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재개발의 주요 이슈 ⑥ 원주민 재정착
도시와 재개발의 주요 이슈 ⑥ 원주민 재정착
  • 박순신 / (주)이너시티 대표이사
  • 승인 2017.07.3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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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이 시행되는 경우에 나타나는 문제중 해결하기 어려운 것을 꼽는다면 아마도 재정착일 것이다. 재정착의 의미도 여러가지 관점에서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구역내에 거주하던 사람 또는 사업자가 사업이 완료된 이후에도 다시 그 지역에서 거주하는 것과 사업을 재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참 어렵다. 그리고 이 어려운 문제를 재개발사업과 도시재생사업에서 적절하게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재개발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을 하는 것은 지극히 문제가 많은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다.

도시 쇠퇴지역에서 거주하거나 생업을 하던 사람들이 재정착하지 못하면 그 자리는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 거주자가 차지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재정착과 대척점에 있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재생사업 혹은 재개발사업이 시행되면 기존에 거주하던 저소득계층이나 영업을 하던 영세업자를 대신해서 중산층 정도의 소득을 가진 사람이 대거 이주하면서 동네가 부자동네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에 거주하거나 영업을 하던 사람들이 재정착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거비용이 많이 차이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재개발구역내에 영업을 하는 분들의 임대료는 저렴하지만 새로 지은 건축물의 임대료는 대폭 상승되기 때문에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재개발사업 시행 전후의 주거비와 상가의 임대료는 5배이상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정부와 저소득층 주민들 그리고 영세 상공인들의 요구는 분명하다. 재정착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왜냐하면 오래된 주택의 가격과 신축한 주택의 가격을 동일하게 하는 경우에만 주거비와 영세상공인의 임대료 상승을 방지할 있는데 이를 가능하게 할 방법이 어떻게 있을 수 있겠는가?

즉, 재개발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을 한다는 것은 신규투자를 통해서 건축물 등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해야 하고, 이 때 투자된 돈은 임대료의 상승으로 해결하는 것이 시장의 작동원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도시와 건축관련 제도와 규정 등은 최근 10여년 이래 강화되어서 선진국 수준에 맞는 도시기반시설과 건축물의 안정, 친환경기준 등을 충족토록 하고 있다. 이런 제도의 변화는 소득의 증대와 삶의 질 향상에 맞추어서 바뀌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재개발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을 하는 도시쇠퇴지역의 주민들은 우리 제도가 정하고 있는 여러가지 주택과 건축 및 도시관련 기준 등을 충족할 만큼 충분히 소득이 높지 않다. 규정은 선진국 수준인데 재개발과 도시재생사업의 구역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소득은 그렇지 않는 차이를 극복할 대안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종종 주택의 건설기준 등을 소득수준에 따라 적절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

지극히 낮은 주택 수준을 최고 수준의 주택으로 건설하려면 높은 비용을 수반하게 된다. 즉, 우리 재개발사업은 제도적으로 고비용구조로 설계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영세상공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쇠퇴지역의 임대료는 아주 저렴하다. 하지만 재개발사업 혹은 재생사업이 완료되면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는데 이 또한 건축물의 질이 상대적으로 아주 높기 때문에 발생하는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거주민의 재정착을 높이기 위해 주택관련 기준을 대폭 낮출 수 없어서 나타나는 이런 젠트리피케이션을 해결하는 방법은 국가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다. 저소득층과 영세상공인의 재정착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만일 이런 재정적인 지원정책 없이 도시재생사업, 재개발사업을 하는 것은 그동안 나타난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재개발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이 가져오는 장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도시내 저소득층의 거주공간인 저렴주택의 축소문제는 재개발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의 커다란 숙제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내에 저렴주택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며, 또한 저렴주택의 확보와 저소득층 및 영세상공인의 재정착에 필요한 재정지원정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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