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금융규제 ‘융단폭격’ 에 서민 주거환경 갈수록 악화
부동산 금융규제 ‘융단폭격’ 에 서민 주거환경 갈수록 악화
주택금융 '조이기'에 멀어져가는 내집 마련 꿈
  • 김하수 기자
  • 승인 2018.03.27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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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청약경쟁률 고공행진 … 지방은 침체
부자·서민 양극화 부추기고 재개발도 자금난 허덕 

[하우징헤럴드=김하수기자] 문재인 정부의 전방위적 부동산 금융 규제로 인해 정작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부자들 배불리기 정책’이란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취임 당시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천명하며 잇따른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소득은 제자리에 머물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멀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초부터 분양아파트에 대한 중도금 대출액 보증비율이 대폭 줄면서 현금 보유량이 많은 고소득층과 서민 간 양극화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속 서울·수도권 분양시장 ‘활활’…지방은 침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융단폭격 속에서도 최근 서울·수도권 분양시장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최근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로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에 대한 추가 공급이 늦어지고,‘오를 곳은 오른다’는 학습효과 때문에 최근 강남 등 주요지역에 대한 청약경쟁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지난달 16일 분양한 강남구 일원동 개포8단지 재건축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일반분양분 1천246가구 모집에 3만1423건이 몰리며 평균 25.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 1순위 청약 마감됐다.

같은 날 청약을 진행한 강남구 논현동 ‘논현 아이파크’의 경쟁도 치열했다. 특별공급 물량을 제외한 76가구에 총 1천392명이 접수해 평균 18.3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아울러 SK건설과 롯데건설이 과천시 과천주공2단지를 재건축해 최근 분양한 ‘과천 위버필드’는 391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647명이 청약 신청해 1순위 당해 청약접수에서 일부 마감됐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지방의 경우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침체구간에 진입하고 있지만 강남, 과천 등 검증된 지역,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단지들은 수요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며 “이러한 지역별 청약자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부자·서민 양극화 부추기는 중도금대출 규제

이와 같은 청약 열풍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분양가 인상 억제’ 등 강남발 재건축·분양시장 열기를 진화하기 위해 내놓은 정부의 강화된 규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주변시세 대비 분양가를 낮추도록 규제하면서 새 아파트가 시세대비 저렴하게 공급돼 ‘로또 청약’ 등 시장 왜곡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2 부동산대책을 통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요건을 개선해 고분양가에 따른 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지역은 필요시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선정키로 했다.

이와 관련 민간택지의 경우 정부 산하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의 ‘분양보증’ 등을 내세우며 분양가를 사실상 규제했다.

강남4구와 경기 과천시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최근 1년 내 공급된 인근 단지들의 분양가 보다 10% 이상 높거나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의 최고 평균가 또는 최고 분양가를 초과하는 경우 분양 승인을 막았다. 신규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보증 한도도 1인당 2건 이내, 6억원 이하로 축소했다.

수요자들의 돈줄이 묶이면서 일부 시공자들은 중도금 대출에 필요한 보증에 대해 시공자 연대보증안을 내놓았지만 이마저 정부의 눈치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실제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시공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중도금 60% 중 40%를 자체 보증으로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분양 직전에 취소가 됐다. 이 단지는 가장 작은 주택형인 전용 63㎡ 저층이 9억원이 넘기 때문에 은행권을 통한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잔금 대출을 제외하더라도 계약금 10%와 중도금 60% 등 최소 7억원의 현금을 자력으로 조달할 수 있는 부자들만이 청약을 할 수 있고, 현금 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은 청약 기회가 사실상 주어지지 않는 셈이다.

설령 강남지역이 아니라고 해도 서울 전 지역, 과천 등 주거 인기지역은 평(3.3㎡)당 단가가 높은데다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중도금 대출이 쉽지가 않다. 최근에 분양한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이 총 575가구 중 128가구가 미계약분으로 나온 배경 역시 청약 당첨 이후 중도금을 마련한 여력이 되지 않는 수요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소득이 많아 대출 상환 능력이 있는 청약자의 경우에도 당장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없으면 청약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자산이 많은 사람만 시세차익을 보는 구조가 되고 있는 만큼, 관련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분양가를 최대한 낮추도록 압박만 하는 정부의 어설픈 규제로 강남 재건축 청약은 수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는 ‘부자들만의 리그’가 되고 있다”며“ 반면 자금이 부족한 서민들은 대출 문턱까지 높아져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지는 초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집단대출 규제로 이주비도 막막

정부가 8.2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30~40%로 축소하면서 이주비 대출 금액이 줄어 당장 이주를 계획하고 있던 재개발구역 내 세대주들의 발이 묶이고 있다.

이주비 대출은 재건축·재개발구역 철거가 시작될 때 소유자들이 대체 거주지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집단대출로 실거래가 기준이 아니라 종전자산평가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기존엔 담보인정비율(LTV) 60%(기본 이주비 30%, 추가 이주비 30%)를 적용받았지만 8.2대책 이후 대출 한도가 40%로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서울의 재개발 조합원들은 이주비 대출이 막히면서 자금상환 길이 막혀 버렸다. 통상 이주비는 기존 대출을 갚거나,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상환하는 용도로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은평구의 A재개발조합 관계자는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40~50년간 산 사람이 대부분이라 이주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고 나면 집주인들은 이사 갈 돈이 모자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출 규제는 자금여력이 열악한 조합원들에게는 결국 그 지역을 떠나라는 얘기와 같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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