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대출 규제로 이주비도 막막 … 혼돈에 빠진 재개발 시장
집단대출 규제로 이주비도 막막 … 혼돈에 빠진 재개발 시장
8.2부동산대책 후폭풍 가시화... 조합들 시름
  • 김하수 기자
  • 승인 2017.09.18 12: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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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건설비율 상향 … 사업중단 위기
이주비대출 축소·전매금지로 돈줄 얼어붙어

정부가 ‘8·2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이후 강남 재건축시장이 혼돈 상태에 빠져든 가운데, 이 여파가 재개발시장까지 확대되고 있다. 8.2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30〜40%로 축소하면서 이주비 대출 금액이 줄어 당장 이주를 계획하고 있던 재개발구역 내 세대주들의 발이 묶이고 있다.

특히 재개발시장에 처음으로 조합원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고 임대주택 비율을 상향하는 등 각종 규제들이 재개발사업을 옥죄면서 조합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추가적인 보완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재건축보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재개발사업 특성상 침체 분위기가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주비 대출 규제로 오도 가도 못하는 세대주

이주비 대출은 재건축·재개발구역 철거가 시작될 때 소유자들이 대체 거주지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집단대출이다. 기존엔 담보인정비율(LTV) 60%(기본 이주비 30%, 추가 이주비 30%)를 적용받았지만 이번 8.2대책으로 대출 한도가 40%로 크게 줄었다.

다주택자는 이마저도 받기 어렵게 됐다. 투기지역 내 대출이 가구당 한 건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강남 4구와 용산구, 성동구 등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11개 구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이미 한 건이라도 받았다면 추가 대출이 불가하다.

이로 인해 연내 이주를 앞둔 재개발 구역 조합원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통상 이주비는 기존 대출을 갚거나,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상환하는 용도로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이주비 대출이 막히면서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서울의 재개발 조합원들은 자금상환 길이 막혀 버렸다.

최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동작구 흑석3구역 재개발조합의 경우 관리처분 신청 이후 이주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8·2 대책이 발표돼 이주비 대출을 받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흑석3구역이 투기과열지구에 포함돼 40%로 강화된 LTV 한도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조합은 8·2 부동산 대책 시행 이전에 대출을 신청한 경우 종전 LTV 비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조합원은 조합이 3일 이전 이주비 대출 기관을 선정하고 이를 은행에 통보했다면 대출금액 신청접수가 완료된 것으로 보고 종전 비율인 6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조합은 현재 이주비 대출 기관으로 신한·우리은행과 협의 후 종전 LTV 비율인 60%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전 은행에 이주비 대출을 신청했기 때문에 기존의 기준을 적용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제 막 시공자 선정을 끝내거나 관리처분 인가를 받지 않은 은평구 재개발 구역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세대주가 이주비에서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주고 나면 남은 자금이 없어 정작 세대주가 이주할 임시주택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평구의 한 재개발 조합원은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40~50년간 산 사람이 대부분이라 이주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고 나면 집주인들은 이사 갈 돈이 모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이주비가 모자라 세도 못 빼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조1구역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이번 8.2대책은 재건축·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조합원 모두가 탐욕스러운 집주인이라는 굉장히 편협한 시각에서 비롯된 정책”이라며 “이곳 재개발 조합원의 상당수는 오래된 주택 하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재산 전부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강남 재건축을 향한 잣대를 재개발사업장까지 확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비 대출 규제 강화로 이주지연 등 재개발 사업진행 속도가 느려질 경우 전반적인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이주비 갈등으로 이주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조합원 뿐만 아니라 재개발 사업진행에 차질이 생기면서 결국 예정된 시기에 공급돼야 할 주택물량이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는 수급 불균형에 따른 시장 전반의 주택가격 폭등 우려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재개발사업장도 관리처분인가 이후 전매 금지

정부는 8.2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개발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 규정도 새로 만들었다. 적용 시기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부터 소유권 이전등기까지’로 명시했다. 일반 아파트와 재건축 분양권에만 적용하던 전매 제한을 재개발 사업장에도 적용한 것이다.

재개발 분양권에 대한 전매제한은 이르면 이달 중 입법 발의될 예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이 발효되는 대로 적용될 전망이다.

개정안 시행 전까지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모든 사업장이 대상이다.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재개발 단지가 없는 과천과 세종시를 제외하고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에서 현재 사업시행인가 이후 단계인 재개발 사업지는 모두 24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주요 사업지로는 서대문구 북아현2·3구역, 은평구 대조1·수색6구역, 성북구 장위4·10구역 등이 있다. 하지만 한남뉴타운과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재개발 사업장들은 이제 막 조합을 설립했거나 아직 추진위 단계로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관리처분인가부터 착공을 거쳐 준공까지는 통상 3년6개월 정도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개정안 시행 전까지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장기간 전매가 묶이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진희섭 주거환경연구원 부장은 “재개발 정책은 원주민이 재정착할 수 있는 방향으로 펼쳐야 하는데 정부가 분양권 전매제한 규정이나 이주비 대출 규제라는 큰 장벽을 세움으로써 원주민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재건축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재개발 특성상 침체 분위기가 장기화되지 않으려면 추가적인 보완책이 반드시 시장에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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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별 2017-09-21 12:53:39
돈있는사람들한테 더 혜택을 안해주면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표현을 쓰는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