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현금청산자 재산보호 빌미로 감정평가업체 편법 자행

현금청산자 감정평가업체 횡포 실태 긴급점검 좌담회 김병조 기자l승인2018.10.1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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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청산자 감정평가서 납품 고의지연 … 사업장 대혼란
현금청산자 보상평가금액 높여주겠다며 동의서 징구
조합 급박한 사정 볼모로 영업권 평가업무 노골적 요구 

[하우징헤럴드=김병조기자] 최근 재개발구역 도처에서 토지소유자 추천에 의해 보상평가에 참여하는 일부 소형 감정평가법인들의 불법 영업행위가 확대되고 있어 사회적 문제 단계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들은 현금청산자에 접근해 청산금액을 많이 받아주겠다고 홍보하며 청산자 측 감정평가업자로 선정된 이후 평가서 납품을 고의적으로 미루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보상평가금을 부당하게 증액시키고, 조합을 상대로 지연가산금까지 물게 하면서 재개발사업 추진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의 승자는 현금청산자 및 현금청산자 추천 감정평가업체다. 사업이 막힌 조합은 어쩔 수 없이 현금청산자의 보상평가액 상향에 합의하게 되고, 현금청산자 추천 감정평가업체는 영업권 평가 등을 요구해 부수적 이익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현금청산자 감평업체 평가서 납품 고의지연 행위 가장 일반적

평가액 부풀리기 피해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문제시하고 있는 것이 현금청산자측 감정평가업체의 고의적인 시간끌기다. 현행 보상평가 시스템을 잘 들여다보면 감정평가업체의 시간끌기가 왜 평가액 부풀리기와 관련돼 있는 지 알 수 있다. 사업을 지연시키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사업시행자인 조합에게 전가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보상 단계에 들어가면 사업시행자인 조합은 이래저래 시간에 쫓겨 다닐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인다. 구 도정법에서는 분양신청 마감일 익일 이후 150일 이내에, 현행 도정법에서는 관리처분인가 고시일 익일 이후 90일 이내에 현금청산하라고 명시해 놨기 때문이다.

나아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재결신청 청구가 접수될 경우 이때부터 60일 이내의 시간 타이머가 또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다. 현금청산자가 조합에 재결신청 접수증을 청구하는 순간 그 다음날부터 60일이 기산되기 시작하고, 60일이 지나는 순간 연 15%의 살인적 이자가 ‘지연가산금’ 명목으로 추가 부담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바로 이 약점을 들어 보상평가 전문가인 일부 소형 감정평가업체들이 사업지연 작전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사업지연의 기회는 단계 곳곳마다 분포하고 있으며, 명분도 다양하다. 우선, 현금청산자 추천을 받은 소형 감정평가업체가 사업시행자인 조합과 계약을 체결할 때다양한 명분으로 계약을 지연시킨다. 이미 현금청산자로부터 50% 이상의 동의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연된다고 하더라도 해당 감정평가업체의 추천 평가사 자격은 변함없기 때문이다.

반면 갈 길이 바쁜 조합에서 빨리 계약을 하자고 재촉하지만, 감정평가업체는 조건을 달아 별도의 용역 계약을 요구한다. 수용을 당하는 현금청산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상평가와 별개의 평가업무인 영업권 평가를 달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영업권 평가는 해당 구역에서 상가를 운영한 토지등소유자 및 세입자의 상가 등을 평가하는 것으로 엄연히 현금청산자를 위한 보상평가와는 다른 업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금청산자 추천 감정평가업체는 계약을 재촉하는 조합을 상대로 영업권 평가를 달라며 일종의 ‘딜’을 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정비사업의 영업권 평가를 누가 하라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다. 그러다보니 현금청산자 추천 감정평가업체들의 요구는 더욱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구법) 제47조는 분양신청하지 않는 자 등 현금청산자는 분양신청 마감일로부터 150일 이내에 조합은 청산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고,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이하 토지보상법) 제30조는 청산자가 보상금의 재결을 신청하면 조합은 60일 이내에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해야 한다. 이 기간이 도과할 경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을 준용해 연 15%의 지연가산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며 “최근 일부 감정평가업체들이 토지보상관련 법령의 헛점을 악용해 재개발사업 현장에서 감정평가사의 기본윤리를 저버리고 평가업무의 영업수주를 위해 청산자와 서로 대가성의 거래를 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행위의 시작, 추천 동의서 징구 과정

