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사업에서 나타나는 공공의 이중적 태도
재개발사업에서 나타나는 공공의 이중적 태도
  • 박순신 / (주)이너시티 대표이사
  • 승인 2018.07.1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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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박순신 대표] 서울 강남지역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지역의 부동산시장이 격변을 거치고 이제 좀 숨고르기에 들어선 듯 하다.

정부는 지난해에 두 차례에 걸친 고강도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을 마련해 시행했으며, 그 결과 강남지역의 급등하던 아파트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가을부터 폭등한 아파트가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다시금 예전 가격으로 환원될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안정이란 의미는 가격 폭등이 멈췄다는 의미로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가격으로 대표되는 주택가격의 변동은 부동산시장을 넘어 우리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그리고 이런 시장변동의 여파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모두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정비사업에 그대로 반영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정비사업에 투영되어 나타난다는 것은 주택가격의 변동이 정비사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다시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정비사업은 여러 이해집단간의 갈등과 알력이 항상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갈등이 조정되는 중요한 고리가 바로 시장이라는 시스템이다.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곧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이해관계인이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 가장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는 바로 토지등소유자인 조합원이다. 조합원들은 정비사업으로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과 자신의 주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자한다. 그러면서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는 비용을 내지 않고 싶어 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어젠다인데 자기집을 새로 지으면서 집짓는 비용을 내지 않겠다고 하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는 것이다. 즉, 토지등소유자들이 정비사업에서 얻고자 하는 것들은 자기 부담은 최소화 하면서 주거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정비사업이후에는 자신의 자산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정비사업을 통해서 토지등소유자 못지않게 이익을 얻는 곳이 있는데 바로 국가로 대표되는 공공영역이다. 공공은 재정을 투입해 해결해야 하는 도시내 기반시설 설치를 정비사업 조합원에게 부담시키고 있으며, 그동안 수익이 없이 공중이 사용하고 있던 골목길과 같은 국공유지를 높은 가격을 받고 팔아 금전적 수익을 얻고 있다.

이런 이익을 얻으면서도 정비사업을 하는 조합원과 조합 등 민간영역의 기업에게 규제와 이익환수 등의 제도와 정책을 수시로 만들고, 고치면서 더 많은 공익을 달성하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지 않다.

공공영역 역시 조합원과 다르지 않게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공공영역의 부담은 없으면서 많은 공공기여를 원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에는 또 민간기업이 참여해 이익을 얻고자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건설회사는 막대한 자금과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다른 이해관계집단과 빈번한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다. 이들은 또한 자사의 이익이 침해받는 것을 거의 용납하지 않으면서 갈등을 완화하고자 하는 노력은 거의 하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건설사는 사업시행자가 아니며, 사업시행자는 조합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조합이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에서 법적인 책임은 주로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부담하며 건설사와 같은 민간기업들은 사회적·도의적 책임만을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건설사의 이런 입장은 토지등소유자와 공공영역의 이중적인 태도와 다르지 않다. 이익은 최대로 하면서 책임은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는 것이 법률적인 근거라는 태도인 것이다. 조합원과 공공영역, 그리고 민간기업 모두의 이중적인 모습은 재개발사업에서의 갈등을 더욱 격화시키는 요인이다.

이런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세입자와 영세상공인들까지 이해관계에서 같이 논의해야 하는 구조적인 모습을 정비사업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각자 원하는 이익을 다 얻을 수 없어도 상당부분 서로가 받아 들이는 정도의 이익은 얻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왜냐하면 어떤 특정집단의 이익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면 사업은 추진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공공영역은 이해관계의 당사자이면서 이들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도 같이 수행해야 하는 커다란 책임을 맡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데 그런 인식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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