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삼술 국토교통부 주택정비과장- 정부의 재건축정책 방향
유삼술 국토교통부 주택정비과장- 정부의 재건축정책 방향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8.05.3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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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개발이익보다 주거환경 개선에 초점
투자로 바라보는 인식 바뀌도록 정책 추진 

[하우징헤럴드=유삼술 과장]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2003년 6월 시행된 후 만 15년이 지났다. 그간 정비사업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도시환경을 참 많이 바꿔 놓았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긍정적 경험도 했지만, 제도 도입 당시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도 경험했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의 낡은 아파트들은 재건축에 따른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았다. 이런 재건축아파트의 가격 상승은 주변 아파트의 가격까지 상승시키는 ‘견인효과’까지 불러왔으며, 결국 주택시장 전반의 불안을 야기했다.

이에 재건축사업으로 인한 시장불안 요인을 차단하고, 불로소득을 환수하기 위해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재건축부담금이 제도화됐다. 이후 정권교체와 부동산 시장의 등락을 거치며, 재건축에 대한 정책도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과 많이 달라졌다. 가장 큰 접근 방식 중 하나는 부동산시장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조는 재건축사업 관련 정책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최근 안전진단 기준을 정상화 한 것과 재건축부담금이 유예기간을 끝내고 금년부터 정상부과에 들어간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두 정책은 모두 재건축사업이 당초 제도 도입 취지대로 사업의 본질에 맞게 추진되도록 하는데 공통점이 있다.

앞으로의 재건축정책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최근 정책이 재건축사업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재건축사업이란 공동주택으로서 피할 수 없는 생애 단계 중 하나다. 공동주택은 신축 단계를 거쳐 유지 관리를 통해 평생을 보내게 된다. 내구연한을 경과해 더 이상 유지관리만으로 사용이 어려운 단계가 오면 공동주택의 생을 마감해야할 시기가 오게 된다. 공동주택을 철거하고 부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고, 리모델링사업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입주민의 대체주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재건축사업을 통해 새로운 아파트를 짓게 된다. 이것이 재건축사업의 본질적인 모습이다. 공동주택을 더 이상 유지관리를 통해 사용할 수 없는 단계가 도래하면,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공동주택을 건설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의 재건축은 공동주택에 있어 필연적인 과정이므로 정부도 제도를 마련해 사업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재건축사업이 이러한 재건축사업의 본질적인 모습에 맞게 추진되어 왔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많은 재건축사업들이 당초 도입취지에 맞게 추진됐고 이로 인해 많은 주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지만, 모든 사업이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목적에 맞춰 추진되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부 재건축사업은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목적보다는 개발이익에 초점을 두고 추진됐고, 이 과정에서 주택시장의 왜곡,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불안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먼저 지적된 문제는 불필요한 재건축사업의 추진, 재건축사업의 과잉 추진이다. 유지관리를 통해 아무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는 공동주택 단지가 개발이익을 이유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이다. 재건축사업의 추진을 위해 오히려 유지관리를 소홀히 한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이러한 과잉 추진에는 건설업체, 정비업체 등 이익 단체가 비전문가인 주민들을 부추기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외부 세력에 의한 사업 추진의 경우 사업추진 자체가 주민들 간의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개발이익 확보를 위해 가능한 고밀로 개발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고, 이로 인한 기반시설 부족문제, 미래의 개발여력(용적률)을 모두 현재의 사적 이익을 위해 앞당겨 써버리는 문제가 발생된다. 이는 미래의 도시환경 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 능력을 급격히 떨어지게 한다.

둘째, 재건축사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변화이다. 재건축을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재건축사업으로 많은 개발이익이 발생한다는 인식에 낡은 아파트가 새 아파트보다 더 가격이 오르고, 주식에 투자하듯 재건축아파트에 대출을 얻어 투자까지 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재건축아파트를 더 이상 주택으로 보지 않고, 투자대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재건축주택이 투자 대상화됨에 따라 주택가격이 왜곡되고 급등하는 등 주택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마치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듯 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재건축아파트의 투자재적 성격이 강해져 감에 따라 가격등락의 진폭은 일반 아파트에 비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이런 큰 가격등락 폭은 다시금 재건축아파트의 투자재적 성격을 강화해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재건축아파트가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에 따른 피해는 대부분 무주택 서민들이 입게 된다. 주택 투자로 몇 개월 만에 몇 억원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무주택 서민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과 패배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를 바로 잡고자 정부는 안전진단 기준 중 구조안전성 비중을 50%까지 확대함으로써 불필요한 재건축이 추진되는 것을 방지했다. 앞서 설명했듯이 재건축사업의 경우 기본적으로 유지관리를 통해 더 이상 공동주택을 유지하는 것이 구조적,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검증된 경우에 한해서 추진하는 것이다.

또한, 그간 적용이 유예되어 오던 재건축부담금 제도를 추가 유예 없이 금년부터 집행키로 했다. 작년 말 3개의 재건축부담금 폐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고 이에 대한 논의 끝에 금년부터는 차질 없이 추진키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서초구에서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을 통지한 바 있다. 예정액 통지 후 예정액 산정 방식, 금액 등을 두고 일부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정액 산정방식이 불명확해 정확한 금액을 산출하기 힘들고, 예정액이 조합 예상 보다 높아 사업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등의 우려이다.

예정액 통지의 목적이 무엇이고, 그 목적이 통지를 통해 충분히 달성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면 현 예정액 통지 제도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예정액 통지는 조합 및 조합원에게 장래의 부담에 대해 충분한 예측 가능성을 제공함으로써, 준공시점 예상 밖의 부담으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관리처분계획이 확정된 후 기존 아파트를 철거하고 착공하게 되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으므로, 관리처분계획이 확정되기 전 단계에 부담금 예정액을 사전에 알려줌으로써 조합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일부 조합은 가능한 예정액을 축소해 통지받기를 원하고 이를 위해 구청에 제출하는 자료를 왜곡해 제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정액을 줄이는 조치는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무척 위험한 행동이다.

예정액은 어차피 예정액이기 때문에 이대로 부담금이 최종 부과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조합에 예측가능성을 제공해주는 목적으로 통지될 뿐이다. 예정액을 낮게 책정한다고 해서 최종 부담금이 낮게 책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예정액을 축소시켜 최종 부과되는 부담금과 큰 격차가 발생하는 경우 종료시점 더 큰 분쟁으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다.

조합은 조합원들에게 너무 낙관적인 시나리오만을 설명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관적인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해 두어야만 향후 분쟁을 막을 수 있다. 조합은 예정액 통지 단계에서 가급적 정밀한 예정액을 추산해 보고, 전체적인 사업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 정부에서 추진된 재건축 관련 정책변화의 기본적 방향은 재건축사업이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당초의 목적대로 추진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꼭 필요한 재건축사업만 추진되어야 하며,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재건축사업이 투자대상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정책 방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많은 재건축조합에 부담금 예정액이 통지될 것이고 후속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다. 재건축부담금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경우 재건축사업을 본래의 취지와 달리 투자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에 일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러한 인식변화가 전제될 경우 재건축아파트의 가격이 주택시장 흐름에 맞춰 출렁이는 현상도 마찬가지로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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