개발대상구역 지가에 거품이 비교적 적었으며, 건설업체은 중동 건설현장에서 귀국 후 대체할 수 있는 공사거리가 필요했었다. 이런저런 상황과 참여주체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합동재개발방식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1990년대 초부터는 정부의 주택200만호 건설계획 추진전략의 일환으로 건축규제를 대폭 완화함에 따라 합동재개발방식은 전성기를 구가하게 됐다. 1990년대 중반이후부터는 지방대도시에서도 재개발구역들이 본격적으로 지정되고 사업이 추진됐다. 2006년부터는 부동산경기 활황에 기대어 서울시는 ‘강북뉴타운’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으며, 중앙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2000년대 말부터 시작한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재개발사업의 추진이 어렵게 됐다. 부동산경기 활성화대책의 일환으로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등 주요 부동산규제를 완화해 재개발사업 여건은 개선됐지만, 재개발사업의 추진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여러 가지 사업 환경이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주택의 양적 부족문제가 대부분 해소됐고, 도시 주변지역으로도 접근성이 좋은 주거지가 많이 개발됐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재개발주택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고, 재개발 후에도 일부 인기지역을 제외하고는 높은 주택가격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둘째, 위치와 기존 점유밀도 등 개발여건이 유리한 지역은 우선적으로 이미 재개발됐다.

셋째, 재개발사업 경제성 등 사업추진 상 불확실성이 증대함에 따라 외지 거주 투자조합원들과, 현지거주 서민 조합원들 간의 이해가 상충하는 경우가 많아져 사업추진이 어려워지고 있다.

넷째, 서울 및 수도권 도시 뿐 아니라 지방도시에 과도하게 넓은 지역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함에 따라 재개발주택의 희소성이 감소했다.

다섯째, 참여건설업체들 또한 사업리스크가 과거에 비해 커지면서 사업추진 과정이 복잡한 재개발사업 참여에 소극적이다.

마지막으로 도시 전체 차원에서 계획적으로 재개발사업을 추진시키려다 보니, 계획에 의한 규제효과가 증가했다.

그러면 앞으로 합동재개발방식의 미래는? 부동산경기가 나아지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물론 부동산경기의 활황기와 불황기가 앞으로도 반복되겠지만, 재개발사업 여건이 크게 나아지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인구사회적 여건과 주택시장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적 환경에 맞추어 재개발방식도 진화해야 할 시기이다. 물론 앞으로도 조합과 건설업체가 파트너가 되는 재개발방식도 일정 부분 유효 하겠지만, 다양한 파트너 구성방식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 공공 또는 민간기업의 전면매수 방식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재개발 형태도 전면철거후 신축에 한정하지 말고, 구역 내 도로 등 기반시설이 양호한 곳에서는 부지 일부에서는 기존의 철거재개발방식을 적용하되 개별적 리모델링 및 재축, 합필을 통한 맞춤형 중저층 공동주택 개발을 혼합할 수 있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또한 주거지는 반드시 모두 주거지로 재개발해야 한다는 공식보다는 입지 특성에 따라 복합개발 등으로의 용도전환도 허용돼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수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주택재개발제도의 전면적인 개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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