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현금청산자 감정평가업체 불법영업 ‘심각’

"125%이상 더 받게 해주겠다" 약속... 1억원 담보로 동의서 받아 김병조 기자l승인2018.08.2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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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단계서 청산자에 접근 “청산액 높여주겠다”
추천받은 뒤 조합에 다른 용역 사업 달라 협박

[하우징헤럴드=김병조기자] 공정한 감정평가가 당연한 직무인 감정평가업체가 정비사업 현금청산자에게 접근, 청산금액을 높여주겠다며 불법 영업 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돼 경찰이 조사에 들어갔다. 종전자산평가액 대비 125% 이상 높여주지 못하면 1억원을 주겠다며 현금보관증을 제공하고 동의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감정평가업체는 이와 별도로 조합에도 접근해 협의보상 업무에 협조해줄테니 영업권 평가업무까지 달라고 요구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협의보상 절차를 지연시켜 조합에 큰 피해를 끼치겠다고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천호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조합장 김종광)에서 최근 A감정평가법인이 이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을 인지하고 수사 중이다. 강동경찰서는 A감정평가법인의 협박 등 불법행위에 대한 자료 및 증거 조사를 끝내고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호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의 김종광 조합장은 “타락한 일부 감정평가법인의 왜곡된 평가로 인해 청산금액이 높아지게 되면 결국 그 피해는 사업에 참여하는 다수의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 평가법인 관계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경찰에 요구한 상태다”며 “잘못된 현행 정비사업 제도 때문에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조합의 궁박한 상황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꾀하려는 이 같은 악덕 평가업자는 업계에 다시 발붙일 수 없도록 매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못된 제도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는, 사실상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청산자 보상평가 절차가 이 같은 불법행위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추천 평가사 제도를 통해 청산자가 추천한 평가사가 높은 평가액을 제시하게 되면 계속해서 재평가를 해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조합은 관리처분, 이주 등 다음 단계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돼 사업 이자비용이 급증하는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 감정평가업체가 제도적 빈틈을 노리고 조합에 대한 협박 영업을 지속해 오게 된 배경이 이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년 전부터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줄줄이 발생해 정비사업 조합들을 괴롭혀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도 개선은 되지 않고, 사업이 지연될 상황에 몰리자, 조합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들 감정평가법인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현재까지 이 같은 영업이 이어져 온 것이다.

감정평가사에 대한 관리·징계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부동산평가과 관계자는 “최근에서야 일부 감정평가사의 불법 행위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면서 “현행 감정평가사 제도의 신뢰에 타격을 입힌다는 점에서 사안이 중대한 만큼 한국감정평가사협회와 공동으로 사실 확인 작업을 진행한 후 향후 재발방지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김병조 기자  kim@hou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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