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높으면 보증 거부”… HUG 으름장에 재건축 멍든다
“분양가 높으면 보증 거부”… HUG 으름장에 재건축 멍든다
  • 김하수 기자
  • 승인 2017.04.27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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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 재건축지역 강남4구·과천 정조준
사실상 ‘제2의 분양가 상한제’ … 업계 불만

정부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 여파로 정비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연말 일몰을 앞두고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와 금융권의 집단대출 심사 강화 움직임에 이어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논란 지역을 관리 대상으로 별도 지정하며 간접적으로 분양가 통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HUG가 특정지역의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규제한다고 해서 향후 자연적인 상승분까지 규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천주공1단지 HUG '보증불허' 칼날 맞나

HUG가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기준을 마련해 행하면서 올해 분양을 앞두고 있는 강남4구 및 과천지역 정비사업구역들은 향후 사업진행에 있어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의 집단대출심사 강화 기조로 집단대출을 받지 못해 사업이 중단되는 재개발·재건축구역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HUG의 분양가 간접규제로 인해 침체된 도시정비사업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보다 앞선 지난해 7월 HUG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아파트인‘디에이치 아너힐즈’의 분양가가 높다는 이유로 분양보증을 거부한 바 있다. 당시 조합에서 제시한 3.3㎡당 평균 4천310만원이 강남구 평균 분양가격(3천804만원)보다 13% 높고 개포주공2단지 분양가(3천762만원)보다 14% 높았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조합은 분양가를 3.3㎡당 평균 4천137만원으로 낮춰 분양보증을 받았다.

최근 시공자를 선정한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조합도 HUG의 ‘분양가 규제’라는 칼날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대우건설은 일반분양가 3.3㎡당 3천313만원을 조합원들에게 약속하며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권을 획득했다.

이는 지난해 5월 과천 주공7-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과천 센트럴스위트’의 분양가 2천700만원보다 22% 가량 높은 가격이다. HUG의 고분양가 판단 기준을 넘어서는 상승폭이어서, 이대로 분양보증을 신청할 경우 보증이 거절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과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은 실제 분양이 임박해 보증 심사를 받을 때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지만 일단은 분양가 하향 수정 없이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입주민이 원하는 특화설계, 마감재 등에 따라 분양가는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시 입찰에 참여한 3개 건설사들 모두 3천300만원 이상의 분양가를 제시한 것”이라며 “분양보증 신청 전 고분양가 논란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분양한 과천주공7-2단지는 별양동이고, 과천주공1단지는 중앙동으로 최근 5년간 시세 추이를 검토한 결과 중앙동과 별양동은 같은 주택형으로 따져 3.3㎡당 최고 500만원이상 높아 1억원 정도 시세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분양과 관련해선 시공자인 대우건설과 협의를 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써는 대우건설이 제시한 조건으로 변동 없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인위적인 분양가 규제 반대…시장에 맡겨야”

HUG의 고분양가 사업장 보증 거부 방침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는 지나친 규제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 2015년부터 민간택지 분양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이후 정부가 상한제를 통해 분양가를 제어할 수 있는 대상은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로 제한됐다.

강남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실제 HUG가 분양가를 관리하겠다고 지정한 지역의 아파트는 모두 민간분양 아파트가 대부분으로 정부가 강압적으로 분양가를 내리게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HUG가‘보증 거부’라는 카드를 꺼내 사실상 이들 지역의 분양가를 제한하고 있다”며 “이는 제2의 분양가상한제 규제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 규제 등으로 실수요자 위주 공급으로 부동산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HUG가 분양가에 대해 직접적으로 제동을 걸 경우 또 다른 부작용이 양산될 것”이라며 “지금은 자연스럽게 가격이 형성될 수 있도록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분양보증에 대해 HUG가 독점하고 있다 보니 자체적으로 만든 기준에 맞게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이를 어길 시 분양보증을 내주지 않는 이른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종필 주거환경연구원 부장은 “재건축·재개발단지들은 사업 특성상 이미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일반분양가를 산정해 놓는 경우가 많은데, HUG가 갑자기 분양가 기준을 만들어 발표하면서 많은 정비사업장들이 사업 추진에 혼란을 겪고 있다”며 “HUG가 독점하고 있는 현 분양보증 시스템에 민간 기업을 참여시킴으로써 경쟁 체제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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