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한 재개발 재건축 ‘계약업무 처리기준’… 시행 두달만에 개정요구 빗발
급조한 재개발 재건축 ‘계약업무 처리기준’… 시행 두달만에 개정요구 빗발
협력업체 선정업무 사실상 마비… 업계 불만 확산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8.03.27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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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가격 부가세 포함 여부 불투명 … 논란 가열
착수 + 성공보수로 이뤄진 변호사 수임료 애매모호 

[하우징헤럴드=김병조기자] 지난달 9일 시행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이 부실하게 제정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시행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 기준을 실무에 적용해 보니 도저히 일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 협력업체 선정 업무에 적용해 보니 이 기준이 얼마나 부실하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정해진 2월 9일의 시행 날짜에 맞추기 위해 국토부가 급하게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만들려다가 결국 미완성 상태에서 발표해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엉망이다” 고 말했다.

▲조합이 제시하는 ‘추정가격’에 부가세를 포함시켜야 하나

우선 협력업체를 선정하기 전에 조합이 제시해야 하는 ‘추정가격’이 부가세가 포함된 금액인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인지 여부가 불투명해 논란이다. 도정법 시행령 제24조 규정에 따라 개별적인 추정가격의 금액에 따라 전자입찰, 수의계약, 지명경쟁 입찰 여부가 결정되는데, 추정가격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족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시행령 규정에 따르면 일반 협력업체의 용역 추정가격이 2억원 이하일 경우 소액 입찰로 간주해 전자입찰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 ‘2억원’이란 금액에 부가세가 포함된 금액인지, 아니면 포함되지 않은 순수 용역금액인지가 불분명하다.

추진위·조합 입장에서 자칫 ‘추정가격은 부가세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라고 판단하고 2억원짜리의 용역을 전자입찰을 하지 않고 진행했다가 나중에 ‘불법 선정’이라는 된서리를 맞을 우려가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협력업체 선정 시 부가세를 포함시켜 진행하는 곳과 불포함해 진행하는 곳으로 나뉘고 있는 상태다. 국토부에 확인코자 해도 담당자가 지난달 9일 이후 계속해서 통화 중이어서 확인이 어렵다.

이에 대해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공공영역과 달리 민간영역에서는 통상‘용역비 1억원에 부가세 별도’라는 식으로 거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추정가격도 부가세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라고 해석돼야 맞다”며 “우리 회사에서 사업을 관리하는 조합의 경우에도 추정가격에 부가세를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짓고 입찰 절차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요율’로 평가하는 감정평가업자는 추정가격 어떻게 판단하나

‘감정평가 수수료율’로 경쟁하는 감정평가업자에 대한 선정도 명확한 규정이 없어 벽에 부딪쳤다. 서울 강남권의 모 재건축조합은 최근 감정평가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조달청 누리장터 홈페이지에 입찰공고를 할 때 ‘기준가격(추정가격)란’에 요율을 표시해야 할지, 금액을 표시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감정평가업자들은 그동안 감정평가 수수료율을 통한 경쟁을 통해 업체 선정을 진행해 왔다. 입찰에 참여하는 평가업자들이 기준요율의 80~120%의 범위 안에서 적정 평가요율을 결정해 입찰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올해 2월 9일부터 시행된 국토부의 ‘계약업무 처리기준’에는 이 같은 업체의 특수한 상황이 감안되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감정평가업자를 선정하려는 조합에서는 전자입찰 과정에서 ‘추정가격’란에 무작정 ‘감정평가 요율’을 적어내겠다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금액란에 요율을 적는 것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일단 계약업무 처리기준에서 정한 절차와 방식대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조달청에서는 국토부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달청 관계자는 “조달청에서는 다양한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로 안내할 내용이 없다”면서 “해당 법률을 전담하는 국토부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고 말했다.

▲‘착수금+성공보수’로 이뤄진 변호사 선임 추정가격 적용도 애매모호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이뤄져 있는 변호사 수임료도 추정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난감한 항목이다. 예컨대 한 조합이 ‘착수금 5천만원+성공보수 1억원’의 형태로 소송을 진행하고자 변호사를 선임하고자 한다면, 이에 대한 추정가격을‘5천만원’으로 봐야 할지, 1억5천만원으로 봐야할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추정가격의 범위를 ‘착수금’으로만 본다면 이 조합은 도정법 시행령 규정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반면 성공보수까지 포함된 1억5천만원이 추정가격으로 결정된다면 수의계약이 아닌 일반경쟁입찰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

진희섭 주거환경연구원 부장은 “국토부가 성격이 각기 다른 방대한 정비사업 협력업체를 ‘계약업무 처리기준’이라는 단일 기준에 억지로 집어넣으려다 보니 발생한 사달이다”며 “조속한 개정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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