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수주전에서 과도한 이사비용 약속 … 대가성 금품제공 논란
재건축 수주전에서 과도한 이사비용 약속 … 대가성 금품제공 논란
  • 김하수 기자
  • 승인 2017.09.12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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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반포1·2·4주구에 7천만원 무상 지급 홍보
전문가 “500만원 안팎이 일반적 … 사실상 금품수수”

건설업체들이 선심 쓰듯 내놓은 과도한 이사비용이 사실상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금품 제공’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시공자 선정 기준의 도입 취지에 비춰볼 때 과도한 이사비용 지급은 시공자 선정에 따른 대가성 금품 제공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시공자 선정 절차가 진행중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와 부산 시민공원촉진3구역에서 일부 건설회사가 수천만원에서 1억원의 이사비용을 제시한 것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최근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에서 현대건설은 조합원들을 상대로 7천만원이라는 거액의 이사비용을 무상으로 지급하겠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건설이 제시한 총 공사비 2조7천854억원의 약 6%에 해당하는 1천600여억원(조합원은 가구당 7천만원)을 조합원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건설은 이사비용 7천만원 중 5천만원을 관리처분인가 시에 지급하고, 나머지 2천만원은 입주시에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조합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회피를 위해 연말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4개월후 5천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것이어서 금품 제공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다.

이같은 논란은 공사규모가 1조원이 넘는 부산의 시민공원촉진3구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롯데건설이 무려 1억원의 이사비 지급을 제시하면서 이중 1천만원을 시공자 선정 후 가계약이 끝나면 바로 지급하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롯데건설이 시공자로 선정될 경우 조합원들은 시공자 선정 총회 후 불과 수 개월만에 1천만원을 지급받게 된다.

이에 부산진구청은 지난 4일 시민공원촉진3구역 조합에 대해 “최근 시공자 선정과 관련해 공정하지 않은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며 “선정 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하라”는 주의 조치를 내렸다.

법률전문가들은 이사비용이란 현실적으로 이주비와 별도로 조합원들의 원활한 이주를 위해 지원하는 것으로 실비차원에서 500만원 안팎이 일반적이라며 이들 현장처럼 수천만~1억원을 지불하는 경우 편법적 금품 제공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공자 수주전 과정에서 약속한 현금 지급이 불과 수개월만에 현실화된다는 점에서 시공자 선정을 대가로 한 금품 제공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에서도 형식상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시공자 선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경쟁입찰에 의해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한 취지를 벗어난 경우에는 도정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봉주 H&P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도정법 위반의 범위에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조합 및 입찰 참가업체가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해 시공자 선정 동의서를 매수하는 상황을 들고 있다”며 “이번 사례처럼 시공자 선정과 관련해 이사비 명목으로 7천만원을 지급하는 것은 통상적 이사비 수준을 넘는 것으로 대법원이 지적한 ‘금품을 제공해 시공자 선정동의서를 매수하는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도정법 상 금품 관련 벌칙 규정이 금품을 제공한 측과 받은 측 모두 처벌하는 양벌 규정이라는 점이다. 이사비용을 수령한 조합원들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행 도정법 제11조 제5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시공자의 선정과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할 수 없다”며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거나 제공의사 표시를 승낙하는 행위 등”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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