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방식 재건축사업 시행 2년… 주민대표기구 없어 ‘헛바퀴’

제도개선 목소리 커지는 신탁사 단독시행자 방식 문상연 기자l승인2018.04.2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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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추진 주체없어 동의서 징구부터 난항

사업시행자 지정까지 사업비 조달 어려워

신탁사 초기 영업비용 투입 위해선 법정 주민단체 필요

[하우징헤럴드=문상연기자] 2016년 3월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으로 신탁사 참여의 길이 열린지 2년이 지났지만 신탁사 단독시행자 방식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면서 제도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신탁방식의 장점으로 꼽히는 추진위, 조합설립이 필요치 않다는 점이 정작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신탁방식을 적용한 현장에서는 주민의 의견을 모으고 대변하는 주민대표기구가 없다는 점이 사업추진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신탁사 단독시행자 방식을 도입하는 현장이 늘어나고 있지만, 법정 주민대표기구가 없어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는 현장이 많다” 며 “주민과 신탁사 모두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주민대표기구를 필요로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신탁방식 동의서 징구 첫 단추부터 난항

업계에서 신탁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추진위원회와 같은 주민대표기구가 설립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탁사들은 추진위나 조합설립이 필요치 않기 때문에 사업기간을 2년 이상 앞당길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여의도 일대에서 2016년부터 빠른 사업추진으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다는 업체들의 홍보전으로 신탁방식 재건축 열풍이 불었다. 2016년 말 시범아파트를 시작으로 2017년에는 공작아파트, 수정아파트, 대교아파트 등의 단지가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된 현재 여의도 시범아파트만 유일하게 사업시행자로 한국자산신탁을 선정하고 정비계획 변경 신청을 한 상태다. 이외의 단지들은 모두 사업시행자 지정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대교아파트는 예비시행자로 KB부동산신탁을 선정했지만 1년이 넘도록 특정 동이 극심한 반발을 하면서 동별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고, 광장아파트는 총 10개동 가운데 8개동만 따로 신탁방식 재건축을 하겠다고 나서자 나머지 2개동에서 소송으로 맞대응 중이다. 

또한, 지난해 한국자산신탁을 예비사업자로 선정한 수정아파트는 주민들 사이에서 신탁방식 자체를 철회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신탁방식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서는 토지등소유자들의 합법적인 의사 결정 과정을 확보할 수 있는 추진위원회 설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탁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조합방식과 같은 75%의 주민 동의와 토지면적 1/3이상의 신탁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신탁사와 주민간의 협의가 불가피하다. 사업시행자로 지정되는 순간 사업 초기 단계부터 사업비를 대고 전체 자금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시행자로서 협력업체 선정 등 사업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고 신탁수수료도 결정되기 때문에 주민들의 이익을 대변할 주민대표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탁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단지들에서 과도한 수수료와 사업비 조달금리, 시행규정의 독소조항 등으로 반발이 생겨 사업시행자 지정을 위한 동의서 징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신탁사가 토지등소유자의 재산은 물론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권한을 위탁받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시행자 지정 과정에서 많은 협의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추진위와 같은 법정단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현장에서 신탁방식 첫 문턱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신탁사 초기 영업비용 투입 위해 법정 단체 설립 필요

신탁방식이 조합방식에 비해 갖는 장점중 하나가 초기 사업비 조달이다. 금융권 대출규제가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신탁사의 원활한 자금 조달은 큰 장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추진위 같은 법정 주민단체가 없어 사업시행자로 지정되기 전까지의 과정에서 신탁사의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탁방식을 추진하기 위한 첫 단계인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서 징구에는 적극적 홍보를 위한 자금이 필요한데 추진위가 없는 현행 신탁방식에서는 섣불리 신탁사가 자금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신탁사 입장에서 보면 사업시행자로 지정되기 전에는 리스크가 온전히 신탁사 몫이라 자금투입에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실제 신탁방식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들의 경우 신탁사가 상담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직원 몇 명만 투입하고 있을 뿐 소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오히려 재건축사업에 대한 열망이 높은 몇몇 주민들로 구성된 주민단체가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풍부한 자금력을 가진 신탁사가 업무협약을 맺고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에 나서기 위해서는 조합방식의 추진위원회와 같은 법정 주민단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상연 기자  msy@hou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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