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평면 변화에 대한 바람
공동주택 평면 변화에 대한 바람
  • 김수암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17.10.1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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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평면은 기본적으로 전용면적이 정해져 있다. 60㎡, 85㎡, 102㎡, 135㎡, 165㎡ 등등 서민주택, 국민주택, 청약저축과 세제, 건설기준 등 여러 가지 제도적인 규정이 세대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이루어져 있다.

1972년 주택건설촉진법이 제정되고, 다음해 아파트라는 용어가 정의된 이후 현재까지 줄곧 이러한 면적을 중심으로 하는 규정은 변함이 없다. 1997년 설계방법이 중심선에서 안목치수로 바뀌고 면적산정 기준이 바뀐 1998년 이후에도, 발코니 정의가 바뀌어 확장이 합법화된 이후에도 전용면적기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공동주택 단위세대의 설계는 이러한 면적기준의 틀 안에서 공간의 배열과 크기와 개수가 정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면적중심의 기준은 평면 설계에서도 평균적으로 반영되었다. 면적을 중심으로 반드시 있어야 할 전형적인 세대내 공간구성들이 수학의 공식처럼 일반화되었다. 기준이 되는 면적이 증가함에 따라 거실과 부엌과 식당을 기본으로 한 공적인 실의 크기와 분리정도가 결정되고, 방의 개수와 화장실의 개수가 정해지며, 파우더 실이나, 옷 방 등의 부속실이 부가되는 일정한 규칙이 있었다.

여기에는 핵가족 중심의 4인 가족이 우리나라 가족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와 인식도 반영되어 있다. 60㎡형은 거실과 부엌겸 식당, 방 3개를 기본으로 하여 화장실로 구성된다(1개에서 1990년대 후반에 2개로 일반화한다.). 85㎡형이 되면 거실과 부엌 겸 식당, 방3개, 화장실 2개의 크기가 커지고, 부속실 부가한다. 그 이상의 면적대가 증가할수록 방의 개수가 증가하고, 거실과 부엌과 식당이 분리되고 크기가 커지며, 부속실이 증가하는 식이다. 동일면적에서는 동일한 공간구성형태가 반복되는 고정화현상을 나타냈다.

그런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1970년대에서 1990년대로 시간이 지나면서 큰 면적의 평면구성을 그보다 적은 면적의 평면구성이 닮아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즉, 시간이 흐르면서 대형평면의 구성이 중형면적대로, 중형면적대의 평면구성이 소형평면으로 전이되는 현상이었다. 문화에서 하향화하는 현상과 동일한 경향으로 보인다.  

면적이 동일하고 출입방식이 획일화되고 점점 고층화되고 있는 물리적인 제약과 분양가 상한제, 대량공급과 지으면 팔리던 시대라는 제도적·사회적 틀 속에서 나타난 20세기의 모습이었다.

21세기에 들어와서 2005년의 발코니확장 합법화의 영향은 이전의 상황과 다른 변화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발코니 확장 합법화는 법적인 전용면적 기준은 기존과 변함이 없지만 발코니 확장으로 인한 사용면적의 확대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단위세대 설계의 관행에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에는 주거전용면적의 범위 내에서 평면구성을 생각했다면 지금은 발코니의 설치 후 확장을 전제로 한 평면구성으로 변화하였다. 발코니를 전용면적과 연계하여 법규범위 내에서 얼마나 더 많이 확보하는 설계를 할 것인가에 따라서 확장할 수 있는 면적의 차이가 나타나고, 그것을 활용하여 평면의 변화를 추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규상의 주거전용면적은 동일하더라도 실제 설계대상 면적은 발코니 확장 합법화 이전보다 더 넓은 면적이 된다. 동일 주거전용면적이라도 발코니 확장 증가분을 활용하면서 베이수가 증가하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부가적인 부속공간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방의 개수나 크기의 증가와 더불어 알파룸(다기능공간), 팬트리, 각종 수납공간, 전실 등이 늘어나는 것이다. 즉, 발코니 확장으로 증가하는 면적을 바탕으로 다른 추가 실들을 배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평면상으로 거의 변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은 안방공간의 구성이다, 평면상 가장 좋은 향, 가장 큰 방, 그리고 가장 위계상으로 깊은 곳에 위치하며, 전용화장실과 전실을 한 묶음으로 한다. 가변성을 부여하는 경우에도 안방은 고정공간으로 남아있고, 더블베드를 그려넣고 있다. 가정의 중심이라는 전통적인 인식과 더불어 경제권과 생활권의 중심이고, 집의 선택권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침실 3개와 화장실 2개를 기본 구성으로 하는 인식도 60㎡형 이상에서는 여전히 존재한다. 화장실의 크기와 위생도기의 배치순서까지도 초기와 변한 것은 거의 없다.

공적인 공간은 타워형주동에서 거실과 부엌과 식당이 전면에 통합형태로 위치하는 것과 판상주동에서 전후면 분리형태로 대별된다. 표면적인 평면구성은 많이 변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변화는 평면에 대한 사고와 인식의 변화라기보다 발코니 확장을 통한 잉여면적의 물리적 배분이라는 측면에 기인한다.

2008년 이후 신주택보급률로 보아도 전국 총량으로 100%를 초과하였고, 인구구성 변화로 인한 저출산 고령화, 가족구성 변화로 인한 1-2인 가족의 급격한 증가와 평균가족구성의 변화(2015년 기준 2.5인)로 인한 소가족화로 20세기와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량공급과 물리적인 적층 형태, 불특정다수에게 분양한다는 공급방식의 한정된 틀 속에 갇혀있다. 주택 속에 담아야 할 가족과 생활과 내용이 바뀌고 있음에도 여전히 단위세대의 가족구성과 생활의 다양화와 변화를 수용하는 평면 나아가서 공간으로서 사고와 인식은 거의 그대로 머물고 있다.

보다 많은 사용자의 다양성을 담을 수 있도록 사고와 인식을 전환하고 사용자 중심의 평면이 되도록 가변성과 선택성을 부여하자. 부분적으로 거주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평면도 더러 있다. 변하지 않아도 좋을 부분과 변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생각을 확대하여 보다 더 많은 부분을 거주자에게 맡겨 보자. 거주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함께 근본적인 요구와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공간구성체계와 수용성을 넓일 수 있는 평면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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