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일규 번호사>행정법원 이송결정 이후
<칼럼 박일규 번호사>행정법원 이송결정 이후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0.01.0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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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8 15:42 입력
  
박일규
H&P 법률사무소 변호사
 

조합설립동의의 하자를 이유로 조합설립무효확인을 구하는 민사소송은 허용되지 아니하며 원칙적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다투는 행정소송만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대법원판결(대법원 2009. 9. 24.선고 2008다60568판결 등)의 취지에 따라 조합설립동의의 하자를 이유로 민사소송을 통해 조합설립무효를 다투던 기존의 사건들이 모두 행정법원으로 이송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이제 조합설립동의의 하자에 관한 판단은 오로지 행정법원의 몫으로 남게 되어 소송을 당하는 조합이나 소송을 제기하는 토지등소유자나 모두 이송 이후 행정법원의 판단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일견 서로 다른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여지는 서울행정법원 판결이 최근 선고되어 조합설립동의서를 둘러싼 분쟁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대상이 된 두 사안은 모두 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 관한 것이며 구 건설교통부 고시 또는 시행규칙에서 정한 조합설립동의서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여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한 후 이에 기초하여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A사안에서 서울행정법원 제4부는 “(구 건설교통부가 고시한 조합설립동의서 양식은)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누락되어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소정의 동의서로서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무효인 동의서를 기초로 한  조합의 설립인가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고, 조합설립동의서와 조합 정관에 비용분담을 예측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는 점에 비추어 그와 같은 하자는 명백하다고 할 것이므로, 조합설립인가는 무효”라는 취지로 판단하였는바(2009. 12. 4. 선고 2009구합11973판결), 이는 구 〈주택건설촉진법〉 시행 당시 재건축결의에 관하여 축적된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도정법〉 상의 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 그대로 적용하여 구 건설교통부가 고시한 동의서 양식에 따른 조합설립동의에 기초한 조합설립인가는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무효라는 의미이다.
 

다음으로 B사안에서 서울행정법원 제1부는 “(시행규칙에서 정한 조합설립동의서 양식을 그대로 따른 이 사건 동의서는) 재개발이 다양한 이해관계가 교차하여 의견통일이 쉽지 않고, 그 추진과정에서 추진계획이 변경되거나 좀 더 구체화 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토지등소유자들로 하여금 재개발사업에 참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에 충분할 정도의 구체성을 갖추어 유효하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는바(2009. 12. 11. 선고 2009구합21215 판결), 이는 〈도정법〉 상의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조합설립동의시 요구되는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의 구체성의 정도를 매우 완화하여 추정비례율 산식이 기재된 시행규칙에서 정한 양식 수준의 조합설립동의서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비용분담의 기준이 구체화된 것으로 볼 수 있어 조합설립동의서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정비사업 관계자들로서는 위 두 판결의 상이한 결론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 것인가. 먼저, 두 사안의 구체적 차이를 지적하여 두 판결이 사실은 다른 결론에 이른 것이 아니라는 해석을 시도해 볼 수 있다. A사안의 경우 구 건설교통부가 고시한 동의서 양식을 따른 것이고, B사안의 경우 시행규칙에서 정한 동의서 양식을 따른 것이어서, 행정법원이 조합설립동의서에 추정비례율 산식이 기재되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이를 기재한 동의서는 유효, 이를 기재하지 아니한 동의서는 무효라고 판단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A사안에서 재판부가 “분양신청 안내 단계에서 개략적인 부담금 내역 통지는 추정비례율 산식 기재만으로는 부족하고 분양신청 여부에 관하여 실질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료가 필수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설시하여, 설령 조합설립동의서에 추정비례율 산식이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동의서가 무효라는 동일한 결론에 이르게 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음에 비추어 A사안과 B사안의 상이한 결론이 단순히 동의서에 추정비례율 산식이 기재되어 있는지 여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추측은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
 
또한, 구 건설교통부 고시에 의한 동의서 양식과는 달리 시행규칙에서 정한 동의성 양식의 법규적 효력을 지적하여 이를 유효로 판단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시행규칙에서 정한 분담금 추산방법 또한 시행규칙 자체에서 ‘예시’임을 분명히 하고 있어 그 법규적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수긍이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보다는 오히려 큰 차이가 없는 두 사안에 대하여 각 재판부가 서로 다른 법리구성으로 인해 정반대의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된다. 종래 민사소송에서 빚어졌던 하급심 재판부 간의 극심한 법리구성의 갈등이 행정법원 이송 후에도 여전히 지속될 것임을, 그로 인하여 동일·유사한 내용의 조합설립동의서에 대하여 하자의 유·무, 인가의 취소사유·무효사유를 둘러싸고 재판부별로 다른 판결이 도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불길한 징조로 비추어진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로 소송의 형식적 관할만을 달리한 채 행정법원의 각 재판부가 상이한 결론으로 치달아 조합설립동의서의 법적운명을 둘러싼 다툼이 다시금 혼돈의 세계로 빠져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필자의 터무니없는 착각으로 귀결되길, 새해 아침 진정으로 소망해 본다.
 〈문의 : 02-584-2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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