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거진 재건축 연한 연장 … 비강남권 아파트 주민들 뿔났다
또 불거진 재건축 연한 연장 … 비강남권 아파트 주민들 뿔났다
  • 문상연 기자
  • 승인 2018.09.11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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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단지 재건축 스톱 … 주택공급 부족 우려
현행 안전진단 기준 완화 요구 목소리 한층 커져  

[하우징헤럴드=문상연기자] 연이은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과열이 지속되자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추가 규제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현 정부가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는 재건축사업에 대한 규제책으로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자 노후아파트 주민들과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재건축 규제책인 안전진단 기준 강화가 엉뚱하게도 집값 상승의 진원지인 강남이 아닌 목동, 상계동 등 외곽지역만 타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재건축사업을 시도조차 못하게 가로막고 있는 현행 안전진단 기준에 대한 완화 요구가 또다시 빗발치고 있다.

▲재건축 연한 연장 반발에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 강조

정부가 8·2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추석 전 추가 규제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대표적인 재건축 규제책은 재건축 연한 강화(30년→ 40년)다.

올해 1월 김현미 장관이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성이나 내구 연한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재건축 연한 연장을 시사한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월 국토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가 아닌 ‘정상화’라는 표현을 쓴 만큼 같은 맥락으로 30년으로 완화된 재건축 연한을 다시 40년으로 연장시키는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그동안의 안전진단 기준은 완화가 대세였다. 2003년 최초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구조안전성 비중 45%, 주거환경 비중 10%였다가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완화됐다. 공공기관이 수행해 오던 예비평가가 지자체 주관 현지조사로 넘어갔고, 안전진단 평가 항목별 가중치도 변경돼 구조안전성은 40%에서 20%로 낮아지고 주거환경은 15%에서 40%로 높아졌다. 그 결과 안전진단을 신청하는 단지 대부분이 조건부 재건축으로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돼 왔다.

이에 국토부가 지난 1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안전진단 기준의 항목별 가중치 중 구조안전성 부문을 기존 20%에서 50%로 상향하고, 주거환경 비중과 건축마감·설비노후도 비중을 각각 40%→15%, 30%→25%로 낮췄다.

재건축 연한 역시 2014년에 기존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 완화된 바 있기 때문에 같은 맥락에서 추가 대책을 통해 재건축 연한을 다시 40년으로 연장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의 추가 대책으로 재건축 연한 연장 등이 거론되자 재건축을 준비하고 있는 노후아파트의 주민들은 물론 실수요자들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재건축 연한을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리면 집값 상승의 주범인 강남권 아파트가 아닌 목동, 상계동 등 외곽지역의 노후아파트만 타격을 받게 되고 서울지역 주택공급 부족 문제까지 발생하게 된다는 이유다.

반발이 커지자 국토부는 재건축 연한 연장에 대해 일단 선을 그은 상태다. 대신 재건축 연한보다 안전진단 기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재건축 연한에 대해 따로 검토한 바 없고, 올해 2월 강화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에 맞추면 된다”며 “집이 20년이 됐어도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 재건축 할 수 있고 재건축 연한인 30년이 지나도 튼튼하면 더 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에 가로막힌 재건축…완화 요구 재점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조한 김현미 장관의 발언에 현행 안전진단 기준에 대한 반발이 또다시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의 문턱에 막혀 재건축을 준비해오던 전국 노후아파트들이 사업초기부터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장터에 따르면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후 정밀안전진단 업체와 용역계약을 진행한 단지는 총 5곳이다. 세부적으로 △부천시 괴안 3-1구역 △부천시 괴안 3-6구역 △부천시 심곡본 3-2구역 △전북 익산시 장미그린빌라 △서울시 서초구 방배삼호 등이다.

이들 중 부천시 3개 구역은 모두 이달 초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는 등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준공 41년차인 서초구 방배삼호는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현재 서초구청에서 검증을 기다리고 있다.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에 막혀 안전진단의 도전조차 포기하고 있는 단지들도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강동구 상일동 삼성빌라 △도곡동 개포5차 우성아파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아파트 △노원구 태릉우성아파트 △송파구 성내동 현대아파트 등은 정밀안전진단 용역계약을 체결했다가 최근 취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도 강남구 개포4차 현대아파트, 마포구 성산시영, 강동구 명일동 신동아·삼익그린2차·고덕주공9단지 등에서는 정밀안전진단 용역계약을 잠정 연기한 상태다. 

강동구 한 재건축 준비위 관계자는 “정밀안전진단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가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인해 통과에 대한 확신이 없어 안전진단 신청을 잠정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어긋난 규제로 인해 애꿎은 외곽지역 노후아파트 주민들만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양천구, 강동구, 노원구, 마포구, 서대문구, 은평구, 도봉구 등 7개구에서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를 위해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최재형 비강남 차별저지 국민연대 대표는 “안전진단 강화로 비강남 지역을 슬럼화 시키고 강남과 비강남 간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택 공급 부족의 우려도 심화시키고 있다”며 “오는 10월 13일 서울 비강남 7개구 등에서 안전진단 재정상화를 위한 서명운동 등 안전진단 재정상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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