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금액 140% 받아줄테니 추천 감정평가사로”… 판치는 재개발 불법영업

위조·매수·협박 일삼는 감정평가법인 영업 행위 심각 김병조 기자l승인2018.08.3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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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이상 못 받아주면 1억원 주겠다" 동의서 매수
A사·S사 업체명 명기없는 동의서 받은 후 많이 받은 쪽 몰아주기
"영업권 평가업무 안주면 보상평가액 합의 안해주겠다" 조합 압박

[하우징헤럴드=김병조기자] 천호1구역에서 A감정평가법인의 불법행위는 협의보상 평가 절차 전반에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영업의 큰 골격은 청산자에게 접근해 청산금액을 많이 받아주겠다고 환심을 사면서, 조합에게는 입장을 바꿔 청산금액을 적정한 수준에서 합의해 줄테니 별도의 용역을 달라는 이중적 영업 행태다. 

이 와중에 조합에게 영업권 평가 용역을 받으면 청산금을 다소 낮춰 협의보상 절차를 완료하는 한편 높은 청산금을 주겠다고 약속한 청산자에게는 “이 수준이 최선을 다한 평가액” 이라고 둘러대는 형태로 상황을 모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천평가사로 지정받기 위한 동의서 징구 과정에서는 동의서 위조 행위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금액 종전평가액 대비 140% 높여주겠다”

A감정평가법인의 불법 영업 형태는 다음과 같다. 천호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에 따르면 우선 A감정평가법인은 대형 토지를 소유한 청산자들을 찾아다니면서 현금청산을 위한 보상평가액을 종전자산평가액 대비 130~140%로 높여주겠다고 약속하며 추천평가사 동의를 요청한다는 것이다.

대형 토지를 보유한 현금청산자의 경우 비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적극적으로 동의에 찬성하며 다른 청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의서 징구에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천호1구역에는 종전자산평가액만으로 560억~60억원 등 거액의 청산금액이 예상되는 청산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고액 자산가의 경우 원금 자체가 높기 때문에 10%만 평가액이 높아져도 560억원 청산자의 경우 56억원이 한 순간에 추가된다. A감정평가법인이 거액의 현금청산자들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선 이유가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공정한 감정평가를 해야 하는 감정평가법인이 자사의 영업을 위해 감정평가액을 협상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실제로 A감정평가법인은 천호1구역의 현금청산 대상자 전체 62명 중 과반수인 34장의 동의서를 징구해 조합에 소유자 추천 평가사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현행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8조 제4항 규정에서는 “제2항에 따라 감정평가업자를 추천하려는 토지소유자는 보상 대상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소유자와 보상 대상 토지의 토지소유자 총수의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첨부해 사업시행자에게 감정평가업자를 추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동의서 위조도 매수 행위도 자행…간 큰 평가업체

조합에 따르면 A감정평가법인은 일부 대토지 소유 청산자와 함께 감정평가액 협상에 더해 동의서도 위조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추천 평가사로 동의를 받기 위한 과정에서 탈법적 동의서 징구 행위가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34명의 동의자 중 동의 철회를 요구한 청산대상자들이 나오면서 발각되기 시작했다. 7명의 이들 동의철회자들은 조합에 동의철회확인서를 제출하며 A감정평가법인의 불법 동의서 징구 사실을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동의서 위조 형태도 다양하다. 우선 동의서를 제출하면 1억원을 주겠다는 약속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청산대상자 B씨는 조합에 제출한 사실확인서에서 “현금청산자 대표 김 모씨로부터 감정평가법인 동의서를 써주면 1억원을 주고, 청산을 위한 평가액으로 종전자산평가액 대비 125% 이상 해주겠다고 약속해 1억원의 현금보관증을 받은 후 동의해 줬다”고 밝혔다. 청산대상자 C씨도“추천 동의서를 제출하면 1천만원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사망자 명의의 추천동의서도 징구하는 웃지못할 상황도 발생했다. 청산대상자 D씨의 자녀 E씨는 “돌아가신 어머니 명의로 동의서가 제출돼 있어 이에 대한 동의 취소를 요구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타사의 동의서를 A감정평가법인에 대한 동의서로 둔갑시킨 경우도 있었다. 청산대상자 F씨는 조합에 제출한 사실확인서에서 “S감정평가법인에 동의한다고 제출했는데, A감정평가법인에 동의한다고 돼 있어 동의를 취소한다”는 의견을 조합에 전달한 상태다.

현재 천호1구역에서는 전체 현금청산 대상자 62명 중 A감정평가법인에 대한 동의자 34명에서 7명이 동의를 취소해 추천 평가사 자격 근거가 사라진 상태다.

▲“조합에 협조해 줄테니 영업권 평가업무 달라” 으름짱

A감정평가법인은 보상평가 업무 협조를 빌미로 조합에게 보상평가와 무관한 영업권 평가를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추천평가사, 서울시 추천평가사와 의 평가업무가 진행될 때 소유주 추천평가사인 자신들의 협조가 있어야 협의보상 업무가 원활하게 종료될 것이라고 주지시키며 이에 대한 댓가를 요구한 것이다.

현행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7조 제2항 2호에서는 “대상물건의 평가액 중 최고평가액이 최저평가액의 110%를 초과하는 경우 평가를 다시 의뢰해야 한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즉 조합 및 서울시 추천 평가사가 종전감정평가액 대비 105%를 보상평가액으로 제시했는데, A감정평가법인이 130%를 제시하면 10%p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재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는 취약점을 이용한 것이다.

천호1구역 조합은 공정한 감정평가를 하라는 취지로 공인자격을 준 감정평가사가 자신의 특권을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 관계자는 “현행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문제가 된 경우 자격 취소, 회원 제명 등 징계 수위가 있다”며 “실태 조사를 통해 협회 차원의 징계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부동산평가과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감정평가법인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토지보상법 개정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면 유관 부서에 연락해 개선을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조 기자  kim@hou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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