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부여 시행 지금은 아니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부여 시행 지금은 아니다
  • 권대중 교수 / (사)대한부동산학회 회장
  • 승인 2017.03.2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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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주자들 대부분이 친 서민정책을 발표하면서 표를 모으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전·월세상한제 시행과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부여 시행이다.

문제는 시장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차기정부가 이러한 선거 공약을 시행하게 되면 죽어가는 시장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 될 수 있어 걱정이다. 당장이야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고 계약갱신청구권이 부여되면 기존 임차인들은 임대료 상승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겠지만 신규 임차인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매년 전세수요가 늘어나는데 기존의 임차인들이 이사를 나가지 않을 것이고 결국 신혼부부 등 신규 수요자들은 임대료 수준과 관계없이 임대주택을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임대료규제가 강력할수록 기존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간의 갈등은 심화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월세상한제 시행은 임대인이 한꺼번에 전·월세를 인상하거나 존속기간 동안 상한제 적용금액을 초과해 인상할 수도 있다. 즉, 시행 이전이나 만료 이후에 새로운 계약을 하게 되는 임대인들은 규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현행 법정 전·월세 계약기간이 2년이므로 전·월세 인상률이 년 5%이면 2년 동안 10% 이내가 된다는 뜻인데 실제 전국 평균 전세금 인상률은 10%이하다. 그러면 과연 2년 계약에 10% 이내의 인상률 적용이 적정한가는 의문이다. 전세금의 증액 상한을 정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임대차(전세)기간과 차임액의 상관관계이다. 즉, 계약기간이 장기일수록 차임액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임연체 등 계약갱신 거절사유가 없는 한 임대인으로서는 최장 4년(2년+2년) 동안 계약을 유지해야 함에도 중간에 계약갱신 시(2년 후 1회) 연 5% 비율의 한도에서만 차임을 증액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적정한 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임대차 기간 중 물가상승률이나 조세부담 증가 등이 차임인상률 보다 높을 경우에는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나 영업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월세는 부동산시장의 수요와 공급여건·시중금리 등 경기변동에 따라 민감하게 변동하는 것이므로 법률에서 차임 등 증액청구의 상한을 직접 정할 경우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에 신축성과 탄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뿐만 아니라 계약만료 이후 신규로 주택임대를 놓을 경우 역시 무리한 인상이 뒤따를 수도 있다.

이른바 전세난은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거래 침체로 인해 전세시장이 보증금부 월세시장으로 전환되는 구조적 재편과정에서 수급불균형과 주택구매력 부족 등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을 억제(임대주택 공급의 확대 등)하고 거래를 정상화시키는(실수요자 중심의 주택거래 유도) 대책이 필요하다.

더불어 임대 가능한 주택소유자에게 전세를 선택하도록 유인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예컨대, 전세금을 투자재원으로 하여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이 나오도록 하는 방안과 일정기간 전세를 주는 경우 양도소득세에서 혜택을 부여하고 주택개량 시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이다.

그런데 전·월세상한제는 우선 전세가격의 상승에 대한 제동을 걸어 가격상승을 일정비율로 억제하겠다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는 기본적으로 부동산거래의 규제이므로 가뜩이나 전세의 월세 전환율이 높아지면서 전세를 꺼리는 주택임대인에게 전세를 더욱 기피하도록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고액 전세입자에 대한 과세 논란이 있는 시점에서 소액주택임차인 보호 취지의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고액 전세입자까지 보호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전·월세상한제의 실시는 전세가격 상승으로 고민하는 전세입자에게 호감을 주고 전세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결국 전세난 해결에 큰 효과가 없다. 오히려 부동산 시장개방과 정보의 폭주로 인한 시장위협 등 거래 정상화를 위한 모든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시점에 부동산시장 질서에는 역행하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주택임대료 규제정책의 일환인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부여는 부동산시장 상황, 법리적 측면, 국민정서 등을 충분히 고려한 후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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