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부자, 세입자=서민’ 선입견 버리고 정책 새로 짜자
‘조합원=부자, 세입자=서민’ 선입견 버리고 정책 새로 짜자
대전환 필요한 새정부의 도시정비정책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7.06.01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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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대부분 저소득·노령층 … 다각적 지원책 서둘러야
영세조합원 재정착과 보호 위해 분담금 낮추는게 급선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이상한 모순이 자리 잡고 있다. 정비사업에 이익이 많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각종 공적 부담을 조합에 한껏 전가시켜 놓고, 사업이 어려워지면 조합원 동의를 받아 구역을 해제하라는 극단적인 방법이 마련돼 있다.

상황에 따라 사업이 언제든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공적 부담은 여전히 전가시키고 있다는 모순이다. 임대주택·세입자 주거이전비 등 공적 부담의 수준을 낮춰 정비사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카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이다.

서민들의 편에 서겠다고 공언한 새 정부가 국민 주거복지를 위해 반드시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조합원은 부자, 세입자는 빈자’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라

새 정부의 도시정비 정책은 ‘정비사업 조합원은 서민’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정책 운용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비사업에서 ‘이상한 모순’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뿌리 깊게 박힌 ‘조합원은 부자, 세입자는 빈자’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실제로 재개발사업이 추진 중인 저층주거지에는 저소득 노인 조합원들이 대부분이다. 집 한 채 갖고 있는데 그 집이 재개발구역에 포함돼 졸지에 조합원이 된 것이다.

이들의 30~40년 된 주택은 대개 반지하를 합쳐 3개층 주택으로 이뤄져 부자가 거주하는 집이라고 볼 수 없다. 2층과 반지하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내주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는 도시 저소득층이다. 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기초연금과 세대 내 일부를 월세로 돌려 나오는 기십만원의 임대료 수입뿐이다.

전문가들은 대다수 영세한 조합원들로 구성된 정비사업 조합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데도 정책 당국자의 머리 속에는 여전히 ‘조합원=부자’라는 선입견이 자리 잡고 있다고 꼬집는다.

‘조합원은 아무리 그래도 주택 소유자니 부자 아니냐’는 시선으로 정책 수혜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기 일쑤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실제 정책에서는 가난한 영세조합원들이 중산층 세입자의 주거복지를 위해 돈을 퍼담아 주도록 강제하는 역차별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토지는 기부채납 하되, 건물은 표준건축비라는 땡처리 공사비를 받으라고 하면서 임대주택의 마감수준은 조합원 세대와 똑같이 하라는 행정 횡포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입자 측면에서 보더라도 과연 조합원보다 앞서 보호해야 할 대상인지 의문이 들게 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요즘 30~40대의 주택 구입 연령대 가장들은 주택 구입을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계산이 빠르고 합리적 사고를 하는 요즘 30~40대 가장들일수록 현실을 즐기려는 경향이 강하다. 중형차를 소유하고 외식과 해외여행을 즐기되, 자발적으로 무주택자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주택은 비용만 잡아먹는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재산세와 유지비용이 들어가며 시간이 지날수록 거주 가치가 떨어지는 감가상각의 대상이다. 계산이 빠른 세입자 중에는 현행 정비사업 정책의 모순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 일종의 세입자 재테크를 하는 경우도 발견된다.

한 재개발지역에 정비구역 지정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세입자로 들어가 주거이전비를 받아내는 것이다. 정비구역 지정 공람공고일 3개월 이전에 거주하고 있다는 게 서류상으로 확인되면 주거이전비 지급 대상에 등록되기 때문이다. 세입자 주거이전비는 유주택자라도 조합이 지급해야 한다.

이 같은 세입자 주거이전비용은 모두 늙고 영세한 조합원의 몫이다. 꼬박꼬박 재산세를 내 국가 재정에 보탬이 되고, 스스로 돈을 들여 주택을 유지관리해 도시경관 유지에도 일익을 담당하는 정비사업 조합원들이 정책 수혜 대상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정책당국의 시각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영세 조합원 보호 위해 분담금 낮춰야

전문가들은 영세 조합원들의 보호를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노후 주거지의 주거환경 개선 및 서민들의 주거복지 차원에서 적극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장은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낮춰야 한다며 일정 기준 이하의 조합원에 대해서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방법을 제안했다.

김 원장이 제안한 방법은 소득이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이고, 이 주택 외에 다른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1가구 1주택자인 경우에는 보호해야 할 정책 수혜 대상으로 인식해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원방안으로는 △이주비 제공 및 공사기간 동안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거주지로 제공해 이주기간에 따른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분담금을 낼 돈이 부족한 영세소유주에게는 주택도시기금에서 저리의 조합원 분담금 대출을 실시하며 △준공 후에는 시가로 주택금융공사의 역모기지론을 제공해 노후 생활 기간 동안 생활비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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