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보상금 부풀려 협의 지연… 소형 감평업체들 불법영업 ‘점입가경’

대가성 불법거래 갈수록 활개... 재개발조합들 초비상 김하수 기자l승인2018.09.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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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자평가서 납품 고의지연으로 금융비 눈덩이
납품조건 영업권 평가업무 요구 … 대책마련 시급
미아3구역 조합 지연가산금으로 100억원 손실 

[하우징헤럴드=김하수기자] 최근 재개발구역 도처에서 토지소유자 추천에 의해 보상평가에 참여하는 일부 소형 감정평가법인들의 ‘배짱업무’ 행태가 확대되고 있다. 이들이 현금청산자 측에 서서 고의적으로 보상평가액을 부풀려 협의를 지연시키는 등 조합이 협의보상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게 하면서 지연이자를 발생시키는 사례가 수면 위로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

특히 이들 감정평가법인들은 보상평가 업무 협조를 빌미로 조합에게 보상평가와 무관한 영업권 평가를 달라고 요구하는 등 대가성의 불법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감정평가법인, 미아3구역에서 청산자 보상평가 고의 지연…조합 지연이자 ‘눈덩이’

A감정평가법인은 손실보상의 감정평가업무를 수주하기 위해 청산자들과 사전에 결탁하고, 평가 시 고의적으로 보상평가액을 부풀리며 협의를 지연시키는 등 조합을 압박하는 대표적인 감정평가업체로 꼽힌다.

강북구 미아3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2016년 10월 17일 보상계획공고(토지, 건물) 이후 토지소유자, 조합, 시가 각각 추천한 각 3곳의 감정평가법인에게 보상평가를 의뢰하고 2017년 1월 18일까지 최초 평가서를 납품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청산자 측에서 추천한 A감정평가법인은 최초 평가서 납품기일 예정일이 초과된 1월 20일에서야 “확정된 물건조서를 전달받지 못해 납품이 지연되고 있다”며 조합 측에 물건목록 수정을 요청했다. 이후에도 A감정평가법인은 두 차례 정도 추가 수정을 요청하며 평가서 납품을 미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물며 이 물건목록 수정요청기간 동안 사업시행자(조합)가 추천한 D감정평가법인으로부터 토지 및 지장물 가격자료를 받은 A감정평가법인은 별도의 평가업무에 착수하지 않고 D감정평가법인이 제시한 가격에서 일률적으로 60~70% 상향시킨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개발사업의 현금청산 보상평가에서는 시장·군수, 조합, 현금청산자가 추천한 3곳의 감정평가법인에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한쪽이라도 큰 격차의 평가액을 제시하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협의보상 절차를 진행할 수 없게 된다.

현행 토지보상법에서 2~3개 이상의 감정평가법인이 평가할 때, 최고평가액이 최저평가액의 11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110%를 초과한 금액으로 감정평가사협회에 심사요청을 할 경우 감정평가의 관련 규정에 의거 평가액이 10% 이상 초과되므로 자동 심사반려를 하게 돼 있다.

익명의 감정평가법인 관계자는 “보상평가에서 최고평가액이 최저평가액의 110%를 초과하면 효력이 없다”며 “격차가 크면 보상평가 담당자를 모아 내부 조정을 하게 되는데 당시 A법인의 경우 처음부터 수용하기 어려운 높은 금액의 평가서를 제출하고 통화도 의도적으로 피하는 등 협의에도 응하지 않아 보상평가 진행 자체를 막았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A감정평가법인 측은 현금청산자들을 동원해 강북구청 및 서울시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등 시 추천 감정평가법인 D사와 조합을 압박해 보상금액 상승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합 측은 감정평가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지출과 보상금 및 지연가산금 부담으로 토지소유자 추천 감정평가사의 처분에 응하겠다며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조합은 종전평가액 대비 보상평가금액이 당초 예상보다 21%가 증액됐으며, 18억원의 금융비용에 지연가산금까지 물게 됐다.

조합 관계자는 “A감정평가법인이 청산금을 많이 받게 해주겠다며 현금청산자와 비대위에 접근해 손실보상평가업체로 선정된 이후 ‘안 되면 말라’ 식의 배짱 업무로 일관하면서 조합원들의 재산에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혔다”며 “특히 우리 구역은 조속재결 신청자가 130명에 달해 서울시지방토지수용위원회 재결평가 결과 지연가산금이 총 100억원에 달했다”고 토로했다.

▲S감정평가법인, 장위10구역에서 “평가서 납품조건으로 영업권 평가업무 달라”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사업의 보상평가 당시 청산자 추천으로 참여했던 S감정평가법인의 행태도 A감정평가법인의 행태와 유사하다.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2016년 9월 6일 보상계획공고 이후 토지소유자, 조합, 시가 추천한 3개의 감정평가법인에게 보상평가를 의뢰하고, 2017년 2월 15일까지 각 법인들의 감정평가서가 접수되면 2월 말경 재결신청을 접수해 같은 해 7월부터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청산자 측에서 추천한 S감정평가법인은 “평가해야 할 조서를 조합으로부터 수령하지 못했고 현장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조합에 납품일자 연기를 요구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S감정평가법인은 보상평가서 납품 조건으로 영업권 평가업무를 청산자의 보상업무에 포함시켜달라고 조합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보상 및 취득에 관한 법률’의 시행규칙 제16조 2항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감정평가법인에서는 30일 이내에 감정평가서를 납품해야 한다. 단, 사업시행자의 정보 제공 미비 및 특수한 물건지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다른 감정평가법인들과 상의해 공통의 의견으로 납품일을 정하도록 돼 있다.

조합 관계자는 “보상계획공고 이후 2017년 1월 감정평가용역에 착수해 3인의 담당평가사 모두 현금청산자 평가대상지를 방문하고 관련 평가조서도 각 감정평가법인들에게 분명히 전달했는데도 불구하고 S감정평가법인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평가서 납품을 미뤄왔다”며 “대신 영업권자들의 목록 및 물건조서 등 영업권의 평가업무를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조합은 사업 지체에 따른 금융비용 등을 최소한이라도 줄이고자 신속하게 보상평가서의 납품을 받는 조건으로 영업권의 평가업무를 S감정평가법인에게 내주게 됐다.

장위10구역 관계자는 “청산자들의 정당한 재산권 보상을 위해 각기 다른 3개의 감정평가법인들이 평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청산자 측의 일부 감정평가법인들은 1개월에서 많게는 3개월 이상 평가서 납품을 고의적으로 늦추고 있다”며 “이는 청산자에게 지연이자를 더 주기 위한 술수로 이러한 행태는 전국 재개발 현장 곳곳에 만연돼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S감정평가법인의 행태는 지난해 양천구 신정2촉진구역 2지구에서도 자행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정평가사는 “토지소유자 측 감정평가사는 어떻게든 감정평가액을 올리는 성과를 못 내면, 능력 없는 평가사로 추천을 다시 받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탈법행위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이러한 일부 감정평가법인들의 행태들은 투명하고 중립적인 역할이 요구되는 감정평가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김하수 기자  hskim@hou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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