이들 감정평가업체들을 경험한 여러 조합들에 따르면 불법 행위의 첫 단추는 현금청산자 측 추천 감정평가업체로 선정받기 위한 동의서 징구 단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이 현금청산자의 보상평가를 위해서는 조합과 시·도지사가 각각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하고 현금청산자 역시 추천동의서 50%(청산자 인원 및 면적)를 받으면 감정평가법인을 추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문제는 일부 감정평가업체들이 현금청산자를 찾아다니며 자기 회사의 추천동의서를 받아 주면 종전자산평가금액 보다 일정 금액 이상을 높게 평가해 주겠다는 제안을 하며 탈법적 동의서 징구 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한 감정평가를 하라는 취지로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주고, 반드시 이 자격증을 가진 사람에게만 감정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독점적 지위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평가액의 높고 낮음을 협의의 대상으로 전락시켜 불법영업 행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용재결 업무를 하고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토지소유자 추천 감정평가법인으로 선정된 이들은 토지보상법의 헛점을 이용해 조합과 시·도지사 추천 감정평가사들을 무시하고 협의할 보상평가금을 부당하게 증액시켜 조합에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조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지연가산금이 두려워 결국에는 토지소유자 추천 감정평가사에게 항복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불법영업 행위가 합법적인 영업행위에 비해 수입이 더 많다는 소문이 돌면서 정상적인 감정평가업무를 행하는 감정평가사의 일부가 이 같은 영업행위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격언처럼, 이 같은 상황이 계속 방치될 경우 재개발 감정평가업계에는 정상적인 감정평가업체가 줄어드는 대신 불법영업 행위를 하는 감정평가사가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한 감정평가업체 관계자는 “이러한 일부 감정평가법인들의 행태들은 투명하고 중립적인 역할이 요구되는 감정평가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영업 감정평가업체로 인한 지연가산금으로 100억원 ‘충격’

현금청산자 추천 감정평가업체의 고의적인 평가업무 지연으로 100억원에 달하는 지연가산금을 물었다는 충격적인 증언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북구 미아3구역 주택재개발조합은 2016년 현금청산자들로부터 재결신청에 대한 청구를 받아 조속히 재결신청을 하고자 같은 해 10월 17일 토지·건물에 대한 보상계획 공고를 개시하는 등 관련 절차를 진행했다.

이후 조합, 서울시, 토지등소유자가 각각 추천한 감정평가업자를 선정해 토지 등에 대한 보상 감정평가를 의뢰한 후 이듬해인 2017년 1월 18일까지 최초 평가서를 납품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현금청산자 측 감정평가업체는 눈에 보이는 늑장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당초에 제시한 평가서 납품기일 예정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물건목록 수정 등을 이유로 수 차례 평가서 납품을 미뤘다. 게다가 현금청산자들을 통해 강북구청 및 서울시에 보상평가 절차를 늦춰달라고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등 조합을 압박하며 보상금액 상승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조합에 재결 신청을 접수한 이후 60일 이내에 재결을 신청해야 한다는 토지보상법 규정을 근거로 평가를 지연시킴으로써 연 15% 이자의 지연가산금 증액을 노리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는 것이다.

미아3구역 최명우 주택재개발 조합장은 “이러한 A감정평가법인의 지속적인 시간끌기 행태로 조합은 종전평가액 대비 보상평가금액이 당초 예상보다 21%p나 증액됐으며, 자연가산금 부담도 고스란히 껴안게 됐다”며 “우리 구역의 경우 조속재결 신청자가 130여명에 달해 서울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평가 결과 총 100억원에 달하는 지연가산금 폭탄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거여2-1구역에서도 이 같은 지연가산금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여2-1구역은 감정평가 당시 조합원의 평가금액은 총 1천800억원이었는데, 청산자 측의 보상평가금액은 도리어 2천700억원으로 높게 책정돼 사업을 이끌어가기가 힘든 상황을 맞기도 했다.

