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주년 기획 '정비사업 규제혁파'... 재개발 재건축 이주비 대출 규제
창간14주년 기획 '정비사업 규제혁파'... 재개발 재건축 이주비 대출 규제
이주비 대출 60~40%로 줄어… 조합원들 돈줄 막혀 ‘발동동’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8.05.30 12: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세조합원 많은 재개발구역들 타격 심각
“친서민 부동산정책 펴겠다” 정부 구호 무색 

▲ 사진은 본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하우징헤럴드=김병조기자] 정비해야 할 정비사업 제도의 첫 번째 대상은 정부의 무분별한 대출규제다. 지난해 발표된 8·2대책의 대출규제 후폭풍이 2018년 상반기 정비사업 시장을 강타하면서 조합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에서 LTV의 40%만 적용하도록 한 대출규제로 이주가 불가능해진 조합들이 해법을 찾지 못해 망연자실하고 있다. 정비사업에서 LTV 역할을 하는 것은 종전자산평가액으로, 종전자산평가액 대비 대출가능액이 기존 60%에서 40%로 대폭 줄어 20%의 차액을 메꿀 방법을 찾지 못해 이주가 지연되는 조합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주비 대출은 HUG의 보증을 받아 조합이 선정한 제1금융권 은행을 통해 진행되는데, 이때 은행으로부터 종전감정평가액의 40% 이상은 대출이 거절된다.

▲종전평가액 5억원 중 세입자 전세보증금만 2억4천만원

정부의 대출규제 직격탄을 맞은 피해자는 대표적인 서민계층으로 볼 수 있는 비강남 지역의 다가구주택 소유자다. 대출규제 전에는 5억원짜리 주택에서 3억원(5억원의 60%)의 이주비를 받아 전세입자의 전세보증금 반환과 자신의 이주용 주택의 전세보증금으로 활용했으나 정부의 대출규제로 이 방법이 막히게 된 것이다.

재개발구역의 주택 형태를 살펴보면 여러 가구로 쪼개져 있어 주택 전체 가치에 비해 전세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그러다보니 대출규제로 인한 대출금 부족은 곧바로 이주를 불가능하게 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재개발구역 내 평균 주택은 반지하를 포함해, 3개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1층 집주인을 포함해, 반지하 2가구와 2층 2가구 등 총 5가구가 한 지붕 밑에서 함께 산다.

실제로 서울 지역 A재개발구역 다가구주택의 경우 이 집에 거주하는 4명의 전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은 2억4천만원이지만, 대출규제에 의해 대출가능한 이주비는 2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층 한 가구에 8천만원씩 1억6천만원, 반지하 한 가구에 4천만원씩 8천만원으로 총 전세보증금을 합산하면 2억4천만원이다.

하지만 대출가능 금액은 종전자산평가액 5억원의 40%인 2억원만 가능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는 데에만 4천만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노년의 조합원 부부도 이주를 위해 다른 주택을 찾아한다는 점에서 현행 대출기준으로는 이주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이주가 막히면 철거와 착공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재개발사업 전체가 올스톱 된다. 게다가 이들 부부는 퇴직한 노부부라는 점에서 딱히 돈을 융통할 곳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구역 내 상당수의 상황이 이 노부부 상황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대출규제의 피해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킬 정도로 심각할 수밖에 없다.

대출규제 전이라면 어땠을까. 대출규제 전의 기준인 LTV 60%라면 사업이 추진될 수 있었다. 종전감정평가액 5억원의 60%인 3억원을 대출 받아, 이 중 2억4천만원은 전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돌려주고 나머지 6천만원으로 인근 다가구주택의 투룸 주택으로 이주하면 됐다. 재개발구역 인근의 노후 다가구주택 투룸의 전세가가 6천만원이라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해법이 된 셈이다.

다가구뿐만 아니라 구역 내 빌라도 문제다. 빌라는 단독 가구가 거주해 전세보증금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현실은 다가구주택과 마찬가지다.

서울의 B재건축조합의 경우 구역 내 15평 빌라의 종전감정평가액이 2억원인데, 기존 대출 1억4천만원이 있어 이주비 부족 문제로 곤란을 겪었다. 정부의 대출규제에 따라 이주비 대출 가능금액이 2억원의 40%인 8천만원뿐이어서, 전세보증금 돌려주는 것만 해도 6천만원이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조합원이 해당 빌라에 직접 거주하고 있다하더라도 주택담보대출이 있어 이주비 부족 문제는 똑같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일반 서민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이주비 대출규제는 사실상 사업을 하지 말라는 뜻과 같다”며 “투기수요 억제를 위해 내놓은 정부 정책이 투기와 상관없는 비강남권 서민들에게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속히 대출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겨우 찾은 미봉책…제2금융권이나 시공자 대출

대출규제로 인한 부족한 20%의 차액은 제2금융권이나 시공자 대출로 겨우 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A조합은 시공자로부터 7% 이자율로 차입해 이주비 문제를 해결한 상황이다. 제1금융권에서 대출한 대출조건은 CD변동금리를 감안해 현재 기준으로 3.5% 정도인데, 약 2배의 금융비용을 부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시공자가 대출 여력이 없는 경우에는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제2금융권에서는 대략 8%의 금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최근 제2금융권에서는 각종 대출상품을 내놓으며 정부 규제의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모양새다.

결국 정부의 대출규제로 이주 절차를 진행하는데 값비싼 통행료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정부가 무분별한 대출규제를 하지 않았다면 서민들인 조합원들이 고금리의 이자를 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투기세력과 선의의 피해자를 구분해 적용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비강남권에서 1가구 1주택을 갖고 있는 노부부 등 실수요자라고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경우에는 대출규제 대상에서 제외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희섭 주거환경연구원 부장은 “재개발·재건축을 막론하고 정비구역 안에는 1가구 1주택자로 오랫동안 거주해 사실상 원주민이라고 할 수 있는 많은 조합원들이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대출규제 대상에서 제외시켜 안정적인 정비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