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이사비 7천만원, 뇌물의 진화다
재건축 이사비 7천만원, 뇌물의 진화다
  • 홍봉주 대표변호사 / H&P법률사무소
  • 승인 2017.09.2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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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입찰과정에서 시공사가 이사비 명목으로 각 조합원에게 7천만원을 무상지급하겠다고 하는 경우 그것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행위일까.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면 이사비 7천만원의 실체는 무엇일까.

최근 이와 관련해 어느 재건축사업장에서 사회적 이슈가 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은, 재개발조합의 시공자 선정결의에 즈음해 시공자 관계자들이 조합원들에게 투표권 행사의 대가로 현금 100만원을 제공하거나 관광 등 향응을 제공한 사안에서, 위와 같이 행위는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등으로 시공자 선정동의서를 매수해 부정 입찰한 행위라며 실질적으로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보고 시공사 선정결의 자체를 무효라 판단했다.

위와 같은 판례 취지에 비추어 보면, 통상적 수준을 초과해 지급되는 이사비 7천만원은 설사 조합원총회의 시공자 선정 결의를 거친다 하더라도 경쟁입찰에 따른 선정 취지를 잠탈하는 것에 해당해 도시정비법 제11조 제1항에 위반된다. 따라서 그 입찰 과정과 시공자 선정 결의는 모두 무효다.

한편, 시공자들은 조합과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른 공사를 완성, 공사비를 수령하기 위해 도시정비법상 규정된 입찰 과정에 참여한다. 도급계약은 “당사자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것”으로 그 핵심이 일(공사)의 완성 여부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도급(계약 체결)을 위한 경쟁의 방법 역시 공사와 관련된 공사비의 다과를 기준으로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7천만원의 이사비 지급은 위와 같은 시공자의 ‘일의 완성’과는 무관하고 공사비 조정 등에 따른 공정한 경쟁의 취지를 실질적으로 저해하게 된다. 민법 및 도시정비법 관련 규정상의 도급계약의 성격과 경쟁입찰 방식을 잠탈하는 셈이다.

이와 같은 시공사 입찰과정에서 이사비 7천만원 지급약속은, 실질적으로 볼 때 도시정비법 제11조 제1항 상의 경쟁입찰 규정을 위반하는 것으로, 시공자와 시공자 선정 결의에 관련된 조합임원 내지 시공사 직원 등이 도시정비법상 경쟁입찰 방해에 따른 징역형 또는 벌금형 등을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또 기타 방법으로 입찰의 공정을 방해하는 것으로 형법상 입찰방해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법원도 이와 유사한 사안에서 시공자 직원들에게 입찰방해죄를 인정한 바 있다.

아울러 이사비 7천만원 중 통상적 수준을 넘는 부분은 시공사 선정과 관련한 금픔수수를 금지하고 있는 도시정비법 위반죄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이사비 7천만원을 조합임원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조합임원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해서는 안된다. 조합임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하게 되면 그 금품은 뇌물이 된다.

이사비 7천만원은 정비사업에서 이루어지는 통상적 수준의 재정적 지원으로서의 이사비 성격을 갖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조합임원의 특정한 구체적 직무행위와 관련해 시공자에게 유리한 행위를 기대하거나 혹은 그에 대한 사례로서 이루어짐으로써 조합임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체를 가진다면 뇌물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이사비 7천만원 지급약속에 따라 이루어지는 그와 같은 금액의 이사비 지급행위는 조합임원의 총회안건 상정권한 행사를 기대하거나 그 권한 행사에 대한 사례비 성격도 아울러 가진다 할 것이다.

요컨대, 이사비 7천만원은 뇌물이 진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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