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보다 해지가 더 까다로운 신탁방식 재건축… 잘 굴러갈까
계약보다 해지가 더 까다로운 신탁방식 재건축… 잘 굴러갈까
국토부 승인 표준계약서 필요성 대두
  • 문상연 기자
  • 승인 2017.06.28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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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계약해지 전원동의는 불가능한 조항
국토부 검증 통해 법적분쟁 최소화 해야

지난 6월 1일 한국자산신탁이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시행자로 지정되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신탁방식 재건축이 또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신탁방식 재건축으로 사업을 완료한 전례가 없어 표준화된 기준이 없는 만큼 신탁사 선정을 위한 주민동의율을 달성하는 첫 단계부터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토지등소유자 1/3이상의 신탁계약에 있어서 표준계약서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은유 법무법인 강산 대표변호사는 “정부는 신탁계약서를 국토교통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사용하는 절차를 규정해야 한다” 며 “현재 재건축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신탁계약서는 많은 부작용을 발생시키게 될 것이다” 고 말했다.

▲정비사업에 맞춘 표준계약서 필요

전문가들은 현재의 신탁계약 서작성을 전적으로 신탁사에 일임해 놓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신탁방식 도입초기이고 아직 사례도 많지 않아 신탁사의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신탁방식이 외면 받지 않고 정비사업의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도록 국토부가 신탁계약서 등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하는 조기 진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신탁방식에 있어 신탁계약은 조합이 아닌 토지등소유자 개인이 신탁사와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국토부의 통제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정비업체 관계자는 “신탁계약서나 신탁 관련 법령 등은 아직 많이 미흡한 상태”라며 “토지등소유자들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국토부가 나서서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조기에 대처하지 않으면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다”고 말했다.

▲‘전원동의’ 아닌 일정이상 토지등소유자 동의하면 신탁해지 가능하도록 해야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신탁계약서의 내용 중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신탁해지에 관한 사항이다.

한국자산신탁이 여의도 시범아파트에서 사용한 신탁계약서 제21조 1항(신탁해지 및 책임부담)에 따르면 "위탁자는 시행규정 및 관계법령에 따라 본건 사업이 폐지 또는 중단되거나, 수탁자, 수익자 등 이해관계인 전원의 동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탁자의 귀책사유 없이 신탁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신탁계약 성립을 위해 75% 이상의 소유주 동의가 필요하지만 신탁계약 해지 시 신탁계약에 동의한 소유주뿐만 아니라 동의하지 않은 소유주의 해지 동의서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신탁계약 성립보다 해지가 더 까다롭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이 규정에서 있는 전원 동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김은유 대표변호사는 “신탁계약서 제21조 1항대로라면 사실상 신탁해지 방법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며 “신탁사가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정비사업 특성상 많은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되면 복지부동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뜻으로 신탁해지가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도 “현실적으로 ‘전원동의’는 이뤄질 수 없다”며 “신탁계약 해지는 토지등소유자 4분의 3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가능하도록 통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개인적으로 전체 토지등소유자 4분의 3도 지나치게 과도한 비율이라고 보며, 이를 3분의2 정도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범아파트 신탁계약서 특약사항 제3조(신탁계약의 해지)에는 신탁계약서 제21조의 사유 이외에 기타 상당한 사유로 신탁 목적 달성이 어려울 경우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에서 토지등소유자 4분의3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별첨사항이 아니라 계약서 조항에 일정이상의 토지등소유자 동의로 신탁계약 해지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계약해지에 따른 책임소지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은유 대표변호사는 “해지를 하더라도 신탁계약서 제24조 제3항, 제4항에 의거해 그동안 투입비용을 상환하지 못하면 신탁된 재산으로 충당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토지등소유자 개개인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불리하다”며 “법에 해지사유를 명확히 하고, 그 경우 투입비용 반환 없이 신탁등기를 말소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업 초기에는 토지등소유자 전원이 신탁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사업 추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탁해지시 신탁방식 재건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신탁계약을 체결한 일부 토지등소유자들이 모든 투입비용을 부담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청산자의 경우 모호한 법률관계도 명확히 수정이 필요

전문가들은 기존의 조합방식의 신탁등기나 토지신탁 등에 사용되는 신탁계약서를 준용했기 때문에 법률상 모호한 부분이 있어 이에 대한 근거조항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향훈 대표변호사는 “신탁을 하게 되면 압류 등 강제집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나중에 분양 미신청을 이유로 현금청산 및 매도청구 시 매매대금 확보를 위한 부동산 가압류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신탁계약서 제3조(신탁기간)에 ‘분양미신청시에는 신탁계약시 해지되고 분양신청기간 마감일 다음날에 시가에 따른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의제한다. 시가 도정법 시행령 제48조에 따른 방법에 의하거나 법원에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한다’라는 내용을 추가 하는 등 청산자에 대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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