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반값 아파트’ 등장… 서울·수도권 중심 양극화 깊어진다
‘로또·반값 아파트’ 등장… 서울·수도권 중심 양극화 깊어진다
  • 김하수 기자
  • 승인 2018.06.14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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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역 파라곤’ 809가구 모집에 8만5천여명 몰려
지방 중소도시에선 ‘청약 제로’ 현상 … 분위기 냉랭 

[하우징헤럴드=김하수기자] 최근 서울권 분양시장에서 ‘로또 아파트’, ‘반값 아파트’들이 대거 등장하며 비정상적인 청약광풍이 불고 있다. 반면, 지방 분양시장과 기존 재고주택시장은 가격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과 함께 대출 등 각종 규제 영향에 ‘거래절벽’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분양가를 무리하게 통제하면서 되레 서울·수도권 청약시장이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기존 재고주택시장과 지역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맞춤형 핀셋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당첨만 되면 ‘로또’…펄펄 끓는 서울 청약시장

서울·수도권 아파트 청약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심사로 인해 인근에 지어진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저렴해지자 수요자들이 묵혀뒀던 청약통장을 꺼내들며 청약수요가 폭발하는 모양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의‘미사역 파라곤’은 809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8만4천875명이 신청하면서 평균 104.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평균 분양가가 3.3㎡당 1천430만원대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돼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을 있다는 입소문이 퍼져 견본주택 개관 이후 3일간 무려 6만5천여명이 방문하기도 했다. 

같은 날 청약을 진행한 ‘평촌 어바인 퍼스트’도 1천193가구 모집에 총 5만8천690명이 접수해 평균 49대 1로 마감됐다. 이날은 총 7개 단지에 대한 인터넷 청약이 이뤄지면서 오전 한때 아파트투유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4월 마포구 염리동에서 분양한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는 300가구 모집에 1만4천995명이 몰리며 1순위 평균 49.98대 1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 292.23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영등포구 당산동에 공급된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 역시 전용 46㎡ 청약경쟁률이 919.5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이 단지는 미계약 물량 8가구 분양에 2만2천431명이 몰리면서 평균 2천804대 1이라는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새 아파트에 대한 청약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이유는 정부의 분양가 규제에서 기인한다. HUG는 강남을 비롯한 서울·과천 등지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정하고 인근 지역에서 1년 새 분양된 아파트의 분양가를 넘지 못하도록 분양가를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세 대비 분양가가 저렴한 ‘로또 아파트’가 대거 양산돼 수요자들이 묵혀뒀던 청약통장을 꺼내들고 있는 것.

이달에도 서울에서 HUG의 분양보증 심사를 거친 ‘로또아파트’가 대거 공급에 나설 예정이라 당분간 청약시장 과열 분위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 실장은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게 책정된 로또아파트 분양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이로 인해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당첨 확률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규제 직격탄에 고개 못 드는 지방 분양·재고주택시장

서울과 달리 지방 분양시장과 재건축 등 재고주택 매매시장은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충북과 강원 등에서 분양한 사업지에서는 1순위 청약자가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는 ‘청약제로’ 현장이 나타났다.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올 들어 청약자 0명인 신규 분양 단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기존 재고주택 매매시장 역시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최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의 5월 아파트 매매거래 신고건수는 5천30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루에 167.9건 꼴로 전년 동월(일 328.8건)대비 절반(48.9%)에 불과하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도 6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및 보유세 권고안 발표를 앞두고 관망세가 더욱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택시장 양극화 현상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기존 아파트 시장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된 반면 새 아파트는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면서 실수요는 물론 투자수요까지 가세하고 있다”며 “특히 새 아파트 중에서도 시세차익이 가능한 단지에만 청약자들이 몰리는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인위적인 분양가 규제가 오히려 부동산 투기세력의 응집력을 더욱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특히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위장전입 등 불법을 자행하는 사례도 크게 늘어 주택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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