특히 현금청산금액을 높이려는 청산자 측 감정평가업체의 고의적인 사업 지연으로 인해 지연가산금도 61억원이나 책정되기도 했다.

강신선 거여2-1구역 주택재개발 조합장은 “최근 재개발사업장에서 일부 감정평가업체들의 불법행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원인은 현행 청산자 보상평가 절차가 뒷받침하고 있다”며 “손실보상 업무와 관련해서 ‘도정법’의 미비를 ‘토지보상법’에 떠넘겨 무리하게 준용하다 보니 ‘토지보상법’에 따른 추천 평가사 제도를 통해 청산자가 추천한 평가사가 높은 평가액을 제시하는 등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는 상황으로, 이렇게 되면 조합은 관리처분, 이주 등 다음 단계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돼 사업 이자비용이 급증하는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영업권 평가 노골적으로 요구

보상평가 업무에 시간이 쫓기는 조합의 궁박한 사정을 악용해 보상평가 업무와는 별개 업무인 영업권 평가 업무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천호1구역에서 A감정평가법인이 현금청산자들을 상대로 현금청산을 위한 보상평가액을 종전자산평가액 대비 130~140%로 높여주겠다고 약속하며 토지소유자 전체 62명 중 과반수인 34장의 동의서를 걷어 조합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천호1구역은 상가 지역에서 진행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이란 특성 때문에 대토지 소유자가 많아 종전자산평가액만으로 560억~60억원의 엄청난 거액의 청산금이 예상되는 청산자들이 많은 상황이다.

이 경우 원금이 크기 때문에 보상평가의 증액 비율 역시 높아져 현금청산자에게는 큰 이익이 되는 한편 반대로 조합에게는 크나큰 손해가 되는 상황에서 A감정평가업체의 영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감정평가법인은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해 조합에 협의보상 업무에 협조해 줄테니 보상평가와 무관한 영업권 평가업무까지 달라고 요구하며 평가서 납품을 3개월여 동안 지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광 천호1구역 조합장은 “현금청산금액이 높아지게 되면 결국 그 피해는 사업에 참여하는 다수의 조합원들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며 “조합의 궁박한 상황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꾀하는 불법영업 행위를 하는 평가업자들은 반드시 시장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금청산액 부풀리기 감정평가법인·법무법인 연합 추세…제재 방안 시급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고 있다는 증거는 재개발 현금청산 보상평가의 현금청산자 측에 감정평가법인과 법무법인이 팀을 만들어 영업에 나서고 있다는 제보에서 찾을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재개발사업의 ‘현금청산 사태’의 중심에는 일부 감정평가사들과 법무법인의 변호사들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감정평가와 법률 부문의 전문가들이 연합해 현행 법률의 맹점을 더욱 무섭게 파고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재개발사업은 현금청산자와의 협의평가 이후 수용재결, 이의재결, 소송 단계까지 거치게 되면 결과적으로 20%p이상 보상평가금액이 늘어나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조합원의 종전자산평가액보다 현금청산금액이 커지면, 조합원의 이탈이 가속화돼 재개발사업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행 시장 상황을 방치하게 될 경우 재개발사업 자체가 붕괴되고 사회적 문제로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근렬 대화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는 “일반적으로 현금청산자에 대한 보상평가금액이 종전자산평가대비 10~20%p 이상 늘어나면 그만큼 적은 금액으로 평가받은 조합원들은 자신이 상대적으로 손해봤다고 판단해 재개발사업에서 대거 이탈하게 된다”며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을 끌고 가야 하는데 사업에서 이탈하는 사람들이 개발이익을 더 많이 가져가게 되는데, 결국 더 이상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비사업에서는 종전자산평가액이라는 기준이 존재한다. 이렇다보니 일부 소형감정평가업체들이 종전자산평가금액을 기준으로 삼아 청산자들에게 ‘보상금액을 몇 퍼센트 이상 높여주겠다’고 불법영업에 나서고 있으며, 얼마나 높게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지가 이들 업체들 간 영업력의 기준이 돼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병조 기자  kim@hou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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