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과 재생사업에서 전면철거, 재정착, 젠트리피케이션
정비사업과 재생사업에서 전면철거, 재정착, 젠트리피케이션
  • 박순신 / (주)이너시티 대표이사
  • 승인 2017.11.17 1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개발·재건축사업으로 인한 여러가지 사회적인 변화 중에서 큰 이슈가 되는 것이 재정착에 관한 것이다. 새정부는 그동안의 주택정비사업으로 인해 유발되는 주거 불안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것을 감안해 도시재생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전면철거방식의 사업을 지양하고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정책 방향은 큰 틀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 도시재생사업이 중요한 정책으로 부상하면서 자주 회자되는 말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어떤 동네나 골목이 재생사업 등으로 고급화되면, 그 지역의 임대료와 집값이 오르게 되고 그곳에서 살던 가난한 사람들의 집을 부자들이 사서 이사 들어오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 가난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살던 정든 동네나 골목을 떠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 즉, 젠트리피케이션이 생기는 것은 어떤 골목이나 지역에서 주택이나 상가를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게 되면 많은 돈이 투자되고 이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임대료가 상승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데 이것이 결국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을 바꾸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에서 도시재생사업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자고 하는 것은 쇠퇴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던 저소득층의 주거불안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에는 상당한 규모의 재정투자와 민간자본이 참여하게 되는데 이런 곳에서 과연 기존 저소득층의 주거비용 상승을 적절하게 조절할 정책적 수단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정부가 재정을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저소득층의 주거안정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가능할 수는 있다.

정부가 전면철거방식을 지양하자는 것은 전면철거로 인해서 재개발구역에 거주하는 많은 세입자와 영세한 집주인들이 강제로 이주해야 하는 문제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재정착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우리 국어사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단어는 정착이다. 정착이란 “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아 붙박이로 있거나 머물러 삶”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영어사전에서 재정착(resettlement)을 찾아보니 사람들이 살고 있던 곳에서 더 이상 살수 없게 되어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재정착의 의미를 그대로 해석해 본다면 살던 곳에서 다시 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살던 곳에서는 더 이상 살수 없어 다른 곳으로 이주해서 정착하는 것 정도로 볼 수 있다.

전면철거를 통한 개발방식은 재개발과 재건축사업에서만 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신도시개발과 같은 개발사업 또는 국가가 설치하는 기반시설과 같은 사업에서도 기존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주거공간을 불가피하게 전면철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개발‧재건축사업과 다른 점은 사업시행자가 국가이고, 사업규모에 비해 철거하는 주택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사업구역 전체에 대해서 기존의 건축물을 전면철거하는 방식이라서 좁은 사업구역에서 주거불안의 위기에 부딪히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다.

이렇듯 전면철거는 기존의 시설들이 노후하거나 또는 불가피하게 다른 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경우에 나타나는 개발방식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사업, 그리고 도시재생사업에서도 기존의 건축물을 헐고 새로운 건축물 또는 기반시설을 설치하게 되는 경우에는 철거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에 그 건축물에 거주하고 있거나 영업활동을 하는 분들이 이주해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새로운 사업이 시행되는 경우에는 주거비용과 사업용 건축물의 임대료가 크게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를 종전의 노후한 건축물과 같은 수준의 임대료가 되도록 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신축건축물과 기반시설을 확충하면서 투자되는 많은 비용을 임대료나 분양가에 포함해서 회수할 수 없다면 민간기업은 물론이고 공기업에서도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서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새정부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 쇠퇴지역 내에서 재생사업을 추진해 일자리를 만들고,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고자 하는 방향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를 실현할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구체적인 정책수단이 필요하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