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재개발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대한 단상
재건축 재개발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대한 단상
  • 유기열 / 엘림토피아 대표이사
  • 승인 2018.03.0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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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유기열 대표] 최근 도시정비법 전부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계약과 관련된 세부 사항을 규정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 기준’이 고시됐다. 고시의 핵심 내용은 일반경쟁입찰과 전자입찰, 시공자 선정 기준 등이다.

그런데 일반경쟁입찰과 전자입찰을 시행하는데 있어서 일부 오해가 있는 듯하다.

첫째, 일반경쟁입찰이나 전자입찰이 이번에 국토교통부 고시를 통해서 갑자기 도입된 것으로 오해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일반경쟁입찰과 전자입찰은 2017.8.9. 도시정비법 제29조가 개정됨으로써 전면 도입된 것이다. 즉, 이번 고시는 법에서 위임된 범위 내에서 세부 사항만 추가로 규정한 것이다.

둘째, 이번 고시가 정비사업을 위축시키기 위해서, 규제를 가하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고시 내용을 보면 정비사업의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면서도 민간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즉 절차적으로는 일반경쟁입찰과 전자입찰을 통해 계약업무를 투명하게 진행해야 하지만 최종 결정은 법이나 정관에서 정한 조합의 의사결정기구에서 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일반경쟁입찰 및 전자입찰을 하게 되면 입찰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이렇게 되면 실력있는 업체보다 덤핑하는 업체가 선정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그러나 입찰 방식과 선정 방식은 별개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입찰방식은 일반경쟁, 지명경쟁 등으로 나뉘는데 입찰방식은 기본적으로 입찰 참가자격, 입찰의 문을 어디까지 열어 줄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이지 어떤 업체를 선정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즉, 일반경쟁입찰을 한다 해서 꼭 가격이 낮은 업체만 선정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이 있는 것이 아니다.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은 최저가로 입찰한 자를 선정하는 최저가방식, 입찰가격과 실적·재무상태·신인도 등 비가격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선정하는 적격심사방식, 입찰가격과 사업참여제안서 등을 평가해 선정하는 제안서평가방식이 있다. 즉, 가격만이 아니라 제반 여건을 감안해서 조합이 선정방식을 정할 수 있다. 일반경쟁과 전자입찰은 곧 최저가입찰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선정방식으로 진행한다 해도 주요업체는 조합의 총회에서, 기타 협력업체는 대의원회에서 선정하도록 되어 있어 조합의 의사결정권은 존중되는 것이다. 다만 일반경쟁과 전자입찰을 하게 되면 참여업체가 훨씬 많아지고 절차가 투명해지기 때문에 업체 간 담합, 선정과정에서의 비리 가능성은 아무래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계약업무 처리기준과 관련해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이 있다. 과거에는 조합원들이 서면결의서를 제출하고 총회에 참석하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아도 직접참석자로 인정했지만 앞으로는 서면의결권을 행사한 후 총회에 참석한 경우 서면결의서를 철회하고 시공자선정 총회에 직접 출석하여 의결하지 않는 한 직접 참석자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과거처럼 시공자들이 서면 결의한 조합원들을 총회장으로 실어 나르는 방식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번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보면서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정비사업에서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로 기능하는 시공자에 대한 견제 장치가 아직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의 반칙이나 시공자 선정 이후 공사비 증액 요구에 대해 확실하게 제어할 장치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이번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공사비 증액에 대해 검증장치를 두고 있지만 임의 규정이기 때문에 확실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를 수행할 한국감정원이 과연 조직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향후 일정비율 이상의 공사비 증액에 대해서는 검증기관이 검증을 시행할 수 있도록 도시정비법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검증기관의 확충과 이를 감시하고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입법권자들의 관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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