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증액·사업방식 변경 이유로 시공자 ‘탄핵 바람’
공사비 증액·사업방식 변경 이유로 시공자 ‘탄핵 바람’
  • 김하수 기자
  • 승인 2017.04.0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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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비 스톱 … 새 파트너 찾는 사업장 늘어
이익 높은 ‘도급제’ 전환 위한 교체 부작용도

올해 인터넷, 신문, 방송 등 수많은 언론매체 톱뉴스를 장식하고, 국민들 사이에서 자주 오르내렸던 대표 키워드는 ‘탄핵’이다. 이 가운데 최근 도시정비업계에서도 ‘탄핵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부산 등 수도권지역 재건축·재개발사업지에서 기존 시공자와 결별하고 새로운 파트너를 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공사비 인상을 놓고 시공자와 조합 간의 줄다리기가 시공자 교체로 이어지는 일은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최근 업계의 시공자 교체 현상을 단순히 공사비 인상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동안 정비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단기간 내에 많은 구역들이 다발적으로 시공자 교체를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재건축조합들의 시공자 교체 원인은 크게 △시공자의 사업비 중단 및 공사비 증액 요구 △조합의 지분제→도급제로의 사업방식 전환 등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추진이 더뎌지고 이에 따라 사업지출 비용이 늘어나 공사비를 올려야 한다는 시공자와 갈등을 빚다 결국 시공자를 교체하는 사업장들이 늘고 있다”며 “재건축의 경우 내년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앞두고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기존 시공자가 조합에 불리한 조건을 제시해 사업을 강행할 수 없어 또 다른 파트너를 물색하는 조합들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 경기가 어려울 때 조합의 손실을 줄이려고 지분제 방식으로 시공자를 선정했던 조합들이 최근 분양 경기가 살아나자 늘어난 분양 수익을 조합원들이 챙기기 위해 도급제사업 전환을 요구하며 시공자를 바꾸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공사비 증액·사업비 중단…“새 파트너 찾는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구역에서 시공자를 교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사비 인상’ 문제 때문이다. 시공자를 선정한 후 본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시공자는 공사비를 많이 올리려 하고, 조합은 최대한 낮추려고 한다. 이때 시공자와 조합이 공사비 인상폭에 대한 협의점을 찾지 못하면 시공자 교체로 이어지게 된다.

경기도 과천주공1단지는 시공자의 공사비 증액 요구로 기존 시공자와 결별한 대표적인 단지다.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은 지난 1월 기존 시공자인 포스코건설과의 시공계약을 해지했다.

조합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입찰 당시 제시한 공사비를 준수하지 않고, 설계 변경과 고급 마감재 적용 등을 이유로 추가 공사비용을 조합에 요구했다.

조합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기존 공사계약서 및 협약서를 부정하는 수정계약서를 제시하고, 명확한 근거 없이 고급 마감재 사용시 541억원, 고급 설계 변경을 할 경우 76억원 등 총 617억원의 과도한 추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며 “사업비 지원을 중단하고 석면철거공사도 사전예고 없이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등 계약을 위반해 시공자 교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부산 범일3구역은 시공자가 장기간 사업비 지급을 중단해 시공자 교체를 단행한 곳이다. 이 사업지는 지난 2015년 시공사 교체를 위해 총회를 열었지만, 당시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 숫자가 50%에 미치지 못해 무산된 적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새 조합장이 임명된 후, 다시 시공사 교체 작업에 돌입했으며, 지난 21일 시공자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분제→도급제로 전환…“조합원 실속 챙기기 위한 시공자 교체”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조합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공자 교체를 단행하는 사업장도 있어 주목된다.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재건축조합은 지난달 18일 열린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고 기존 시공자였던 프리미엄사업단(GS·포스코·롯데)과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조합은 지난 2014년 프리미엄사업단을 시공자로 선정한 후 지난해 7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다. 이후 지난해 말부터 이주가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바뀐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이주가 지연돼왔다.

특히 일부 조합원들이 과거 방배5구역 사업절차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며, 시공사 선정 결의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까지 진행됐지만 2심에서 고등법원이 프리미엄사업단의 손을 들어주면서 소송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조합은 올해 프리미엄사업단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지급보증을 거부하고, 불리한 사업비 대출 조건을 제시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또다시 시공자 교체에 나섰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HUG의 지급보증은 명분일 뿐 조합이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사업방식을 변경해 분양수입을 조합이 독점하기 위해 시공자 교체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방배5구역 재건축사업은 시공자 선정 당시 사업방식이 지분제였다. 당시 조합이 지분제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미분양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강남3구를 중심으로 분양가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지분제사업 방식을 고수할 이유가 없어져 도급제로 변경하자는 것이 조합 측의 입장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시기엔 미분양 등을 우려해 시공사 의존도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재건축 단지의 사업성이 부각되며 굳이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체 카드’로 압박…재협상 사업장 늘어

당초 시공자 교체를 추진했으나 최근 방향을 급선회하고 재협상을 벌이고 있는 사업장도 늘고 있다. 조합 측의 시공자 교체라는 압박카드가 시공자와의 재협상 테이블을 마련한 셈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3지구 재건축단지는 올 초부터 시공자 변경을 두고 고민에 빠졌으나 최근 시공자 교체 방침을 보류했다.

당초 조합은 지난달 25일 총회를 열고 시공자였던 대림산업 선정 해지 안건을 표결에 붙일 예정이었으나, 현재 안건을 철회한 상태다.

대치3지구 조합 관계자는 “대림산업과 체결할 예정이었던 도급계약서에 할인분양, 이자율, 공사비 총액명시 등 조합원들에게 불리한 독소조항들이 명시돼 있어 지난 1월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자를 교체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다만 현재 대림산업 측이 설계변경, 공사비 등과 관련해 조합과의 협상의지를 보이고 있어 시공자 교체 안건은 취소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장위6구역 재개발단지도 최근 시공자 해지를 연기하고 시공자인 삼성물산 컨소시엄과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공사비가 주변 재개발 구역에 비해 비싸다는 조합원들의 의견이 많아 지난 17일 대의원회의를 통해 시공자 계약 해지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시공자 측에서 조합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좀 더 협상을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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